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삼척동자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유명한 시다. 이 시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요한 3 단어를 찾는 일이 우선이다. 모란이란 명사와 '피다'와 '지다'란 두 동사다. 모란은 동양에선 꽃의 여왕이라 불리니 인생의 정점을 은유함이다. 시인은 모란이 피는 봄을 기다린다는 말을 하자마자 어느새 뚝뚝 떨어져 버림을 말한다. 이 말은 피자마자 강제로 꺾였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라 '뚝뚝'이란 의태어가 있는 것이다. 인생의 꿈이 피자마자 꺾이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래서 삼백육십일을 줄기차게 섭섭해 우는 거다. 그럼에도, 포기하였는가? 아니다. 또다시 울 것임을 알면서도 시인은 꽃 피는 슬픈 봄을 기다린다. 우리 한 민족의 삶이 그랬다. 恨과, 은근과 끈기의 민족인 것이다.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