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올해의 발표작
아주 잠깐이었지, 눈물이 꽃이 되는 건
한성필
백목련 꽃잎이
눈꽃처럼 날리는
팔달에서 시오리
하빈 가는 고갯마루
친구가
톡으로 보낸
익은 노래 듣는다
산비탈 양지에
참꽃이 따라 부르고
마천산 봉수대길
꽃바람 퍼져 가면
겨우내
묻어 두었던
슬픔이 돋아난다
잊자 했지 그러자 했지
향기 속에 숨겨둔
지난날 후회들이
어느샌가 꿈틀대며
눈물이
꽃이 되는 건
꽃이 또 눈물 되는 일
신작
하중도
새벽부터 길 나선 가을 안개 지쳐서
노곡동 하중도 어둠 속에 숨으면
왕버들 대여섯 그루 비밀스레 소곤댄다
은빛의 갈대들이 알고 보니 억새였어
코스모스 키 크다는 편견은 버려야 해
하 그리 쌓여만 가는 변명의 모래톱
하늘은 더 낮아져 서러움 시리고
수런대는 강물도 봇짐을 헤치며
걸어와 걸어 들어와 이야기꽃 밤새울 듯
잠 못 드는 밤마다 눈물 뚝뚝 더하고
부치지 못한 사연 빛바래 옅어지는
누군가 울고 간 자리 하중도 가을밤
가우라(바늘꽃)
하느작 하느작작
너울대는 손짓에
가다가 돌아보고
또다시 와서 보는
사랑은
바늘꽃 되어
발걸음을 붙드네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것이 힘들어
바람보다 먼저 눕네
여름을 껴안네
사랑아
돌아보지마오
흔들리며 피나니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