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소환장을 받고 법원엘 다녀왔습니다.
2020년 2월 5일. 코로나가 시작할 즈음, 아내와 또 한 분의 후원자와 함께 아이를 극적으로 탈출시켰습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정신과 신체적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것을 가질 권리,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행여 이 아이가 사회적으로 부족한 아일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사건 발생 4년 만에 가해자들을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만났습니다. 반성 없는 뻔뻔함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의 주장인즉, 아이에게 정말 잘 대해줬다. 가족이었다. 이 세상이 신이 있다면 어찌 저들을 온전히 살게 놔둘까요? ㅠ
어제 싸움은 지적장애를 이용한 갈취 등 ‘준사기죄’였습니다. 그들은 지극히 자발적 제공으로 몰아갔고 저는 인지불능 상태인 아이가 억압적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주장하였습니다.
가해자 측 변호사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는데 무엇으로 자신하느냐 물어서 아이의 눈을 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갈취당한 5만원 이상 체크카드 기록 120여 곳의 탐문과 4~50명에 이르는 주변인들의 탐문과 진술, 녹취, 녹화본을 예로 들었고 2014년부터 2020년까지 5차례에 걸친 나주병원 기록과 담당 의사의 소견서와 면담 기록을 증거물로 제출하였습니다.
아이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체크카드에 기록된 시간에 맞춰 탐문을 하곤 했었는데 예를 들어, “OO아! 그날 12시에 지금처럼 이슬비가 내렸어. 누구랑 함께 은행에 갔지. 세 명? 은행에 3명이 함께 들어갔어? 현금인출증은 누가 작성했어? 네가 했어? 그돈 260만원 찾아가지고 어떻게 했어”
학교 병원 마트, 읍사무소, 군청, 읍내 모든 가게와 관공서 등 아이의 동선이 닺을 만한 모든 곳을 탐문했었습니다. 기타 관련인들의 사람들의 인터뷰와 증언, 녹취를 바탕으로 작성된 진술서가 580페이지입니다.
기소까지 4년 5개월이 걸렸는데 법정 싸움은 얼마 만큼의 긴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습니다. 아이가 부디 지치지 않고 잘 이겨내길 바랄 뿐입니다. 폭행죄는 증거불충분, 2천만원에 이르는 노동착취는 가족 노동력 제공이라는 기소 조차 못한 어이없는 결론을 받은 바 있어 마음의 부담이 큽니다.
판사가 묻더라구요. 쉽지 않은 일인데 왜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았느냐고? 가해자 측은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싸우는터라 쉽지 않은 싸움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분들의 눈물겨운 증언과 정의는..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으로 오늘을 버텨냅니다.
열세 살에 처음 만났던 아이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어느덧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가능한 어제 만큼은 입 다물고자 했지만, 만나는 남자는 있느냐? 월급 받아서 어떻게 하냐? 밥은 해먹냐? 청소는 잘하고 사냐? 별의별 잔소리를 저도 모르게 쏟아냅니다. ㅋ
어제는 아이가 지냈던 시설 원장님과 광주 발달장애인협회 담당 선생님이 동행하셔서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듯 우리 함께 어깨 걸고 힘 보태다 보면 언젠가 아이가 바로 서는 날이 오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