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오면 풍광좋은 길을 사뭇 걷고 싶다. 다산 정약용님의 숨결이 그윽한 마재옛길! 성지가 있는 그 곳엘 꼭 다시 가고 싶었다.
경기옛길 평해길의 3코스가 펼쳐낸 길 위엔 팔당댐, 예봉산, 봉주르, 능내역이 아련하다. 한강변 근사한 곳을 찾아 교사시절 어울려 카페, 음식점으로 우루루 몰려다니던 기억, 자전거 라이딩으로 잠시 쉬어도 가던 곳, 마재성지에서 기도하며 마음 충전하던 곳, 출사로 촬영하던 연꽃마을이 있는 곳이다.
10월 초이튿날 홀로 배낭을 메고 떠난다. 팔당역 하늘 위 하얀 토끼구름부터 설렌다. 멋진 10월의 첫 토요일, 라이더들의 물결, 팔당댐, 봉안터널, 예봉산 입구가 출렁인다. 나도 라이딩을 즐기는 듯 착각 속에 젖는다. 팔당댐은 그때 그날처럼 햇살 속에 빛난다.
봉주르 카페의 가족동상은 낡고 검은 채로 한 잎 두 잎 낙엽들만이 을씨년스럽다. 다산길 2코스로 들어서는 연꽃마을 입구 래빛 아일랜드(토끼섬) 카페커피 그윽하다. 내가 토끼띠라 하니, 직원이 수줍게 웃는다. 연꽃마을 호수는 내가 참 사랑하는 곳으로, 연꽃 피어도 예쁘고, 지고나도 사랑스럽다. 호수와 강물이 이어지는 풍경 속 예쁜 집이 그림처럼 낭만과 애수를 불러오곤 한다.
생태공원의 한강 물은 마음 깊숙이 흐르고, 자리를 깔고앉은 소풍객들도 편안해보인다. 버스킹하는 씽어들과 한바탕 즐겨도 본다. 실학박물관 시간이 맞질 않아 입장못하니, 평화누리길 가곡님의 건행후기를 찾아보며 상세한 해설, 곁들인 소감에 새삼 감탄한다. 정약용님 기념관, 생가에서 님을 그려보고, 마재성지에 예전처럼 들어가 기도 드린다. 가벼운 마음, 능내역 추억속으로 들어간다.
3코스 종점 운길산역엔 어스름이 깔린다. 가까운 북한강철교 그냥 지나칠 수가 없고 두물머리 양수리, 세미원을 두고 갈 수 없다. 빠른 걸음으로 자전거 세워두던 곳을 찾아 흐르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긴다. 서서히 깊은 어둠은 강물 위로 내려앉는다.
두물머리는 깜깜한 밤 속으로 들어가고 사람들 두런두런 소리, 바람 스치는 소리, 흙내음, 풀내음, 연잎 내음 맡으며 나온다. 양수역 전통시장, 청국장에 맥주 한잔으로 평해길 3코스와 4코스의 일부를 마감한다. 오늘도 해가 지는 길을 혼자 잘 걸어냈다. 또 다시 새로운 태양을 가슴으로 맞으리. |
* 봉주르 카페의 가족상은 낡고 쓸쓸하다
* 연꽃마을 입구 다산산책로, 다산 유적지 가는 길 입구
* 연꽃마을 호수 주변엔 시들도 꽃을 피운다
* 연꽃마을이 보이는 언덕 2층에 자리한 토끼섬(래빗 아일랜드)카페
* 포도송이처럼 핀 꽃과 사랑에 빠진 꿀벌
* 작고 예쁜 마젠타 빛깔 꽃 한송이, 무엇에 마음을 뺏겼을까
* 하늘 위 거미 세상이 펼쳐진 풍경
* 생태공원 버스킹에 열중하는 3인조 보컬
* 정약용 실학박물관 입구에서
* 정약용 기념관과 생가에서
* 4대에 걸친 천주교 순교성인을 기리는 마재성지에서
* 폐역인 채로 라이더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한 추억의 능내역
* 녹슨 북한강 철교 위를 라이더들은 쉬임 없이 달리고
* 엷은 노을 속으로 열차는 지나가고
* 서서히 저녁놀이 물드는 강물엔 그리움이 가득하고
* 옛날 국토종주 라이딩 시절을 회상하며
* 어둠 속을 홀로 달리는 라이더의 고혹한 즐거움이 깃들고
* 서서히 하루 해가 저물고, 강물과 철교는 어둠 속으로 빠지고
* 두물머리 세미원 평해4코스 인증함은 플래시를 받고
* 양수리시장 청국장 집에서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를 한다
* 혼자서 길을 걷고 마음을 달래며, 그래도 모처럼 많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