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숙 5시조집 『사루비아 성찬』
전국 한밭시조백일장에서 장원(문광부 장관상)으로 수상하여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김성숙 시조시인이 5시조집 『사루비아 성찬』을 오늘의문학사(오늘의문학 특선시조집 97)에서 발간하였습니다.
김성숙 시조시인은 《오늘의문학》 신인작품상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시조시인으로도 등단한 분입니다. 대전시조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봉사하였으며,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 감사를 맡아 문학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분입니다.
시조집 『소망 하나 그대 하나』 『폴더를 다시 열다』 『순례하는 달팽이』 『별바라기』 등을 발간하여 대한민국 시조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던 중, 2023년에 5시조집 『사루비아 성찬』을 발간하여 순정한 신앙심과 한국 고유의 정서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 서평
#1 - 신웅순 시조시인의 해설 중에서
몇 년도 훨씬 넘었다. 혼자 사시던 친정아버지가 소천하셨다. 아버지를 보며 늘 애잔해하던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시인의 시구에 잔설처럼 녹아있어 참 마음이 뭉클하다.
딸 걱정에 눈 못 감고 소천한 아버지처럼
울음 그친 여름 산이 단잠을 자고 있다
수면에 내려놓아도 지워지지 않을 사랑
발길 닿는 곳마다 눈시울 붉어지고
능선 따라 올라 넓은 품에 안기면
초록 숲 후기를 쓰며 아픈 가슴 달래시리
― 「산에 오르며」 전문
눈에 밟히는 것이 어찌 아버지의 딸에 대한 생각뿐이랴. 큰딸의 홀로된 아버지 생각 또한 더했으리라. 울음 그친 여름 산이 단잠을 자고 있다. 늦가을 수면에 비친 산이 어찌 딸에게 지워지겠는가. 아버지는 초록 숲 후기를 쓰며 아픈 딸의 철썩이는 가슴을 지금도 달래고 있을 것이다.
#2 - 이도현 시조시인의 해설 중에서
김성숙은 「비움과 채움」에서 장자(莊子)의 경에 든다. 장자는 그의 소요유(逍遙遊)에서 무거운 짐을 벗고 가볍게 나서라고 했다. ‘복더위 떠나갈 때/ 힘겨움도 데려갔다’고 첫수 초장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분수를 알면 즐겁고 순리를 따르면 마음이 편한 이순(耳順)의 연치에 오른다. 그래서 삶의 언저리에 평안이 찾아오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마른 가슴을 채운다. 비우면 채워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장자의 비움의 철학이다.
둘째 수에서 ‘혼자서 가는 길’이라 했다. 인생길은 언제나, 누구나 혼자 가게 마련이다. 사유의 길은 더욱 그러하다. 고독하면서 풍요로운 경지는 아무나 체험할 수 없다. 사유의 세계, 창조의 세계에 이르면 고독의 진미를 알게 된다. 화자는 물살이 거세어도 그 강을 건너왔단다. 놓아주신 다리가 있어 조심조심 건너왔다는 고백이다.
누가 다리를 놓아주었을까. 주님일까? 아니면 대범한 자신이었을까? 아무튼 누구여도 좋다. 이제껏 살아온 길은 힘든 길이었다. 그 힘든 길을 훌훌 벗는 비움의 경지에 올랐으니 얼마나 평안할까. 그러면서 화자는 다시 가야 하는 길을 찾는다.
#3 - 유준호 시조시인의 해설 중에서
원래 시조는 정적인 자연물의 흐름소리를 리듬 있는 말로 표현하는 것으로 과거의 시조는 그것에 옷을 입혀 인간 도리, 연군지정 등 교훈적인 내용과 느낌을 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대의 시조는 그런 고풍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 다양한 제재로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시인마다 작품 밑엔 그만의 세계관, 그만의 인생관을 깔아놓고 작품을 형상화한다. 시인 김성숙은 이런 면에서 우주를 아우르는 세계관과 믿음을 추구하는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오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시조 작품으로 빚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엔 고요 속에 약동하는 자연의 숨소리와 현존하는 아기자기한 인간사가 교직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