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공통점과 차이점

[이니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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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9시간  ·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공통점과 차이점>

지금 지구상 두 군데서 심각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유럽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전쟁과 서아시아 팔레스타인의 가자지역 전쟁이 그것이다. 이 두 전쟁 사이에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오늘은 그에 대해 좀 생각해보려고 한다. 

두 전쟁의 가장 큰 공통점은 미국이 전쟁의 원인 제공자라는 데 있다. 미국의 사주나 후원이 없었더라면, 두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둘 다 미국의 대리전에 속한다. 미국이 우크와 이스랄의 뒷배 노릇하기를 그만두면 전쟁은 바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우크전의 경우 러샤의 침공으로 인해 러-우 전쟁이 빚어졌고 미국과 EU,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침략받은 우크를 지원하러 나섰다는 것이 주류 언론을 포함한 서방의 시각이다. 그러나 우크 전은 22년 2월 24일 러샤 군의 침공으로 일어나기는 했어도 그것을 도발한 것은 미국이라고 봐야 한다. 러샤가 이유 없이 우크에 군대를 보내지는 않았다. 서방 주류매체가 늘어놓은 거짓말과는 달리 러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미국의 도발이 그만큼 심했다. 

우크 전쟁의 근본 원인은 나토의 동진에 있다. 1980년대 말 독일 통일을 두고 당시 동독을 통제하고 있던 소련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은 소련의 안보 우려를 불식하고자 나토군은 “동쪽으로는 1인치도 나아가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철석같이 한다. 그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러샤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나토는 소련 해체 후 독립한 뒤 러샤와 국경을 맞대게 된 우크에까지 진출을 시도한 것이다. 게다가 2014년에는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합법 정부를 전복시키는 쿠데타를 교사하고 러샤계가 다수인 돈바스 지역의 자치권을 몰수하며 주민들을 학살하기까지 했다. 

2014년부터 2022년 사이 8년간 돈바스에서는 14,000명이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와중에 미국은 CIA를 시켜 돈바스 지역에서 광범위한 반-러샤 비밀 작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이달 초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확인된 바 있다. 러샤가 22년 2월 24일에 침공을 결행한 데에는 시급한 이유도 있었다. 바로 사흘 전인 21일에 나토군의 지원을 받는 우크 군이 돈바스에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펼쳐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한 것이다. 우크 전쟁의 일차 책임은 따라서 러샤의 안보를 위협하며 계속 동진해온 나토, 나토가 그렇게 하도록 사주한 미국이 져야 한다. 미국에 비하면 나토의 지원을 받아 돈바스 주민을 학살해온 우크 친나치 세력의 책임은 차라리 부차적이다.

가자전쟁의 주된 원인도 미국에 있다. 겉으로는 미국의 ‘만류’를 못 들은 채 인종학살과 청소를 자행하는, 비비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랄의 극우 정권이 주범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랄의 그런 악행을 조장하는 것이 미국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랄을 가리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아시아 대양에 배치해 놓은 ‘항공모함’이라고도 한다. 서아시아는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에너지 보고다. 과거 미국은 서쪽의 사우디, 동쪽의 이란을 자국 안보를 뒷받침하는 두 기둥으로 삼아 서아시아를 경영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서아시아 경영 전략은 1979년의 이란 혁명으로 한쪽 기둥이 무너지면서 차질을 빚기 시작한 셈이다. 과거 샤가 통치할 때는 수족으로 부릴 수 있던 이란을 잃은 것이 근래에 미국이 이스랄을 서아시아 최대 동맹국으로 여기게 된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위상 상승과 그동안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펼치던 사우디의 외교 다변화라는 새로운 변화가 생겨 이스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스랄을 미국의 ‘우방’이라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외교적 언사일 뿐 이스랄은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이스랄을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에너지의 보고인 서아시아를 전략적으로 자국 통제 아래 두는 데에 이스랄만큼 요긴한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스랄은 미국에 젖줄을 대야만 생존할 수 있다. 항공모함은 아무리 거대하고 파괴적인 무기일지라도 대양에서 독자적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무기며 병력을 싣고 대양을 항해하려면 계속 에너지와 식량 등을 공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공급선이 끊기면 아무리 막강한 항공모함도 고철 덩어리가 될 수 있듯이 이스랄도 미국의 뒷배가 없으면 그날로 끝날 수 있다. 지금 이스랄이 날뛰는 것은 미국을 뒷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미국이 가자전쟁의 주범인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우크전에서도 가자전에서도 진짜 원흉이라면, 미국과 행동을 함께하는 영국과 EU 등의 유럽,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의 집단서방은 미국의 공범인 셈이다. 우크전과 가나전의 가장 큰 공통점은 그래서 둘 다 미국에 의해, 또 미국과 함께하는 집단서방에 의해 빚어졌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공통점 하나는 두 전쟁에서 미국이 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크 전쟁에서 미국의 대리로 나선 우크군이 형편없이 패퇴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가 봐도 명백하다. 물론 가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 듯하다. 하마스가 실효 지배하던 가자는 이스랄의 일방적 공격으로 벌써 4만에 가까운 인민이 죽임을 당했다. 그런 엄청난 희생을 치르는 것이 팔레스타인 측인데 과연 공격의 우세를 점하고 있는 이스랄과 이스랄을 일방 지원하는 미국이 패배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은 무려 2,700만명의 사망자를 냈지마는 결국 히틀러 휘하 독일군의 항복을 받아냈다. 지금 이스랄이 가자를 악랄하게 유린하고 있지마는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 

이스랄은, 가자의 하마스가 알-악사 홍수 작전을 펼친 다음 날인 10월 8일 가자를 침공하면서 잡혀간 인질의 구출과 하마스 패퇴를 목표로 내세웠다. 그 뒤로 다섯 달이 지났지만 이스랄 점령군이 한 일은 가자를 초토화하고, 어린이와 여성, 노인을 포함한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을 앗은 것뿐이다. 그동안 이스랄은 과거 나치에 당한 희생 전력을 앞세운 ‘희생자 코스프레’로 세계인의 동정과 지지를 받아왔으나, 이번에는 그들 자신의 진면목, 즉 나치와 눈곱만큼 다를 바 없이 사악하고 악랄한 학살자임이 드러난 셈이라 할 수 있다. 이스랄은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도덕적으로도 철저히 패배했다. 

어디 이스랄뿐이겠는가. 이스랄이 지금 병원과 학교, 사원, 주택 가리지 않고 폭격을 가하는 것은 미국이 계속 무기를 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랄의 패배는 그래서 사실상 미국의 패배이기도 하다. 이스랄이 ‘이스랄하게’ 만드는 원흉은 미국이다. 이스랄 점령군이 가자와 웨스트뱅크 등에서 무고한 팔레스타인 여성들, 어린이들, 노약자들을 죽일 때 쓰는 비행기와 대포, 미사일, 포탄은 모두 미국이 대준 것 아닌가. 미국은 서아시아를 통제하기 위해 이스랄의 그런 악행을 방조하고 조장한다. 그러나 이스랄이 군사적, 정치적, 도덕적 패배를 면치 못하는 것은 미국도 그렇다는 말이다. 

사실 미국은 이스랄에 군사적 지원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며 이란을 비난하며 공격할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마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오히려 더 큰 궁지에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그런 점은 미국이 예멘의 저항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오늘도 예멘은 드론으로 미국의 구축함을 공격했다고 하는데 아라비아반도 최빈국인 나라에 대해 미국은 속수무책인 꼴이다.

다른 공통점도 있겠으나 그만 살피고 이제는 우크전과 가나전의 몇 가지 차이점을 살펴보자. 우선 미국의 대리자와 맞붙고 있는 상대자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 미국을 대신해 전쟁을 수행하는 우크군이 맞서 싸우는 대상은 이제 누가 봐도 초강대국인 나라다. 러샤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미국과 나토 전체가 힘을 다 모아도 당하지 못할 군사력을 지닌 것으로 판명됐다. 그런 군사력은 산업적 능력을 포함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다고 봐야 한다. 미국으로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자신과 비등한 상대와 싸우게 된 셈인데 대패한 꼴이다. 러샤는 미국, EU, 그리고 집단서방과 싸우면서 브릭스 등 자국의 우방을 확보해 외교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반면에 가자와 팔레스타인은 러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취약한 실체다. 팔레스타인은 아직 민족국가로 형성되지도 않았다. 나아가서 팔레스타인의 지원군이라 할 수 있는 서아시아의 국가들, 아랍권과 이슬람권은 다 합치면야 러샤를 능가할 수도 있으나 아직은 내부 결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스랄과 미국에 제대로 대적할 수준은 아니다. 가자에 가해지는 파괴적 공중폭격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가자를 지키는 하마스군이 정규군이 아니며 군사 장비도 태부족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크에서는 미국이 지원하는 우크군이 러샤군의 공격에 의해 당하는 편이라면, 가자에서는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랄군이 하마스군과 가자 인민을 외관상으로는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형세다. 미국은 그래서 가자에서는 군사적 우위에 있는 측과 손잡은 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랄의 그런 우위는 다른 측면에서는 문제가 된다. 그들의 군사적 우위가 관철될수록 도덕적 우위는 추락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스랄의 폭격이 효과를 거두면 거둘수록 더욱 분명히 확인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이스랄과 미국의 잔인성이다. 미국은 항상 민주주의와 가치(이 가치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를 내세워 타국의 내정에 간섭해왔다. 그러나 이스랄에서 그 가치들은 여지없이 깨진 몰골이다.

또 하나 차이점은 러샤는 거의 혼자 힘으로 집단서방을 대적하고 있다면, 가자의 주력군을 구성한 하마스는 비정규군이지만 지원군이 많다는 점이다. 러샤는 중국, 특히 북한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마는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은 받지 않았다. 반면에 하마스군은 가자 내부에서는 전쟁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어도 팔레스타인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리고 그 인근 지역을 놓고 보면 ‘저항의 축’의 지원을 크게 받는 셈이다. 

특히 예멘의 안사르 알라는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쏘기도 하고, 홍해를 거의 실효 장악해 이스랄로 가는 선박의 통행을 막고 있다. 안사르 알라는 최근에는 이스랄과 연관된 것이면 홍해를 지나지 않고 인도양에서 희망봉으로 가는 선박까지도 막을 것이라고 나섰다. 러샤는 그런 직접적 지원군은 없는 셈인데, 그렇다고 불리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러샤는 사실상 이미 전쟁에서 승리한 셈이며, 자신의 승리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남겨둔 셈이라 할 수 있다.

우크전쟁과 가자전쟁 사이에는 더 살펴볼 공통점과 차이점이 많을 것이다. 일단 살펴본 점들만 놓고 보면 결국 문제는 미국이 러샤에 대해, 팔레스타인에 대해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여겨진다. 우크전에서 러샤의 승리는 이미 결정된 셈이다. 가자에서도 외견과는 달리 근본적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다수 논자들에 따르면 이스랄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스랄군이 하마스를 당장 패퇴시키지 못하면 가자전쟁은 생각보다 오래 끌 공산이 있다. 

미국과 이스랄은 그 결과 저항의 축과 장기전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이 언제까지고 자국의 항공모함을 대양에 띄워둘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장기전은 이스랄에 불리하다는 말이 된다. 우크전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우크에서는 전쟁의 끝이 보이는 듯싶다. 그만큼 우크군의 궤멸이 심대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이 고집을 부리면 우크가 전쟁을 질질 끌며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결국 두 전쟁의 문제 핵심은 미국인 셈이다. 두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이 미국이니 그럴 법도 하다. 미국, 참 고약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