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고래류 감금시설 마린랜드. 이곳에는 30명의 벨루가들이 갇혀 있다. 사진 = BBC
[해외동향] 파산에 이른 동물학대시설 캐나다 마린랜드 감금 벨루가 30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캐나다 '마린랜드'는 한국의 거제씨월드과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두 곳 모두 관람객 급감으로 재정이 악화되며 감금 고래들을 해외로 반출시키고 문을 닫으려는 동물학대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수족관 고래류 사육이 금지된 2019년 이후 지금까지 마린랜드 시설에서만 사망한 감금 고래류가 총 20명(벨루가 19, 범고래 1)입니다. 2024년 한 해에만 마린랜드에서 5명의 시설 감금 고래들이 죽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도 고래류 시설 감금을 금지하고, 고래류 수족관과 쇼장을 찾는 관람객이 급감하며 파산의 위기에 처하자 마린랜드는 시설에 남겨진 30명의 벨루가들을 모두 중국 주하이에 있는 거대한 고래류 감금시설 창롱해양왕국(Chimelong Ocean Kingdom)으로 팔아버리고 시설을 폐쇄하려 합니다.
마린랜드의 벨루가 30명 반출 승인 요청에 대해 지난 10월 초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벨루가들이 중국 시설로 옮겨지더라도 캐나다 법이 금지한 공연과 전시 등에 동원되며 오락거리로 소모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 양심상 도저히 반출을 승인할 수 없다"며 중국으로의 반출을 불허합니다.
그러자 마린랜드는 캐나다 정부에게 벨루가 30명의 관리비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에 대해 캐나다 해양수산부는 "벨루가를 들여와 돈을 번 시설이 왜 관리비를 정부에 요구하느냐? 세금으로 벨루가들을 지원할 수 없으며, 벨루가들을 관리할 책임은 시설에 있다"고 분명히 밝히며 지원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마린랜드는 이 벨루가들을 해외 시설로 팔아버릴 수도 없고, 관람객들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냥 데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안락사"를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마린랜드의 안락사 으름장이 '떼쓰기'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로 사육곰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곳이 마린랜드이기 때문에 그곳 감금 고래들에게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마린랜드에서 수석조련사로 일하다가 감금 고래류 해방운동가로 변신한 필 데머스는 "마린랜드의 벨루가들을 무조건 빼내야 한다, 미국 내 다른 시설들로 분산 수용해서라도 최악의 시설인 마린랜드 바깥으로 빼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합니다. 필 데머스는 SBS에서 작년 방송한 4부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에서도 중심 인물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마린랜드의 벨루가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생츄어리가 있다면 상황이 나았을 것입니다. 그나마 대안으로 지적되어온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지어지고 있는 '고래류 생츄어리(The Whale Sanctuary Project)'는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받아왔으나, 이렇게 모인 후원금을 생츄어리 건립에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표자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매우 불쾌한 의혹도 불거진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믿을 곳이 없어 답답한 상황입니다.
현재 한국의 거제씨월드 역시 벨루가 3명, 큰돌고래 7명이 생존해 있으나 관람객 급감으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해외 시설에 이 고래들을 모두 반출해버리고 업종을 전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고래들의 해외 반출 역시 한국 정부가 막아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막지 못한다면 핫핑크돌핀스가 소송이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또다른 해외 감금 시설로의 반출은 막아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거제씨월드도 마린랜드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도 감금된 고래류가 시설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해양동물 생츄어리를 시급하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조성을 시작해도 바다 생츄어리 조성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정부기관 및 여러 관계자들의 긴밀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얼마전 한국에 다녀간 뉴질랜드 출신의 고래류 전문가 잉그리드 비서 박사는 거제씨월드의 벨루가들이 더운 여름에도 실외에서 온도조절장치가 없는 바닷물로 10년 넘게 생활해왔기 때문에 한반도 해역의 약간 차가운 수온을 가진 곳이라면 북극해가 아니더라도 바다 생츄어리를 조성해 내보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동해안 고성이나 양양 앞바다에 생츄어리를 만들면 거제씨월드에서 생활해온 벨루가 3명이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강원도 고성과 양양은 수심 20미터 지점에서 년중 가장 수온이 높은 9월~10월에도 섭씨 약 20도 이하입니다.
*롯데월드의 흰고래 벨라와 여수아쿠아플라넷의 흰고래 루비는 현재 지내는 시설들이 수온을 몇 도로 맞추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거제씨월드와 울산고래생태체험관과 제주아쿠아플라넷의 큰돌고래들을 위해서는 한반도 해역에서 겨울철 해수온도가 좀더 따뜻한 곳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