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9 ~ 20
설악산
멋진 산 아닌가!
갈 수만 있다면 매주 가면 좋겠지만, 덴장~
멋진 것만큼 거리가 멀어 쉽게 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자나.
며칠전
지맥님의 무조건 같이 가자는 부탁 전화에 설레설레 고개젓다가,
혹시 무슨 일이 있나싶어 두말않고 그러자고 했던 그 응답의 결과로
복에 겨운 설악을 또! 들어가게 되었다.
으하하하 ~
구라청 날씨예보가 요즘엔 신기하게 잘 들어맞는다.
그렇게 춥더니만 언제 그랬냐는듯 따뜻한 날씨로 돌변!
내내 움츠렸던 마음이 편해진다.
처음이 힘들지 자꾸 가다보면 나아진다는 말은 평소 몸관리를 제대로 했을때 얘기다.
그저 편하게 보낸 나의 지난 날은 안타깝게도
전혀 도움될게 없다. -_-';;
한웅큼의 걱정과
여러웅큼의 기대감이 혼합된체 설악을 향한다.
실제 모든건 하늘의 뜻이다. ㅎㅎ
밤새 달려 충용회관에서 편히 쉬고, 새벽바람 가르며 설악동으로 잠입한다.
충주 계영이형도 참석.
우리팀 분위기는 한층 더 올라간다. 와우~!
근데, 강풍특보를 내가 너무 편하게 봤다. ㅠㅠ
설악동에서 올라갈때는 느끼지도 못하겠더니만
노적봉 상단 근처쯤 올라가니
환장하겠네 머리가 움찔움찔 거릴정도의 바람이 자기존재를 과시하며 겁을 준다.
바람이 이다지도 무서운지 상상도 못했다는거 아냐. 휴우~
세상사 앞날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원래 오늘 산행목적은 사진이었다.
멋진 사진 1,000장 찍어서 그중 100장은 작품으로 만들자 다짐하고
멋진 풍경 담으려 올라갔는데 근데... 아~
그놈의 바람이 불어도불어도 너무도 씨게 불어서 모든걸 망쳤다.
덴장, 이 무거운 몸이 바람에 날리더라 이거다.
믿어지시겠는가?
나도 그렇게 바람이 무서운줄 처음 깨달았다.
노적봉은 권금성 건너편 봉우리로 돌삐들로 이뤄져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똥구녕이 싸아~한 짜릿함을 몇번씩 극복해가며 힘겹게 릿지로 올랐는데
마지막 몇십미터 남겨놓고 안그래도 환장하겠는데
거쎄게 드센 바람이 방해를 건다.
그렇게 오르려던 노적봉인데... 이리도 안받아주네. 우째!~
눈물을 머금고 현실을 받아들여야겠쥐?
창창한 다른 날도 있을텐데 바보같이 이런때 목숨을 걸 필요까지 있겠는가
그렇게 포기하고, 꼭대기에서 급하게 계획을 수정
자일을 밑으로 드리내린다.
첨으로 오토블럭 하강을 시도해서 토왕성폭포 바라보며 내려온다.
등산학교에서 배운 기존 팔자하강기와는 완전 다른 시스템
-_-;;
말은 이리 간단히 하지만 식겁하겠네 ㅎㅎ
한국 처음으로 시도한 노적봉 상단 하강을 무사히 마치고
일단 커피한잔의 휴식을 취한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일단 저 급경사를 내려가보고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키로한다.
60자 자일을 가진 계영형이 은벽길로 먼저 간다고 옆으로 사라지고,
자일도 없이 생릿지로 내려가니
이거 죽을 맛이네.
내리막 급경사도 엄청나게 무섭지만
재질이 마사토라 디딜때마다 죽죽 몸이 밀려가니 간이 콩알만해져 조심조심 네발로 기어서 내려온다.
미치는줄 알았네.
그래도, 동료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그들이 내려가니 나두 가는거다.
이런 급경상 내리막은 절대 두번다시 안내려가고프다.
사진 천장은 고사하고
저 밑에까지 무사히~ 내려가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겠다.
인간의 힘은 연약해도 은근 강한 구석이 있다.
그 급경사 마사토 미끄러운 내리막을 결국 무사히 잘 끝내고
덜컹거리는 무릎을 위로하며 토왕폭포 삼거리에서 컵라면 한끼하고
오늘의 일정을 어떻게 할까하고 물어보는데
숙자바위는 어데예~!
바람 그렇게 부는데 워쩔라고.... 별따소도 싫고 오늘은 그냥 내려가입시다.
그랬다.
바람이 그렇게 불어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욕심내면 안되잖아~
바로 철수한다.
이 따뜻한 봄날에 토왕성폭포 하단길은 아직 얼음천국이다.
못다한 사진 찍으며 아이젠으로 얼음바닥을 치고 내려온다.
비룡폭포 상단
여긴 국공이 주둔하는 자리다.
잘 내려가야 살 수? 있는데...
이 느린 몸짓으론 어떻게 될지 뻔한 사실 아닌가?
퍼뜩 내려가 정규등산로와 쓰윽... 합류해 열라 도망가기로 했는데.. 우째!
그만 잡혀버린다.
조져놨다.
누구는 뭐 잡히고싶어 잡히나?
민증 제시하고, 과태료 청구서 끓긴 끊었는데
그 와중에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공손히 사과드리고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 인사까지 드렸다는거 아냐?
어쩌면.... 봐줄지도 모르겠다.(요건 나만의 생각) ㅋㅋ
암튼 그렇게 일찍 끝내버리니 시간이 남아돈다.
뜻밖에 남아버린 시간...
그래서 뭐했을까?
뻔하지 뭐~!
술밖에 더 마셨겠나.ㅎㅎ.
그런 상태로 듬뿍 째리가..
지금 후기쓰고 있다는....
소주.맥주의 알콜 후원에 힘 입어 손가락 하나하나 움직여 정성스레 쓰고있는데...
잘 씌여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ㅋㅋ
원래는 오늘 대구로 가려했는데
저번에 혼자 고속버스에서 그 긴 시간동안 식겁한 트라우마가 있어 엄두가 안난다.
하루 더 버텼다가 낼 같이 갈끼다.
아, 설악의 밤 만만치 않다.
에라이 술이나 더 마셔야겠다.
ㅎㅎ
노적봉에서 토왕석폭포를 배경으로 한컷~
노적봉에서 바로 자일을 내려 급하강하는중...ㅋㅋ
설악동 아침의 풍경~
노적봉 올라가며 바라본 울산바위 정경 캬아~ 다 그림이다.
노적봉 올라서는 모든 길이 더럽게 날카롭다. 짜릿짜릿... 생릿지로 올라온다.
어느부분까지는 이렇게 된비알로 계속 치고 올라야한다.
아 사진이 의미있는 이유는 저기 바로밑이 천길만길 낭떠러지이기에... 저때 얼마나 짜릿했겠는가~
올라오니 요렇게 여유도 부려본다. ㅋㅋㅋ
토왕성 폭포가 다 얼어있다.
쫄지 말라고 엉덩이 뒤로 더 제껴서~~ ㅋㅋ
허이구...이 끝없는 얼음계곡길~
토왕성폭포 삼거리 내려와서~
비룡폭포 상단에서 국공 만나 과태료 끊긴후 여유로운 표정으로~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