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마티네 영상음악회
2022년 10월 27일(목) 오후 2:00∼4:00
진행 및 해설 : 서 건 석
1. Mozart : Horn Quintet K. 407 (16분30)
Corey Klein(hrn), Old City String Quartet
2. Lalo : Cello Con. Op. 37 (26분40)
Edgar Moreau(vc), Francois-Xavier Roth(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3. Beethoven : Sym. No. 6 Op. 68 (43분30)
Simon Rattle(cond), Berliner Philharmoniker
1. Mozart : Horn Quintet K. 407 (16분30)
Corey Klein(hrn), Old City String Quartet
♬ 모차르트가 1781년에 빈에 정착한 그 이듬해에 작곡된 것으로 추측되는 이 작품은 그의 혼 협주곡처럼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잘츠부르크 궁정 오케스트라의 혼 주자 요제프 로이트게프(Joseph Leutgeb, 1745경-1811)를 위해서 쓴 작품입니다. 이 연주자는 모차르트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사람을 위해서 4곡의 협주곡과 이 5중주곡을 썼습니다.
모차르트가 혼을 위해 작곡한 작품 가운데에서도 초기 작품으로 꼽히는 이 곡은 혼 협주곡 양식으로 쓰인 것으로, 현악 4중주의 엄격한 서법으로 작곡되었다기보다는 협주곡 스타일의 곡으로 추측됩니다. 이 곡은 보통의 목관 5중주와 다르게, 바이올린 1대와 비올라 2대, 첼로 편성으로 현악기 반주가 더해집니다. 혼과 음역이 유사한 비올라의 비중이 큰 덕분에 중음역대를 부드럽게 울리게 하는 음향을 연출하려 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혼은 협주곡에서처럼 거의 독주 악기로 취급되는데 비해 현악 앙상블은 반주의 역할에 머무는, 실내악으로서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 역시 협주곡의 범주에 넣어서 생각되기도 합니다.
1악장은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제시하고 현악기의 반주를 타고 혼이 유려한 선율을 노래합니다. 제2주제는 혼으로 제시되는데 1주제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두 대의 비올라는 혼과 더없는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며 유려한 선율을 선사합니다. 2악장은 아름다운 주제가 현악4부로 연주되고 이것이 반복된 다음 혼이 비로소 가담합니다. 완만한 템포 속에서 현악기와 혼이 주고받는 평온한 선율이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악장입니다. 마지막 악장은 경쾌한 론도로, 밝은 성격의 론도 주제가 반복됩니다. 리드미컬한 주제가 혼으로 먼저 제시되고 이것을 바이올린이 받아서 반복합니다. 이렇게 혼과 바이올린의 정다운 대화가 오가고, 전체는 활기찬 리듬으로 생생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협주곡적인 성격이 강한 3악장은 혼과 현악기가 빠른 템포로 악곡을 이끌고 나가는 경쾌한 악장입니다.
2. Lalo : Cello Con. Op. 37 (26분40)
Edgar Moreau(vc), Francois-Xavier Roth(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 랄로의 이름을 널리 알려준 건 바이올린 협주곡인 <스페인 교향곡>과 그에게 하나뿐인 <첼로 협주곡>일 것입니다. 이 두 작품은 스페인적 정취가 깊이 배어 있고 독주악기와 관현악기의 조화가 잘 처리되어 있으며 작곡시기도 비슷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첼로 협주곡>은 탄탄한 구조와 이국풍의 색채가 풍부한 선율로 근대 첼로 협주곡 가운데 백미로 손꼽힙니다. 스페인 혈통이지만 북부 프랑스 릴 태생인 랄로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 등에 두루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독주악기의 역할을 적절하게 살렸다고 평가되는 <스페인 교향곡>이나 <첼로 협주곡> 같은 작품을 써낸 건 그런 점에서 우연이 아닙니다. 피아노와 달리 보통 현악기는 대편성의 관현악의 위용에 눌려 자칫하면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데 이 협주곡은 독주 첼로가 한순간도 결코 가려지는 경우가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산뜻한 맛과 숨 막히는 박력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구성의 견고성, 주제의 개성적 특징 및 오케스트레이션의 아름다움으로 독주 첼로와 관현악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곡에는 그때까지 협주곡의 일반적인 형태인 카덴차가 없다는 점도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랄로음악의 특징은 강한 이국적 취향과 귀족적인 단아함에 있습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잘 빚어진 조각품처럼 우아하고 섬세한 맛을 풍기며, 이런 성향이 스페인적 정취와 어울려 독특하고 세련된 음악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이 협주곡 악장들은 대체로 3부분으로 분류되는데 독주 첼로에 의해 주제가 연주되는 도입부와 시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개부, 그리고 독주자의 장인적 연주술이 발휘될 수 있는 빠르고 현란한 종결부 등입니다. 드보르자크의 위대함이나 생상스의 정교함 같은 것은 부족하지만 이 협주곡은 우선 신나고 즐겁습니다. 스페인 음악이 가지고 있는 발랄함, 유희성, 유머 감각과 프랑스 음악의 특징인 합리성과 멋스러움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1악장에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미로운 주제선율을 들을 수 있으며, 모든 관현악기가 섬세하게 연주하는 스페인 풍의 도입부가 시작되면서 전반적으로 화려함이 흐릅니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장엄하고 느린 서주가 첼로의 남성적 면모를 보여주면서 종결하게 됩니다. 2악장에서는 슬픔에 넘친 가락은 제1바이올린 연주 후 그대로 독주 첼로로 이어집니다. 선이 굵고 아름다우며 우수에 찬 가락이 이어지고 현악기와 플루트가 피치카토와 스타카토로 번갈아 반주하면서 우아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3악장은 관현악이 여린 음으로 스페인 민속춤인 하바네라의 율동적인 선율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유명한 사라사테의 바이올린곡 <하바네라>의 주제와 같은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관현악과 독주 첼로가 마치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3. Beethoven : Sym. No. 6 Op. 68 (43분30)
Simon Rattle(cond), Berliner Philharmoniker
♬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 곡을 ‘표제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표제음악이란 작곡가가 ‘어떤 대상’을 표제로 내세우고, 그것을 음악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어떤 대상’은 자연이나 풍경이 될 수도 있고, 특정한 줄거리나 사상 같은 관념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音)의 순수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절대음악’과 대립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비발디의 <사계>도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 표제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듯 어떤 사물이나 풍경, 혹은 줄거리나 관념을 묘사하는 표제음악은 19세기 이후의 낭만주의에서 특히 성행합니다. 대표적인 곡이 프랑스의 낭만주의를 대표했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입니다. 물론 리스트도 ‘교향시’라는 장르를 통해 표제음악을 여러 곡을 썼습니다.
그런데 베토벤은 이 곡과 관련해 “정경묘사는 불필요하다. 음악은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음악적 화자(話者)의 감정과 심리 상태가 ‘풍경’이라는 이름의 객관적 외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베토벤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이 곡은 자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1악장 -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상쾌한 기분>, <2악장 - 시냇가의 정경>, <3악장 -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 <4악장 - 천둥, 폭풍우>, <5악장 - 목동들의 노래(牧歌).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감사와 기쁨>이라고 특별히 악장마다 설명을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곡은 자연에 대한 찬미이며 자연을 향한 베토벤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베토벤이 이 교향곡을 통해서 자연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운명>교향곡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작곡되었기에 두 곡이 자주 비교되는 편인데, 제5번이 인간을 표현한 것이라면 6번은 자연을 표현한 것이고, 전자가 남성적인데 반해 후자는 여성적이며, 전자가 집중적으로 응결된 데 반해 후자는 철철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명’이라는 별칭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것에 비해, ‘전원’은 베토벤 자신이 직접 붙인 것입니다. <전원> 교향곡은 최초의 표제 음악이라는 점에서 낭만주의 음악의 본질을 예견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고, 각 악장 모두가 고전적인 형식에 의한 절대음악으로서 작곡되었기 때문에 표제음악으로 보기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교향곡과는 달리 5악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연주할 때는 3, 4, 5악장을 연결해서 연주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폭풍우가 지나간 뒤 평화로운 정경으로 돌아온 과정을 나타내기 때문에 연결해서 연주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전원을 찾았을 때 가슴 벅차게 샘솟는 열락(悅樂), 개울의 환희, 폭풍우가 지나고 나서 이어서 바이올린으로 제시되는 평화로운 론도의 주제와, 피날레 악장에서는 클라리넷이 훈훈한 음색으로 부른 목동의 노래가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대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웅대한 코다가 등장한 뒤, 행복과 감사의 찬미로 절정에 달했다가 차차 열기를 식히며 격조 높게 곡을 마무리합니다.
첫댓글 서건석선생님~안녕하세요~오랫만에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