전민수 수필가님 축하드립니다.
선린대학교 문예창작과정의 전민수 [ 본명 : 전자중] 선생님께서
2022년 계간「수필춘추」으로
수필 「폭포석을 들이고」 외 3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셨습니다.
수필가로써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리며
건필하시고 아울러 문운이 함께 깃드시기를 바랍니다.
■ 전민수 (본명: 전자중)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졸업. 위덕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선린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 수료.
. 2022년 수필춘추 신인 당선.
. 포항중앙고등학교 재직중.
. E-mail : 61j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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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석을 들이고
전민수
며칠 전 고향 집 냇가에서 폭포석 한 점을 건졌다. 작품으로 내 놓을 만큼 명석은 아니지만 근간의 탐석 중에 가장 큰 수확이었다. 동(銅)수반에 모래를 깔고 자리를 잡아 앉혔다. 검은 돌에 하얗게 드러나는 한줄기 폭포,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산곡을 돌아 모여든 폭포수가 모래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수석(壽石)은 자연이라는 작가가 빚어놓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간직할 만한 보기 좋은 돌이란 의미를 지녔다. 수석수집이 취미가 된 것은, 십여 년 전 집 앞에 수석가게가 생긴 것이 계기였다. 오며가며 들러 구경을 하다가 자연의 숭고함과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결국 탐석에 입문하게 되었다. 탐석의 멘토는 수석가게 주인이었다.
그는 석수장이 출신이다. 어려서는 아버지 사업이 잘되어 제법 풍족하게 살았다.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철이 안든 무녀 독남이던 그는 어머니를 괴롭히며 살았다. 가업을 물려받아 사업을 하였는데, 조금만 기분이 뒤틀리면 대구로 나갔다. 향촌동 뒷골목 술집에서 달포쯤 지내다보면 시골집 한 채 값은 거뜬히 바닥을 드러냈다. 통보만 하면 어머니는 어떻게 마련해서라도 돈을 보내주었다. 몇 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재산은 다 없어지고, 살고 있던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 놓은 거래처도 모두 잃어버렸다. 암에 걸린 부인의 간병 생활도 몇 년을 하였다. 부득이 타인의 석물 공장 고용인으로 일을 하던 중에 손님이 주문한 폭포석을 가공하다가 수석에 매료되어 가게까지 열게 되었다고 하였다.
도둑은 담을 넘는 수고라도 하였지만,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은 아무런 수고도 없었으니 어찌 귀한 줄 알았겠냐고 후회를 하였다. 명석만 십 수점을 도둑맞았을 때도 그는 젊어서 어머니 속을 많이 썩인 벌을 받는 거라며 웃어 넘겼다.
모암(母巖)에서 떨어진 돌이 물에 떠밀려 강바닥을 굴러 내려오면서 칼날 같은 모서리가 깎이고 깎여 둥글게 다듬어져야 수석이 되듯이, 사람도 온갖 모진 세풍을 감내하며 정신수양을 해야 인간이 된다며 허허 웃는 사람이다.
「정관정요」에 당 태종이 신하들과‘어려운 것이 창업이냐, 수성이냐’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태종과 창업을 함께 했던 방현령은‘영웅들 속에 다투어 이기기가 힘들다며 창업이 어렵다’고 하였고, 건국 후 천하 안정에 함께 한 위징은 ‘부귀와 안일 속에서 나라가 망하므로 수성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태종은 둘 다 어렵지만, 이제 창업은 끝났으니, 수성에 노력하자며 마무리 짓는다. 창업에는 신체적 힘과 기술이 더 필요하고, 수성에는 정신적 힘 즉, 절제력이 더 요구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석공 기술은 배웠지만, 절제력을 배우지 못했고 매사 스스로 터득하며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했던 모양이다. 수석이 되는 과정만큼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며, 수석 취미의 진정한 가치는 마음 다스림에 있다고 말한다.
수석은 질(質)과 형(形)과 색(色)의 3요소에 부합되어야 명석으로 인정받는다. 석질은 모스 경도 4~7이 적당하며, 8이상은 일반적으로 보석으로 취급된다. 형에는 산수경석과 물형석, 괴석이 있다. 산수경석으로는 평원, 산, 섬, 바위, 토파, 폭포, 호수 등의 형상이 있고, 물형에는 동물, 사람, 사물 등을 닮은 것이 있다. 괴석은 수(瘦) 준(皴) 수(秀) 투(透)를 갖춘 것을 높이 산다. 색채는 밝고 선명할수록 높이 평가한다. 문양석은 사물이나 상황을 약간 희화적으로 선명하게 나타내는 경우를 높게 평가한다. 흑백시대에는 오석(烏石) 계통의 단색을 즐겼으나, 요즘은 천연색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언젠가부터 화문석과 폭포석, 미석은 가공석도 인정을 받고 있다. 정원이나, 주택, 아파트 등 놓일 장소에 따라 선호하는 크기도 달라진다. 수마가 잘된 자연석이 최고의 대우를 받지만 일생일석이라고 할 만큼 완벽한 명석을 만나기는 어렵다.
수석 수집을 취미로 삼은 뒤부터 마음이 허허로울 때면 탐석을 한다. 땡볕아래서든 추위 속에서든, 인생을 탐색하듯 돌밭을 헤매고 다닌다. 강돌이든 바다돌이든, 어쩌다 그럴싸한 돌을 발견하면 금세 모든 노곤함이 사라진다. 그런 맛에 탐석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리라.
탐석의 진정한 가치가 마음 다스림에 있다면, 얼마의 마음 다스리기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어떤 삶의 방식이 명품인생을 만들게 될까?
가족의 일과가 끝나고 냉장고 소음만 남은 시간, 폭포석에 물을 친다. 우둘투둘한 검은 산곡 사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로 집안이 흥건하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축하만 해드리고,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깜빡깜빡이 심해졌어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