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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의 고수가 되는 길 (경마 실전 베팅 가이드, 128~131페이지, 저자 이 지우)
십년지기 거래처 사장이 있다. 인쇄소를 운영하며 날마다 기계와 잉크를 만지다 보니,
그는 손도 거친데다 손톱 밑에는 언제나 시커멓게 더께가 끼어 있었다. 옷차림 또한 기름때 절인 채 생활하는 그였다.
일하던 옷차림 그대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이었다. 멋을 낼 줄 모르는, 참으로 소박한 모습이었다.
어느 날 그와 술을 한 잔 하다가 그에게 조언을 하였다.
"사장님, 내일부터는 생활을 좀 바꿔보시죠. 항상 넥타이 차림으로 출퇴근하시고, 이발도 자주 하시고요.
일할 때는 작업복 차림으로 하되, 출퇴근 할 때는 꼭 하얀 와이셔츠에다 넥타이를 매세요.
이 건물 사람들이 아마 사장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거에요."
고맙게도 김사장님은 내 조언을 그대로 따라주었다. 단정하게 이발을 하고 하얀 와이셔츠에다 넥타이를 맨
그의 모습은 빛이 날 정도였다. 과거의 모습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공장에서 일만 하는 사람 같았던
그에게 한 회사의 대표 혹은 경영자나 CEO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서로 마주치면 고개만 까딱하거나,
"어이, 김사장"하며 하대하듯이 부르던 사람들이 고개를 더 숙여 인사하며, 스스로 공손해지는 것이었다.
의복이 날개라는 고루한 속담을 들먹이지 않아도, 옷차림이란 바로 그런 자신의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다.
실내 경마장이든, 렛츠런 파크든, 가끔 오가는 사람들의 행색을 보면 남루해 보일 때가 빈번하다.
자신이 스스로 고급스럽게 해야 자신의 주변도 고급스러워지고, 주변 사람들도 자신을 높이 보게 된다.
경마를 도박으로 생각하면 자신은 도박꾼밖에 안 되지만,
경마를 가장 스릴 있는 오락 가운데 하나로 생각한다면 자신은 고급스러운 취미 활동가인 셈이다.
'경마장'하면 돈을 떠올리기 보다 '스릴'을 먼저 떠 올릴 때, 쓰디쓴 패배의 맛도 '멋'으로 승화될 수 있다.
긴장 혹은 스릴이 없는 삶은 일찍 생을 마감한다.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그것을 삶의 묘미 혹은
스릴로 생각할 줄 안다면 그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전어는 성격이 급해 산지에서 금세 직송해 와도 도착하면 대부분 죽어버린다.
그래서 산지에서 전어를 실을 때는 전어 무리에다 게를 몇 마리 같이 넣어둔단다.
그러면 전어는 게에게 물려죽지 않으려 계속 긴장하며 움직임으로써
현장에 도착해도 팔딱팔딱 살아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긴장이나 스릴 있는 삶이라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경마는 스릴을 즐기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게 된다. 돈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돈은 절대 천박한 게 아니다. 설혹 경마장에서 내가 잃은 돈일지라도
누군가에게 흘러 들어가 그의 피와 살이 되는 것이다.
돈을 신성시 할 때, 자신을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돈도 흘러가기 마련이다.
경마장에 가면서 이발하고, 목욕재계하고, 옷차림 단정히 해서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주인 없는 돈은 없다. 다른 이의 돈을 내게 들어오게 하려면,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경마를 즐기는 이들에게 이런 문화가 팽배해질 때, 경마와 경마장 주변은 지금보다 훨씬 멋진 환경이 될 것이다.
그러면 경마장이 들어설 때마다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 싶다.
경마에는 집중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 몸차림이 어수선하면 집중력은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몸이 산뜻해야 집중력도 높아진다. 꼭 경마 환경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경마를 만나러 갈 때는 충분히 수면을 취한 후 이발도 하고, 목욕도 한 다음, 단정한 차림으로 가기를 권한다.
꼭 양복차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한 가지 더 권유하고 싶은 게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녹차를 즐겨 마셔라는 것이다.
승패의 스릴이 있는 만큼 경마장에서는 스트레스 또한 심하게 받을 것이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에는 커피보다 녹차가 제격이다.
녹차를 즐겨 마시다 보면 성격도 다소 여유롭게 변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더욱이 녹차이다.
녹차에는 혈관 질환 예방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급성 심근경색, 뇌혈관 질환 등), 탈모 방지, 위암 예방,
피부 미용 및 피로 회복, 독소 배출, 다이어트 효과, 관절염 예방, 치아 상태 효과, 소화 효과 등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녹차가 백혈병 치료는 물론, 에이즈 억제 효과조차 있단다.
이런 효능이라면 천혜의 보약이 따로 없다.
녹차에 함유되어 있는 '에피갈로카테킨 갈산염(Epigallocatechin Gallate: EGCG), 성분이
백혈병 세포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화학적 작용을 차단시키어 백혈병 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미국 Mayo 병원의 Neil E. Kay 박사 연구진에 의하여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녹차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이 에이즈의 원인 병원체인 HIV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한다. (출처: 한국 과학기술정보 연구원)
하지만 무엇보다 녹차 효능은 육체적인 것보다 다음과 같은 정신적, 정서적 효능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녹차는 여유요, 사색이요, 선(禪)이다. 아무리 녹차 효능이 뛰어나도 녹차와 친해지지 않으면 녹차를 즐기다가
금세 싫증을 내고 만다. 자극적 음료가 다시 사로잡아버리는 것이다.
다기(다관, 숙우, 찻잔 등)를 갖춰 찻잎을 우려내 마시는 녹차는 차 시간이 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기를 대하든, 다기 앞에서 마음을 내려놓든 서두르는 법이 없다.
경마를 즐기는 데는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
커피가 성정 급한 도시라면, 녹차는 시간이 정지된 듯한 시골이다.
한 템포 빠르면 하루를 잃기 쉬우나, 한 템포 늦추면 이틀을 얻을 수 있는 게 세상사다.
녹차처럼 한 템포 느리게 사는 것이다. 느리게 살면 행복도 삶도 늘어난다.
급하고 거칠고 삭막한 경마장에서는 무엇보다 녹차형 인간을 지향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다. 절제, 기다림, 집중이 그것이다.
모두 같은 의미인 듯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절제의 고수가 틀림없다.
절제의 고수가 곧 경마의 고수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녹차를 마시는 다도(茶道)에는 절제와 기다림, 그리고 집중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녹차의 색깔과 향기와 맛을 우려낸다. 여하튼 도(道)까지는 아니더라도,
혹여 경마장에서 얻은 불쾌함이 있다면 여유롭게 녹차를 마시며 치유하길 권한다.
우주의 삼라만상에는 기운이 흐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존재케 하는 것도 기운이다.
말에게도 기운이 흐르고 사람에게도 기운이 흐른다. 그날 내게 흐르는 기운이 바로 자신의 운세이기도 하다.
내 기운이 좋아야 좋은 기운이 내게 온다. 따라서 항상 좋은 기운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술은 사람의 기운은 빼앗아 간다. 술을 마신 이후에는 악몽을 꾸는 경우가 잦다.
악몽은 기운이 떨어졌을 때 주로 꾸게 된다. 우리말 가운데 "해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요사하고 간악한 기운'을 뜻한다.
기운이 떨어졌을 때 이 해매가 찾아오고 악몽을 꾸게 하는 것이다.
승리의 여신은 기운이 강한 이에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경마의 고수가 되고 싶거든 술을 멀리해야 한다. 경마뿐만 아니라 우리 삶 자체에서도
술은 자신의 기운을 빼앗아가는 해매 그 자체이다. 술 없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을 끊어본 사람은 안다. 술 없는 세상이 훨씬 더 아름답고 기운차다는 것을.
술을 끊으면 영(靈)이 맑아지고, 영이 맑아지면 경마를 보는 눈도 더 밝아진다. (이승훈)
첫댓글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처럼 경마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가 담긴 글이라 책에 줄치며 읽었는 데,
직접 자판으로 글을 치다보니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예전에 다음 블로그에 음악과 함께 글을 올리던 기억도 나네요^^
감사합니다
님이 있어 밴드가 발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더 고맙고 회원님들 격려에 힘이 납니다. 예전에 외롭게 혼자 지낼 때 일기처럼 써두었던 예전 블로그의 글도 추억삼아 종종 올려볼게요^^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지은이님이 쓰신 책을 보고 다시 자판 치면서 저도 새로 배우는 게 많았네요^^
겸허하게 되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절제 기다림 경마에서그어떤 말보다 중요합니다
매경주를 베팅해선 경마에서이길수없듣이 승부가아닌게임에선 위에서말씀하신것처럼
하번뒤로물러나녹차한잔의여유가다음경주의가치를너높게만드는것입니다
좋은글감사합나다👍
좋은내용의글이였읍니다.
경마는자신과의싸움이라생각합니다.저또한오랜기간경마를접하다보니느끼고깨우진점이한둘이아닙니다.
본글중에서가장와닿는부분은 정신의맑음에대한글귀가제일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