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저는 입으로는 열심히 기도를 하는데, 머리 속은 다른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그래도 기도를 계속 해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 답
우리가 참선을 하든, 기도를 하든, 다른 일을 하든 온갖 망상들이 떠오르죠?
안 그런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없죠? 이건 매우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밥 안 먹으면 배고프듯이, 기도할 때 망념이 떠오르는 건 정상적 현상에 속합니다.
어떤 시장을 통과해서 저 건너편 절에 기도를 하러 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장을 지나가려면 주위에 이것저것 볼 게 많죠?
절에 가는 게 목적이지만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것 기웃대는 게 나쁜 거예요 정상적인 거예요? 정상적인 거죠?
또 어떤 점포에선 상인들이 나와서 소매를 잡아끌면서 들어와 보라고 호객행위 해요 안 해요? 하죠?
그 사람들 나쁜 사람이라서 그래요 자기 일이라서 그래요? 자기 일이라서 그러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아보여도 그냥 가야 되고, 팔을 잡아 끌어도 그냥 가야 되겠죠?
마찬가지로 망념이 일어나는 건,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한다든지, 내가 물건을 보고 견물생심(見物生心)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그건 그냥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거기에 내가 끌려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기도할 때 망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내가 절에 갈 땐 호객행위도 하지 말고, 보면 내 마음이 흔들리니깐 물건도 다 치우고
내가 절에 가는 날은 시장 점포들 다 문 닫고 있으라는 거와 같습니다.
그런 점포들 시장길을 통과해서 절에 가는 것처럼 망념들을 통과해서 수행정진 하는 것입니다.
소매를 당기면서 호객행위를 하다가도 계속 내 갈 길을 가면
그들이 손을 놓습니까 아니면 목을 잡고 매달립니까? 놓아줍니다.
어떤 가게에서 잡다가 놓아줘도 다음 가게에서 또 잡아당기고, 또 다음 가게에서 잡아당겨도
내 갈 길이 분명한 사람은 구애받음이 없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는 게 수행입니다.
수행할 때 원(願)이 분명하면 온갖 망념에 끄달릴 일이 적지만
원(願)이 분명치 않고 그저 막연히 '기도한다.' 할 때엔 중간에서 노닥거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어봅니다. 천수경을 왜 독송하나? 염불은 왜 하나? 그냥 하면 좋다는데요.
절에 왜 가나? 그냥 가면 좋다는데요. 이러면 이제, 절다운 절엔 가보지도 못하는 겁니다.
남이 장에 간다니까 그냥 따라가듯이. 여러분이 이렇게 하니까 잘 안 되는 겁니다.
수행을 제대로 하려면 자기 까르마(업)를 넘어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