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개척하기 전, 갓 목사 안수를 받은 저는 어느 오래된 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해 간 적이
있습니다. 그 교회는 20년이라는 적지 않은 교회 연륜에 비해 출석교인은 고작 30여명 정도로 매
우 미약한, 그러니까 상처가 많은 교회였습니다.
그 교회의 특징은 출석교인보다 집사님들이 더 많았습니다. 자그마치 서리 집사님들이 45명이
나 되었으니까요! 이 말도 안 되는 일의 의문점은 곧 풀렸습니다. 교인명부에 등록은 하였으되
교회를 떠났거나 더 이상 출석치 않는 이름뿐인 사람들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우선 이 거품부터 제거를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현재 출석하고 있는 사람들만 등록교인으
로 인정을 했고, 제직도 안수집사, 권사등을 제외한 서리 집사는 제직세미나를 이수한 분들 중에
서 임명하겠다고 미리 광고를 한 후, 그 이듬해 신년에 그렇게 임명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자 교
회는 비록 숫자는 많지 않아도 모임이 알차지고 적당한 긴장감과 활기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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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교회를 개척을 준비하면서 몇 가지 교회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
가 교회의 제직, 즉 서리 집사등, 직분자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교회는 제직
에 대해서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방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앙고백이 불분명한 집사, 십일조 생활, 주일 성수등, 신앙의 기초적인 훈련도 되어 있지 않는
집사, 음주, 흡연등 기본적인 건덕 사항인 주초(酒草)문제도 해결되어 있지 않은 집사, 공예배시
대표기도는 물론, 작은 구역모임에서조차 기도하는 것을 꺼리고 하지 못하는 집사, 평소 성경을
읽지 않을 뿐 아니라 아예 성경책을 교회에 두고 다니는 집사, 그저 사람의 체면따라 연령따라
아무개 선생, 또는 아무개 성도라 부르기가 애매해서 서리 집사정도는 부르기 좋은 허울뿐인 집
사들...
너무 심하게 말씀을 드렸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교회마다 사정은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남발된 집사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약해지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일 것입니다.
한가족교회는, 새해를 준비하며 벌써 3주전부터 제직세미나를 열고있습니다. 장년 출석 50-55
명 정도의 작은 교회... 제직이라야 명예 권사님 한 분과 서리 집사 여섯 분, 모두 일곱 분이지만,
그래도 이 분들은 새가족모임 5주, 제자훈련 16주등 교회에서 정한 소정의 신앙양육체계를 거치
신 분들입니다.
앞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교회를 개척하기 전부터 제직에 대한 원칙을 세웠었습니다. 그저 일정
기간동안 교회에 출석했다는 이유로, 연령이 된다는 이유로 쉽게 임명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
다. 무슨 해병대도 아닌 바에야 "한번 집사는 영원한 집사"(?)라고 매년 마다 의례적으로 임명을
하는 것도 교회의 건강성에 비추어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교회의 경우, 다른 교회에서 수평 이동해 오신 성도님들은 일단 이전 교회의 직분은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즉 장로, 안수집사, 권사등을 제외한 서리 집사님들은 저희 교회에서는 그
저 아무개 성도님이라고 불리워집니다. 교회에 등록을 하고, 목사가 심방하여 교회에 관한 오리
엔테이션을 할 때, 예외 없이 직분자에 대한 원칙을 설명합니다.
한가족교회의 서리 집사의 임기는 1년입니다. 다시 임명을 하더라도 매년마다 새로 임명장을 적
어 드립니다. 이 원칙은 실제로 지켜지도록 합니다. 서리 집사의 후보는 신앙고백이 분명해야 합
니다. 그리고 무슨 법적으로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은 없지만, 한가족교회 자체 내규로 집사는, 등
록한 세례교인으로써 일대일 제자양육16주 과정을 마치도록 하고 있고, 이 분들을 매년마다 제
직 세미나에 들어오게 한 후, "집사임명동의서"에 서약과 서명날인을 거쳐 임명을 합니다. 그러
니까 서리 집사로 봉사를 하다가 이듬해는 본인의 뜻대로 서리 집사직을 쉬거나, 혹은 교회로부
터 임명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는 다시 "아무개 집사님"이 아닌 "아무개 성도님"으로 불리워 집니
다. 몇 사람의 전례를 통해 이것에 수치감을 느끼거나 시험 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정착이 되었
습니다.
집사는, 잡을 執, 일 事 라는 용어의 뜻처럼, 교회의 여러 부서의 필요에 따라 일하는 사람으로 세
웁니다. 따라서 저희 교회에서는 할 일 없는 집사, 일하지 않는 집사는 없습니다. 한가족교회의
집사는, 순장(다른 교회의 구역장)으로, 주일학교 교사로, 성가대원으로, 각 기관장으로... 어딘
가에서는 감당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종 공예배 참석은 물론, 대표기도도 한 달이면
한 두 번은 꼭 들어갑니다.
사랑하는 글방 가족 여러분,
혹시 여러분들이 다른 교회 성도님들이시라는 전제하에 제가 여러분의 담임목사가 아니기 때문
에 편안한 마음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면, 이제는 이름뿐이고, 허울 좋은 집사는 그만 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교회에 유익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왕에 집사 직분을 받으셨다면 똑바로 하시길 바랍니다. 각종 공예배에 열심히 참석하
시고, (특히 주일저녁, 수요일 저녁 예배 참석은 기본임을 잊지 마십시요.) 충성하십시요! 그리
고 청지기적인 자세를 가지고 십일조 생활을 비롯해서 헌금생활에도 힘을 쓰십시요. 목회자와
함께 하나님의 교회를 아름답게 세워가는 일에 헌신하시기 바랍니다. 집사는 그러라고 부름 받
는 자리입니다. 그럴마음도, 자신도, 자세도 되어 있지 않다면, 차라리 그만 두시는 게 낫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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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퍼온글) 어느 목사의 생각 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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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04 23:4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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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뜨끔 합니다 !
오늘 다시봅니다
교회나가면 모두 집사...................... 집사는기본직함인가봅니다
오늘날의현실은 직분도 재 점검되어져야된다고생각합니다
몇십년다녀도 변화가없다면................
그러나 그도 하나님자식임에는 분명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