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5 ~ 6
설악산에 가다.
[말굽폭포 경유 서봉 정복!]
삶의 앞날을
어리석은 인간의 눈으로 어찌 예측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한계라는 것은 어쩌면
절박한 환경과 맞부딪혔을때 영락없이 그 민낯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잘 풀지도 못했고 깨끗하게 마무리 짓지도 못했었다.
그래서 속이 많이 상했던 며칠이었다.
그렇게 가고팠던 설악산
웅장한 산이 던져주는 그 차가운 계절의 본질을 왜그리 느끼고 싶었을까?
살아있음을 강렬히 느끼게 해줄 것만 같은 겨울의 산을
그렇게 겪어보고 싶었으나
주어진 척박한 환경은 나를 그리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러던중
이번에 설악에 같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 설레라~ ㅎㅎ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덮힌 산의 칼날같은 바람을 맞으며
웅크린 대지 위를 마구 누리는 것.
그게 뭐 그리 하고싶었을까?
암튼~
지인들의 SNS를 통해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간접경험만으로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기에 이렇게 떠나는거다. ㅋㅋ
겨울산 마음껏 누리고 와야지~
물론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 와야지~
그런 어린 아이같은 순수한 그리움 가득 안은체~ 출발한다.
설레는 마음과 달리 기분은 자꾸 가라 앉는다.
왜 이러지?
마음은 하난데 느끼는 기분은 대체 몇개란 말이냐?
대구에서 오후 8시반 출발.
평균속도 150 이상의 무서운 속력으로 양양까지 밟아간다.
12시 안되어 양양터미널 옆 충용회관(군인가족 이용 편의시설)에 도착.
넓고 깨끗한 호텔같은 방을 배정받아 짐을 내려놓고 혼자 휴식을 취한다.
혼자 잔다는게 조금 묘했지만 진짜 편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이 황홀한 공간. ㅋㅋ
새벽 6시에 기상
양양터미널 근처 백반집에서 아침 간단히 먹고 출발
렛츠 고~
울산바위 근처 "폭포민박" 앞 넓다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아이젠을 차고 꽁꽁 언 개울을 역으로 거슬러 치고오른다.
말굽폭포까지 계곡얼음치기로 오를거라한다.
아, 짜릿해라.
아이젠을 차도 진짜 미끄럽거든?
그런데 날씨가 봄이라는걸 깜박했다.
한참을 얼음 쿵쿵밟아가며 중간까지 올라가다보니 엥?
갑자기 푹 꺼지더라는....
단단하게 얼어있어야 할 개울이 물이 얕은 곳에는 거의 다 녹아있더라는...
물에 빠질수야 있나?
그럴때마다 옆의 산길로 빠졌다 들어갔다 하며 말굽폭포 도착한다.
와~ 웅장한데?
봄이 오는 소리(떨어지는 폭포소리)를 들으며 사진찍기~
고앞에서 여유롭게 놀다가
다시 빡세게 가파른 고지를 기듯 오르고 올라간다,
저 아득히 높아보이는 봉우리가 오늘 목적지 서봉이란다.
옴마야~ ㅠㅠ
역쉬 거칠수록 아름다운 산, 설악산이다.
웅장한 위엄으로 '별것 아닌 인간들아 까불지 말거라' 하며 내 마음을 꾹 압도한다.
멋지다... 진짜.
그러나!
감출수 없는 기쁨 뒤엔 댓가가 있는 법
거친 호흡소리와 끙끙대는 신음은 왜그리 숨겨지지 않는거냐? ㅎㅎ
참으려해도 저절로 튀어나오는 신음은 내 권한 밖인데 뭐 어떡하라는거냐? ㅋ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반질반질하게 얼어버린
아이스반 같이 미끄러운 오름길
그 매끄러운 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덜덜~ 떨어가며 힘겹게 오르고 또 오른다.
염통이 쫄아서 촉 달라붙더라는.ㅋㅋ
신발을 잘못 선택한것 같다.
이날은 힘든 것보다 너무 미끄러워 디딜때마다 너무 애를 많이 먹었다.
왜 하필 내게만 그렇게 미끄러운거냐고!
잘못 미끄러지면 크게 다친다는걸 아니까 얼마나 조심조심 마음졸이며 올랐겠는가?
민폐 안 끼치려고 나름 단디 마음 먹었는데 덴장...
근데 생각해보면 미끄럽다고 느꼈을땐 바로 아이젠을 착용했어야했다.
바보같이~ 꼭 넘어져봐야 그제서야 아이젠을 착용한다니까
결국 서봉바로 밑 통천문에 도착.
위로 올려보니 근엄한 바위들의 향연~ 진짜 조망 멋지다.
사진하나 찍으니 입이 헤벌레해진다.
이제부터는 진짜 고생끝 행복 시작이다. 우후~~ ^^;
라면을 끓여 소주한잔의 여유를 가지고 커피까지 음미하며 즐거움을 고조시킨다.
대형 카메라를 든 다른 팀들도 조우한다.
진짜 작품사진 많이 찍겠다. ㅋㅋ
배낭을 벗어둔체
바람때문에 외투는 입고, 정상 암릉길 올라간다.
그래 이거다, 이거!
신선이 노닐듯한 그런 멋진 조망이 내 눈앞에서 마구 터진다.
눈으로 놀라고 입으로 뱉어내고..
그림을 그리라고 해도 이렇게 이쁘게는 못그릴 것이다.
캬아아... 이러니 설악이구나~
왜 다들 설악설악 하겠는가?
으하하하
꼭대기란 꼭대긴 다 올라서서 사진으로 담는다. 다만
바람이 너무 거칠게 불어대어 두려움도 일었지만 뭐 어쩌라고.
전혀... 눈꼽만큼도 내 즐거움을 건드릴 수 없었다.
바람이 얼마나 쎈지
그냥 서 있는것도 힘든데 욕심으로 외계인바위 앞에서 찍혀보려고
고 앞까지 기어가는데
어휴~ 깐짝이야!
몸무게가 조금만 가벼웠더라면 저 벼랑 밑으로 날려갈뻔 했자나..ㅎㅎ
진짜다. 바람이 그렇게 드셌다!
나들이길이라고 울산바위 전체를 다 타는 길인데 3박4일 걸린다고 한다.
그런 멋진 봉우리들이 저마다 자기가 최고라고 그림처럼 나열해 있다.
쵸컬렛바위. 하마바위, 뭐 눈이 호강한다.
직접 봐야..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백번 씨부려봐도 이 격한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기에
산으로 뒤덮인 우리나라, 복받은 우리나라에서 그 많은 산 중 으뜸을 꼽으라면?
왜 설악을 선택하겠는가~
힘들게 오른 노력에 대해 그만한 보상을 해주더라는거
명산, 으뜸산의 조건은 바로 이런데 있는거 아닐까?
가뜩이나 튀어나온 배지만 배터지게 본전 뽑듯 감상했다.
살아있다는게 이런거 아니겠나~
이렇게 느끼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거
내려가는 길에 나 놀랬자나.
아니 이렇게나 올라왔나?
끝없이 계속 내려만 가다보니 진짜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올라올때 미친듯 올라왔겠구먼 ㅋ
평소 운동도 전혀 안해놓고 으이구~.
지금 양양에서 대구로 가는 우등버스안에서
내 조급한 마음이 글쓰기를 계속 허용치 않는다.
마, 요기까지~!
꼭,
즐겁게 감상하시기를....
허이구 바람이 너무 불어 모자를 잡고~
내 오른손부분이 외계인바위다. ㅋㅋ
통천문
말굽폭포 건너편
계곡이 이렇게 놓여져있더라는~
내뒤가 말굽폭포다.
말굽폭포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