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철거 이야기를 써내려갔으나
종국에는 도서관이 다시 사는 이야기였습니다.
도서관 철거 계획이 취소되었습니다.
기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무엇을 붙잡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이를 궁리하고 나아갈 뿐입니다.
1. 해석
무엇이 철갑을 두른 듯 단단했던 그 계획을 바꾸게 한 것일까?
사람은 생각한대로 산다, 사람은 사는대로 생각한다.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겠으나
사는 것과(행위) 생각은 서로를 전제하고 영향을 주며 순환한다 볼 수 있습니다.
상황은 이미 흘러갔고 나중인 지금
어떻게 생각(여기서는 해석이겠지요)할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생각 다음에 오는 삶을 얼마쯤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무엇이 도서관을 다시 살게 했는가?
구청장의 지시인가?
민선 정치인의 선심인가?
구민의 삶을 위하는 진심인가?
민원을 두려워하는 공무원 집단의 방어와 회피인가?
민중을 섬기는 공직자의 충심인가?
누군가의 욕심과 또 누군가의 변심인가?
우리의 간절함과 진정성인가?
모릅니다.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진정성과 위선
제게는 모두 허상에 가깝습니다.
그런 것에 관심없습니다.
모르는 것을 근거 삼아 해석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증거로 이 상황을 보려고 합니다.
구청장님을 처음 만난 행사 당일, 엄마들이 받은 충격과 그로써 나온 말들
동명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변호
금봉 선생님이 물인 것 처럼 속여서 떠온 소주 한 잔
그 물을 들이키고 용기내신 송반장님의 강변
주채영 선생님의 눈물과 이중재 선생님의 전화
윗마을 장례식에서 나눈 도서관을 살리겠다는 아저씨들의 결의
해솔이 아빠의 막걸리 위로
박현이 선생님의 조언
유춘이 선생님의 기도
승주와 반야솔의 위로
유빈이의 울분
통장님과의 동행
진반장님의 노력
유광옥 아저씨의 웃음
신선생님이 짚은 본질과 한숨
임박사님의 떨리던 목소리
임선생님의 자료와 분석
채원이와 연우와 동건이와 호운이의 연락
주인 아저씨의 각오
아이들의 슬픔과 분노
물들다 완두콩의 인내
어머니의 기도
민정씨의 눈물
은우의 에너지 충전기
멀리 있는 동지들이 건넨 전화와 문자와 DM과 기도와 응원과 돈
조용히 숨죽이며 응원하는 사람들
의지했던 이들의 무관심
팔짱끼고 물러선 치들의 능청
호기심으로 지켜보는 다음 세대의 평가
굽은 나의 에고 위에 놓인 곧은 길을 향한 의지
이 모든 것이 뒤엉켜 흐르는 순리라는 이름의 깊은 강.
그 흐름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고 우리는 지금 여기서 그 강을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보려고 합니다.
2. 의미
도서관이 헐린다고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뜨거운 불꽃들이 꺼지고
갈등과 고뇌와 자책이 가라앉은 자리에 남은 것은 감사였습니다.
아. 그동안 정말 평안히 잘 지냈구나.
참 고맙다.
감사해야겠다.
제게 이번 일의 의미는 감사입니다.
12년 동안 월세 한 번 안 올린 주인 아저씨
땀 흘리며 함께 가꾼 모든 사람들
굶기는커녕 호사를 누리며 살게 성금 보내준 동지들
한없이 부족한 일꾼을 믿고(때론 못 믿어도) 함께한 아이들과 이웃들
어려울 때 더욱 끈끈해지는 관계
함께 다음을 준비하자는 의지들
지금 제가 손에 쥔 것은 고마움 뿐입니다.
나머지는 다 흘려보냅니다.
어떤 상황을 맞이하건 순리라 여기고 나는 내 할 일을 한다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의 도서관을 지킨다면 그에 따르겠고 허문다면 또 그에 따르겠다 했습니다.
이제 상황은 정리됐고 앞으로의 일이 남았습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살만하고 아이와 더불어 사는 호숫가마을을 위하여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정붙이고 살만한 호숫가마을을 위하여
정겨운 사람살이를 위하여
이제 저는 일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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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철거 이야기 15 [完] - 해석과 의미 그리고 앞으로
첫댓글 도서관이 헐린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너무 깜짝 놀랐고 믿어지지가 않았지요.
많은 시간 힘드셨을텐데 까페도 도서관도
한번도 못가뵈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진정한 마음들이 모이면
허물지 않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네요.
도서관이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네요.
관장님의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더 살맛나는 도서관이 될 것 같네요.
그동안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호숫가마을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주민들 말씀 귀기울여 듣고 계획을 변경해 준 업무담당 분께도 감사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모아질 수 있게 버텨주신 최선웅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이곳에 들어와서 쭈욱 읽고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모든 분들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게 잘 해결되서 참 감사합니다. 행복한 영화제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