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겨우 육십이다.
칠십팔십 구십 먹은 어르신들이 장벽처럼 둘러 선 가운데
내 나이 육십이 뭐라고 호들갑이냐 싶겠지
그래도 육십이란 나이가 주는 묵직한 압박감은 어쩔 수가 없다.
육십이 면 인생 새로 시작한다는 말 참 많이 들어왔다.
뭐 이런 말 있잖던가
"인생은 육십부터"
막상 육십이 되고 보니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뭐랄까 지금까지 살아온 건 인생 전반전이었고 육십부턴 인생 후반전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데 후반전을 뛰기도 전에 몸 여기저기에서 악소리 나는 통증과 원인을 제대로
알 길 없는 증상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갑자기 우측 눈의 귀 쪽 방향의 위쪽에서 번쩍번쩍하는 빛이 보인다.
자고 일어났더니 고산지대에 올랐을 적의 먹먹한 증세와 함께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왼쪽 등 쪽 허리 근육에 둔통이 생겼다.
목 왼쪽 뒤에 엄청난 통증과 그게 머리까지 뻗쳐올라가는 두통으로 연결된다.
도대체 왜 이런 거지 내가 뭘 잘못했는가 하나님께 있는 죄 잘 모르는 죄 생각이 나지 않는 죄
모조리 읊조리며 회개 기도를 하였다.
웃음이 나온다.
어이없음의 웃음이 속 방귀 몰래 빠져나가듯이 꾹 다문 입술의 가장자리로 피식하고 달아난다.
그래 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람이지 나이 드니까 고장도 나는 거고 고칠 곳이 생기는 거지 안 그런가 말이야
스스로 자위적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진심은 온갖 불안함이 두엄 더미를 뒤집어쓴 것 같이 싫고 짜증스러웠다.
다스리자 쉼 호흡 한 번 하고 그래 평정을 되찾자 나는 원래 맹한 사람 아니었나 근데 왜 이리 호들갑스럽지 나원 참
대한민국에 산다는 게 감사할 때가 있다.
바로 의료혜택이다. 요즘 의사들 증원한다고 생 난리들을 치더니만 북한 김정은이 뉴스 나오면 그 소리 뉴스거리에서 쏙
들어간다. 김정은이를 이용하고 있는 거 아닌지 또 모르지 암튼 시골에 의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증원하면 뭐 하나
다 서울 아니면 광역도시에 자릴 잡을 텐데 지방 의료원이라도 제대로 관리하던지 애꿎은 지방도시와 면단윈 말할 것도 없고
제기랄 그만하자
암튼 눈이 문제라서 안과를 갔고 귀가 문제라서 이비인후과를 갔고 허리가 문제라서 정형외과를 다녀왔다.
그야말로 땜질 처방을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땜이란 허접한 거 말고 여기저기 구멍 난 것이 많아서 더덕더덕 때우듯 진료를
받았다는 의미다. 그래 어찌어찌해 몸이 견딜만한 상태로 돌아왔다. 정신머리도 조금 진정되고 이제야 차분히 앉아서
글이란 걸 쓰게 되었으니 이것이 기적이고 이것이 감사할 엄청난 조건 아닌가.
나이 육십 되면 몸뚱이 여기저기서 아우성 소리가 들리고 때론 물폭탄을 쏴서 그놈의 아우성을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왜란 말은 쓰지 말자 왜 갑자기 왜 여기가 왜 아프지 그딴 소린 집어치우자. 그동안 그렇게 혹사스럽게 제 몸을 썼으니까
그 정도의 아우성으로도 감지덕지지 어디 암이라도 생겼어봐 엄청 뭐 그런 거 아니겠는 감
나이 먹는 거 그거 거저가 아닙니다.
그만한 대가를 톡톡히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니 여기저기 좀 아프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이게 다 늙어가는 과정이구나 여기시고 적절히 치료받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젊게 살고 싶다면 그놈의 쓸데없는 욕심일랑 때려치우세요.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