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수상작]
<내가 살던 집터에서 마지막 기념 촬영>외 4편
김용택
논두렁콩이 잘되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 어머니의 살은 콩알처럼 햇볕에 탄다.
콩은 낫으로 베지 않고 호미로 꺾는다.
뿌리 채 뽑히기도 해서 흙을 탈탈 털며 헨드 폰을 받는다.
응, 응, 응, 그래 잘 있다. 너는? 올해는 콩들이 다닥다닥 붙었구나.
그래,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기 마련이다.
올라 갈 때가 있으면 내려 갈 때가 있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머니, 그 건 이제 야생 감나무에게도 해당되지 않은 옛말입니다.
나는 다달이 작고, 넘을 고개는 오를수록 까마득하게 가파르기만 합니다.
내년이 있어서, 농사꾼들은 그래도 그 말을 믿고 산단다.
퇴근 할 때 붓꽃을 꺾어 들고 강 길을 걸었다.
아내는 강 건너 밭둑에서 나물을 뜯고
아이들은 보리밭 메는 할머니 곁에서
강 건너온 흰 나비를 쫒고 놀았다.
아내는 할 말이 많은 날은 오래오래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문 산을 머리에 이고 징검다리를 건너면
강물에 어른거리는
햇볕에 이마에 따갑다는 것을
아내도 알게 되었다. 바짝 매 마른 입술,
하냔 수건을 쓰고 아내가 마당에 앉아 콩을 털 때쯤이면
마른 감잎들이 마당 구석으로 끌려갔다. 아이들은 달아나는 콩을 줍고
어머니는 강 건너 밭에서 콩을 가져왔다.
뒤틀린 마른 콩깍지 끝에서 불꽃이 일고 콩깍지가 터지면서 다시 뒤틀리고
한쪽 얼굴이이 까맣게 탄 콩이 튀어 부엌바닥으로 떨어졌다.
강변에서는 찔레 꽃 붉은 열매가 익는다. 콩이 많이 열기도 했구나.
올해도 빈 콩깍지 같이 빈 집 몇 체가 저절로 폭삭 내려앉으며,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고 마을에서 사라졌다. 집이 사라지니,
저 쪽 들길이 문득 나타나 텅 비는구나.
허망하다.
벌레 먹은 콩잎, 그 구멍으로 햇살이 새어 들고,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 사이로 어머니의 살을 지금도 붉게 탄다.
우리 집 바로 뒤 당숙모네 집은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그해 여름>
김용택
공중에서 제비들이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그 해 여름 매미는 일생이 비였고
날지 못한 하루살이도 일생이 비였다.
기가 막힌 숲은 비를 받아 내리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산딸기들은 단내를 잃은 체 젖은 얼굴로 땅에 떨어졌다.
다리 젖은 개미들은 긴 여행의 집을 수리하지 못했다.
귀뚜라미들은 음유를 잃고
나의 방 창호지 문에 들이친 비가
방으로 들어오려는 순간의 달빛을,
문밖에 세워두었다. 문이 무거워졌다.
강기슭의 방에 갇혀 있던 나의 시는
풀잎을 타고 떠내려 오는 어린 초록 메뚜기 손을 잡고
가까스로 나룻배의 무거운 손님이 되었다.
팅팅 부은 달팽이들의 퀭한 분노의 눈빛들
술꾼들에게 쫓겨 나 처마 밑에 누운 수척한 우산 속의 빗줄기들,
어머니는 기둥 끝에 닿은 강물을 피해 캄캄한 밤 집을 떠났다가
강물이 잠깐 물러가면 젖은 빨래들을 짜며 귀가 했다.
행적이 묘연한 이상한 지구의 그해 여름
비. 비가 새는 집, 이 모든 것들은 제 몸에 실은 범람한 강물은
내 친구의 집 마당을 지나 안 방 현관으로 들어가 신발을 가져갔다.
맨발로 물 쓴 고추를 따러 간다.
농부들의 발이 굼벵이처럼 땅속에 묻힌다.
어둔 땅속에서
칠년을 기다렸다가 일주일을 살다 간
날게 젖은 매미들은 일생이 비였다.
첫댓글 축하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8일 윤동주 연극 참관 예정입니다 그때 뵈요.
전 조선일보에서 기사를 봤어요~저랑 상관있는일이라 관심이..올라갈때가 있으면 내려갈때두있구..내려갈때가 있으면 꼬옥 올라갈때두 있더라구여..
윤동주 연극 수고하셨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4.30 20:3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4.30 23:29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제 7회 윤동주 문학대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실무진과 운영자분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기념 사업회에도 몸 맘을 다 해야는데~~ ㅎㅎ 믿는 박영우 대표님이 든든해서 ㅋㅋ 유성호 교수님도 오래고 신달자 시인님은 거창이라 ㅎㅎ김용택 샘 축하드리고요... 6월 2일 빨강 별 세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