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마티네 영상음악회
2023년 7월 13일(목) 오후 2:00∼4:00
진행 및 해설 : 서 건 석
1. Elgar : 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 1
2. Dvorak : Cello Con. Op. 104
3. Beethoven : Symphony No. 7 Op. 92
1. Elgar : 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 1 Op. 39
BBC Proms 2014 – BBC (8:47)
♬ Shakespeare의 ‘오델로’ 제3막 제3장에 나오는 오델로의 대사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위풍당당 행진곡>은 클래식 명곡 중의 하나입니다. 원제인 ‘화려하고 거창한 예식’이라는 제목보다 ‘위풍당당’이라는 번역이 훨씬 더 와 닿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로열 앨버트 홀에서는 해마다 ‘Proms’이라는 여름 음악제가 열리지요. 매년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세계 각국의 유명 연주자들이 참가하는 이 여름 음악제는 언제나 Edward Elgar의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시작합니다. 체코의 ‘프라하의 봄’ 축제가 언제나 Smetana의 <나의 조국>으로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제를 어떤 작곡가의 곡으로 시작한다는 건 곧 그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임을 의미합니다.
엘가는 헨델 이후로 100년 만에 등장한, 순수한 영국 출신의 음악가입니다. 엘가의 음악은 고전적인 형식을 바탕으로 영국의 민속적인 요소를 드러낸 독자적인 양식을 이룹니다. 그래서 엘가야말로 영국 음악의 선구자라 부를 만합니다. 엘가의 행진곡 <위풍당당>은 모두 5곡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가장 많이 연주되는 건 제1번입니다. 이 작품은 군대행진곡과 동시에 연주회용으로도 충분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곡입니다. 원래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행진곡 <위풍당당>은 씩씩하고 박력 있는 행진곡으로 금관악기의 역할이 특히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행진곡이 끝나고 나면 웅장하고 서정적인 노래 ‘희망과 영광의 나라’가 장중하게 이어집니다. 엘가는 나중에 이 부분만 따로 떼어내어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한 대관식 찬가를 만들었습니다. <희망과 영광의 나라에서>라는 제목의 이 대관식 찬가는 다음과 같은 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인들의 어머니이신 희망과 영광의 땅. 당신에게서 태어난 우리, 어떤 방식으로 당신을 찬양할까요? 더욱 넓고 더욱 드넓게 당신의 영역 세워지니. 당신을 장대하게 만드신 신께서 그대를 보다 더 장대하게 하시네.’ 이 노래는 영국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애국 가요로 널리 불리고 있습니다. 어떤 행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국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갖고 작곡된 작품입니다. 빠르고 화려한 행진곡의 주요부가 앞뒤로 배치된 3부 형식의 곡입니다.
2. Dvorak : Cello Con. Op. 104
Mischa Maisky(vc), Libor Pesek(cond), The Prague Symphony Orchestra (40:20)
♬ 19세기를 관통하는 낭만 시대는 음악의 보고(寶庫)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클래식 음악의 상당 부분이 이 시절에 세상에 태어난 음악들입니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와 현악 4중주곡 <아메리카> 그리고 이 <첼로 협주곡>도 그렇습니다. 이 곡들은 드보르자크를 대변하는 걸작이자 최고의 명곡들입니다.
이 곡은 첼로 협주곡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꼽히는 걸작입니다. 사실 서양 음악사에서 첼로 협주곡은 레퍼토리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이든과 슈만, 생상스 등이 첼로 협주곡을 썼고 좀 더 세월이 지나 중요한 첼로 협주곡이 몇 곡 더 탄생합니다. 영국의 엘가와 러시아의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첼로 협주곡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첼로 협주곡이 드보르자크의 이 곡일 겁니다. 게다가 이 곡은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카 시대를 마감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교향곡 9번>에서도 그렇듯이 이 협주곡에서도 미국 음악과의 융합성을 찾아내려고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보헤미아적 색채와 고향에 대한 향수가 담긴 곡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합니다.
궁핍했던 청년기, 하지만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풍요롭고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았던 드보르자크가 54세에 작곡한 이 첼로 협주곡에서 매우 당당한 걸음걸이를 보여줍니다. ‘아메리카 시대’를 대표하는 곡인 <교향곡 9번>에서 이미 보여줬던 관현악의 호방함이 그의 유일한 첼로 협주곡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협주곡의 관현악 파트는 토속적이면서도 남성적인 열정을 물씬 풍깁니다. 그와 동시에 독주 첼로와 목관악기들이 보헤미아적 애수를 짙게 풍기는 선율,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서정적 선율들을 곳곳에서 들려줍니다. 말하자면 이 곡은 남성적 격정과 보헤미아의 애틋한 서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악장은 서주 없이 클라리넷이 곧바로 첫 번째 주제를 연주하면서 시작합니다.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의 선율입니다. 이어서 현과 목관이 햡류하면서 강력한 음향의 전체 합주로 고조됩니다. 호른이 연주하는 두 번째 주제는 아련한 목가풍 선율이어서 듣는 순간에 곧바로 가슴을 파고듭니다. 이어지는 2악장은 애틋한 향수의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오보에와 파곳의 화음으로 문을 열고, 뒤를 이어 첼로가 아름다운 표정의 노래를 부릅니다. 가요풍이 두드러지는 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3악장은 보헤미아적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악장입니다. 행진곡풍의 리드미컬한 연주로 막을 올립니다. 밝고 화사한 행진곡이라기보다는 묵직한 저음의 발걸음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이어서 화려한 기교의 첼로 독주가 앞에 등장했던 두 개 악장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선율을 연주합니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첼로가 무엇인가를 회상하는 듯한 연주를 고즈넉하게 펼치다가 음악이 한차례 고조되면서 힘차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3. Beethoven : Symphony No. 7 Op. 92
Herbert von Karajan(cond), Berliner Philharmoniker (34:00)
♬ 이 교향곡은 1812년 그의 나이 42세 때에 작곡되었는데, 전원교향곡을 발표한 뒤 4년이 지난 때입니다. 불안한 생계와 귓병 등으로 몹시 괴로웠을 때라고 합니다. 이 교향곡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나 악상을 전개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새롭고 특별한 곡입니다. 그 기법상의 구성과 전개, 내용, 악기의 편성 등에서 볼 때, 그의 교향곡 중 수위(首位) 자리에 놓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곡의 분위기는 여러 면에서 5번과 닮아있습니다. 빠른 템포로 휘몰아치는 1악장이나 서정적인 2악장도 그러하고, 변화무쌍한 3악장의 춤곡도 그렇습니다. 특히 마지막 악장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절정을 향하여 치닫는데, 마치 5번에서 들려주는 폭발을 연상시킵니다. 이 곡의 핵심은 넘치는 생명력으로 약동하며 열광적으로 휘몰아치는 리듬입니다. 듣는 이의 마음을 흥겹게 고조시키는 리듬이 거의 전 악장에 걸쳐서 빈번히 등장합니다.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강물의 에너지 같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단순한 리듬의 향연이 아니라 그 리듬을 교묘하고 활발하게 전개시켜서 용솟음치는 격렬함에 빠져들게 합니다. 4악장에 이르러 이런 점이 더욱 뚜렷한데 4악장은 문자 그대로 ‘리듬의 향연’입니다. 그 자신이 스스로도 4악장을 가리켜 말하기를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이며, 그렇게 빚어진 술로 세상의 풍파에 시달린 사람들을 취하게 하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이 곡이 초연되었을 때 일부의 비평가들이 “마치 술주정꾼의 작품 같다.”라든가 “베토벤이 술집에서 이 곡을 쓴 모양이다.”라고 비꼬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평론가는 ‘운명을 차버리는 듯한 씩씩하고 강렬한 에너지의 폭발이 보인다.’라고 했고, 리스트는 ‘리듬의 화신’이라며 생명력 넘치는 리듬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로맹 롤랑은 자기의 저서 베토벤 전기에서 이 곡을 일컬어 '리듬의 대향연'이라 하였는데, 장엄한 느낌과 변화무쌍한 전개가 돋보이는 1악장,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드는 듯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펼쳐지는 2악장, 밝고 따스한 느낌과 베토벤의 호탕한 멋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기쁨을 전해주는 3악장, 발랄한 생명이 불타오르는 기분을 전해주는 열정적인 4악장, 이 곡은 각 악장마다 독특하고 인상적인 리듬이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교향곡의 매력을 완벽하게 전해주는 곡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