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정이, 1분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9월 용돈 삭감 위기를 넘겼다.
매달 5일 밤, 자정이 가까워지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이들은 용돈기입장(민정), 지출결의서(재호)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다. 만일, 자정을 넘겨 6일에 이르기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월의 용돈은 삭감된다.
작년까지는 지급을 보류했을 뿐, 삭감하지는 않았다.
모든 게 재호 때문이다. 7개월을 밀렸다. 다시 말해 7개월 동안 용돈을 주지 않았다. 대학생인데 쓸 돈 많고 차비도 많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생활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죽어라 알바를 했다. 그러고는 나중에 지출결의서를 써내고서야 일시금으로 몇백만 원 타갔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도 독종이다. ㅋ 무엇으로 생활하는지, 일체 알려고 하지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일체의 마음의 동요도 없었다. 스무 살이 되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 부모는 그 선택을 존중하고 그저 지켜볼 뿐..
그 일이 있고 나서 용돈을 올려주는 대신, 5일을 마감 시한으로 정하고 시한을 넘길 경우 100% 삭감하기로 협의했다. 단, 셋 중 큰 아이 진호만 예외다. 일체 사용처를 묻지 않는다. 군대를 다녀오면 수련은 끝난다. ㅎㅎ
어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들의 소비에도 자아[自我]가 있다.
혹자는 돈 아껴 쓰라고, 또는 저축하라고 혹독(?)하게 훈련하느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테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부하는 학생이라 버는 재주는 없으니, 잘 쓰길 권한다. 돈을 잘 쓴다는 것은 버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초등학교 때일까?
재호가 어릴 적에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친구랑 어딘가 놀러 갔는데 돈을 챙겨 오지 않은 친구를 두고 혼자서 밥을 사 먹었다는 거다. 더치페이가 일상화된 요즘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왜 화를 내는지 당황스러워하는 녀석을 두고, 소비에도 최소한의 인간미와 정의가 있다. 구구절절 설명하고선 상처받았을 친구를 위해 내일 당장 뭐라도 보상 하라고 다그쳤었다.
지난날을 반추해 보면 나의 어릴 적 소비 또한 매우 왜곡되었던 것 같다.
내가 원했던 선택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 열여섯 겨울에 집을 나와 독립을 했다. 다행히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주말에도 알바를 했던 탓에 나름 넉넉했다.
생애 처음으로 돈으로부터 해방감을 만끽했다.
잘 쓰고 돌아다녔다. 고등학교 입학해서 처음 만나 나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부잣집 자식 흉내를 냈다. 직장에서 학교까지 15분에 불과한 거리를 40분을 빙빙 돌아 일하는 것을 철저히 숨겼다. 되돌아보면 열등감이었던 같다.
애들이 써낸 용돈기입장, 지출결의서를 보면, 동선이 보이고 마음이 보인다. 항상 부족하겠다? 싶어 매 순간 고민되지만 참아낸다. 그것이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유익하게 친구들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쓰길 권한다.
우리 민정이 "군대도 안 가는 나는 평생 써야 하는 거야?" "그럼 군대 가라"는 두 오빠들이 가관이다. ㅋㅋ 그래서 대학 3학년 올라가는 시점을 해방일로 정했다.
그래 얼른 커서 해방돼라. 얼른 커서 돈 벌어서 마음껏 써라! 사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게 얼마나 많겠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