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부산교구 광안성당 주임신부 김근배 아벨 신부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마태오 25,41-46
최후의 심판 기준
전례주년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교회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낸다. 특별히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내는 의미는, 이 세상의 종말을 우리에게 가르치기 위함이며, 나아가 세상의 종말에는 그리스도께서 왕이 되셔서 모든 사람을 심판하러 오실 것임을 알려줌으로써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말씀도 최후의 심판 장면을 상세하게 보여주면서 심판의 기준은 무엇보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마태오 25. 40)임을 말씀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최후 심판의 기준은 바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웃 사랑의 정신이며, 이 이웃 사랑의 정신은 당신 자신을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와 동일시한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으로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불가분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 하면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특별한 존재로만 생각한다. 즉 인간이 누릴 수 없는 영광과 권위, 찬란함과 웅장함을 가지신 초월적인 분, 그래서 우리와는 전적으로 다른 세계에 계시는 분으로만 생각한다. 물론 이 사실은 분명한 진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을 초월적인 분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분은 초월적인 분이지만 동시에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이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단지 그분을 초월적인 분으로만 생각한다면, 그분은 우리의 찬양과 공경의 대상으로만 머무르게 되고 이제 우리에게는 그분과의 사랑을 주고받는 일 보다는 섬기고 숭배하는 일에만 전념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 ! 그분은 숭배와 흠숭, 찬양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분이지만 또한 우리 삶의 현장 속에서 똑같이 만날 수 있는 분이다. 영광의 세계에서만 계시는 분이 아니라 굶주리고 목마르고 외로움을 느끼는 구체적인 한 개인과도 깊은 유대를 맺고 계신 분이다. 바로 이 분이 우리가 믿고 왕으로 고백하는 주님이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굶주리고 목말라하고 병들어 괴로워하는 예수님을 우리 삶의 자리에서 찾아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을 통해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그분을 발견하고 의식할 때, 우리의 삶은 한층 성숙한 모습이 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마태오 25. 46)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