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문을 열자
 
내년 은퇴를 앞두고 생각이 많다.
지금은 그동안 걸어온 사역의 의미를 정리하고, 내려놓을 것들을 하나씩 분별해야 할 때다.
그래서 딸의 소중한 제안도 내년으로 미뤘다.
 
어제 ‘왓이프 개척학교’ 5기 2주차 강의를 들으며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았다.
 
나는 목회를 하며 늘 “갇히지 않는 사역자”가 되기를 소망했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작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 안에서 감옥처럼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상의 감옥은 내가 갇혀 있는지 자유로운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사고의 감옥은 다르다.
그 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하며 맴돌곤 한다.
 
나는 작은교회를 위해,
또 그 사역자들을 세우기 위해
딴짓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왔다.
진리가 주는 자유를 누리며 살면 감옥에 갇히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다.
감옥 안에 있는 사람은 진리의 자유조차 감옥의 크기만큼밖에 누릴 수 없다는 것.
나는 늘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고 외쳤다.
진리의 등대로서 교회가 세상 속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세상을
‘작은 교회’라는 좁은 창으로만 보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시야가 갇혀 있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거침없이 달려가는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300가지가 넘는 정신 관련 약을 삼키며 버틴다.
버티지 못한 이들은 주저앉고, 신음하며 깊은 웅덩이 속으로 빠진다.
사역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작은교회의 생존과 성공을 성경적으로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 속의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씀이 세상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진리를 아는 능력을 조금 더 진보시키는 데 만족하며
결국 ‘감옥 안의 사역’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사실이 나를 아프게 했다.
 
세상은 변하고, 세상이 찾는 필요도 달라졌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과거의 필수품을 붙잡고 있다.
물론 본질은 바뀔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은 지금도 살아 역사하며,
그 말씀을 따르는 이들에게 생명과 복을 준다.
 
하지만 그 말씀을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려면,
그들을 말씀의 자리로 초대하려면,
그리고 그 말씀을 세상 속에서 실천하게 하려면,
우리는 먼저 세상을 알아야 한다.
또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부름받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제 나는 감옥에서 나와야 한다.
이 감옥은 밖에서 누가 열어주는 감옥이 아니다.
오직 내가 스스로 열어야 하는 문이다.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세상 속 사람들의 외침에 귀를 열어야 한다.
그들의 활동에 마음을 열고, 겸손히 들어야 한다.
나는 작은교회와 사역자에게 집중한다는 이유로
그 문을 닫아버렸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이제 나는 다시 문을 열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온 마음과 생각을 열고,
겸손히 듣고 새기며,
그 말씀을 들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감옥에 갇힌 빛은 아무 의미가 없다.
보는 사람이 없는 빛, 생명을 낳지 못하는 빛은 헛된 낭비다.
이제 자존심을 내려놓고,
열등감을 벗어던지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감옥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세상 속으로 나가 빛을 비추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오늘도 살아 있다.
그리고 지금도 강력하게 역사한다.
두려워 말라. 담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