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마산 정상과 용마산3보루
▲ 용마산 정상부 북쪽 용마산3보루(국가 사적) |
용마산(348m)은 아차산 식구의 일원으로 한강에서 망우리고개 북쪽까지 이어진 아차산 산줄기 의 중간을 맡고 있다. 아차산 식구 중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이자 가장 서쪽에 자리한 뫼로 용마봉(龍馬峰), 장군봉(將軍峯)이라 불리기도 하며, 봉우리가 커서 대봉(大峰)이란 별칭도 지니고 있었다. 서울 광진구와 중랑구, 구리시(九里市)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서울 동부 지역과 구리, 남 양주 지역을 훤히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 고구려가 보루(堡壘)를 주렁주렁 달며 애 지중지 했다. 또한 아차산에서 시작된 아차산장성(長城)이 용마산을 거쳐 망우산까지 이어지 고 있는데, 군데군데 장성의 흔적이 아련히 남아있다.
용마산에는 아기와 용마(龍馬)의 짧막한 전설이 전해오고 있으니 내용은 대략 이렇다. 장사급 아이가 태어나면 무조건 그 가족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전설에는 삼 국시대라고 하는데 글쎄??) 그 시절 산 밑에서 장사급 아이가 태어났는데, 집안 몰살을 두려워한 부모는 결국 아기를 죽 였다. 그러자 용마봉에서 아기가 장차 타고 다닐 용마가 나타나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하며(또 는 죽었다고도 함) 그 연유로 용마산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 전설이며, 다른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설이 여럿 전해 오고 있어 무인(武人)을 차별했던 조선 때 만들어진 전설이 아닐까 싶다. 또한 용마산과 아차 산 서쪽 자락에는 조선 왕실에서 운영하던 살곶이 말목장이 있었는데, 용마급 말이 많이 태어 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또는 용마가 나왔다고 해서) 용마산이라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전 해온다. 그러니 후자가 맞을 것이다.
용마산 정상은 서울 시내가 있는 서쪽을 향해 크게 고개를 들고 있어 자연히 서울 조망에 최 적화되어 있다. 하여 여기서는 북쪽으로 도봉산과 북한산(삼각산), 불암산, 서쪽으로 중구와 종로구, 인왕산, 북악산(백악산), 남쪽으로 광진구와 한강, 강남구 등이 시야에 들어와 일품 조망을 자랑한다.
* 용마산 정상, 용마산3보루 소재지 : 서울특별시 중랑구 면목7동, 광진구 중곡4동 |
▲ 용마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천하 ① 용마산과 망우산 서쪽 자락, 중랑구, 봉화산, 노원구, 불암산, 남양주 별내 지역 등
▲ 용마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천하 ② 바로 앞에 용마산7보루를 품은 용마폭포공원 북쪽 능선을 비롯해 면목동과 중화동 등 중랑구 지역, 동대문구, 천장산, 성북구 지역이 바라보인다.
▲ 용마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천하 ③ 용마산6보루가 깃든 용마폭포공원 남쪽 능선과 면목동, 중곡동, 장안동, 전농동, 동대문구 지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
용마산 정상에는 용마산3보루터가 깃들여져 있다. 용마산에는 지금까지 7개의 보루가 발견되 었는데, 그들 중 이곳이 가장 규모가 크다. 이 보루는 정상 동쪽 산비탈부터 정상을 거쳐 정 상 북쪽까지 길게 흔적이 남아있는데, 정상 주변 곳곳에 사람이 건드린 티가 느껴지는 돌의 무리들이 바로 3보루의 흔적들이다.
이곳 보루는 정상부에 씌워진 것으로 3보루터 흔적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얼핏 보면 봉우리 전체가 인공으로 다진 언덕처럼 보이나 봉우리는 순수 자연산이 맞다. 정상부에 헬기장(지금 은 없음)을 닦으면서 보루 상당수가 파괴되고 헝클어졌는데, 평탄하게 깎여진 부분과 산길 변 에서 흑회색과 황갈색, 홍갈색 피부의 토기를 중심으로 다량의 토기 파편들이 햇살을 보았다. 이들은 전형적인 고구려 토기라 고구려가 다진 보루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데, 신라가 만 들었다는 의견도 있어 고구려가 먼저 3보루를 닦고 나중에 신라가 수리해서 쓴 것으로 여겨진 다. 그리고 옛 헬기장 서쪽 부분에는 적갈색의 소토층이 있다. 희미하게 터만 남은 다른 용마산보루와 달리 그나마 흔적들이 많이 남아서 대륙을 꿈꾸는 우 리로 하여금 고구려를 다시 기억하게 해준다.
용마산보루 7형제 중 4개는 고구려, 3개는 신라가 만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용마산보루 7형 제와 아차산보루 6형제, 망우산1보루, 시루봉보루, 홍련봉보루 형제 등 아차산에 깃든 보루 17기는 '아차산일대 보루군'이란 이름으로 국가 사적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
▲ 용마산 정상에 깃든 용마산삼각점(대삼각본점)과 태극기 |
용마산 정상에는 정상을 알리는 표석과 용마산삼각점(三角點)을 품은 석대(石臺), 그리고 천 하 제일의 국기인 태극기가 나란히 둥지를 틀고 있다.
석대 한복판에 작게 깃든 용마산삼각점은 대삼각본점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1910년 조선에서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서울 주변에 설치한 2개의 대삼각본점의 하나이다. 무려 110년 이상 묵 은 이 땅에서 가장 늙은 삼각점으로 서울시가 1994년 7월 7일 서울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사업으로 삼각점 주위에 돌로 네모나게 석대를 쌓아 삼각점의 덩치를 늘렸으며, 2013년에 서 울미래유산 196호로 지정했다. (지위가 많이 떨어지는 서울미래유산보다는 지위가 확실한 국 가 등록문화유산이나 서울시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좋을 듯 싶음) 지금도 '세계축지계' 도입에 따른 측량기준점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며, 엄연한 국가시설 이라 그를 무단으로 옮기거나 파손하는 경우 '공간 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 108조'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니 괜히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한다. |
▲ 둥글게 생긴 용마산 정상 표석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단골 사진 모델로 바쁘게 살고 있다. 이날은 평일 오후라 많이 한가한 모습이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정상 인증을 하려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동쪽 벽 ① 용마산 북쪽 능선과 망우산
▲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동쪽 벽 ② 용마산 동쪽 능선과 아차산
▲ 용마산 정상 동쪽 산비탈에 깃든 용마산3보루터 |
인공티가 느껴지는 돌의 무리들이 모두 3보루의 흔적들이다. 차가운 봉우리를 따스하게 덮어 주었던 견고한 돌덩어리의 보루는 장대한 세월의 거친 흐름과 온갖 좋지 않은 손에 의해 분해 되고 지금은 산봉우리의 일부로 녹아내렸다. |
▲ 동쪽에서 바라본 용마산 정상 봉우리(용마산3보루터)
▲ 용마산 동쪽 능선에서 바라본 천하 아차산(왼쪽)과 용마산(오른쪽) 사이로 협곡처럼 파인 곳은 긴고랑계곡이다. 그들 너머로 중곡동, 구의동, 광장동, 어린이대공원, 한강, 송파구, 강남구 지역이 두 망막에 들어온다. |
용마산 정상과 아차산 주능선을 이어주는 용마산 동쪽 능선길은 쑥 내려갔다가 바위가 펼쳐진 중간에서 다시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가는 구조이다. 오르락 내리락을 2번을 해서 그렇지 대 체로 완만한 능선길로 남쪽으로 아차산 주능선과 광진구, 송파구, 한강이 바라보이며, 북쪽으 로 중랑구와 망우산 등이 늘 시야에 따라붙어 두 눈을 즐겁게 한다. |
▲ 용마산4보루터 - 국가 사적 |
용마산 정상에서 동쪽 능선을 가다 보면 아차산 주능선을 만나기 직전에 'H'마크가 새겨진 헬 기장이 있다. 바로 그곳에 고구려가 심은 조그만 점, 용마산4보루가 살짝 깃들여져 있다.
용마산4보루는 용마산3보루와 아차산 주능선 보루를 연결하는 곳으로 보루 둘레는 약 228m이 다. 동쪽 무덤 주변에서 회흑색 연질토기와 대형 항아리 조각, 대상파수편이 나왔고, 북서쪽 에서는 철제 화살촉 1개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보루터 동쪽 지상에서는 석축 구조물이 일부 노출되어 있으며, 동쪽과 서쪽 중간 지점 저지대는 집수시설로 여겨진다. |
| 1994년에 구리문화원에서 조사했을 때는 동쪽 과 서쪽을 별개 보루로 여겼으나, 2003년 서울 시에서 다시 조사를 벌여 하나의 보루임을 확 인했다. 아직 전체적인 발굴조사는 받지 못했으며, 하 루 속히 주변을 싹 뒤집어 이곳에 숨겨진 옛날 이야기 보따리가 싹 풀렸으면 좋겠다. ◀ 용마산4보루의 흔적들 |
▲ 용마산4보루터 주변에서 바라본 아차산 주능선 주능선 왼쪽 부분에 아차산4보루가 있고, 오른쪽에 두툼하게 솟은 부분이 아차산 정상으로 저곳에 아차산3보루가 깃들여져 있다.
▲ 아차산 주능선길 (긴고랑입구) |
용마산4보루를 지나 서울의 거대한 동쪽 벽인 아차산 주능선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남쪽으로 빠져 아차산4보루로 길을 잡았는데, 긴고랑입구까지는 내리막길이라 신나게 내려가다가 그곳 을 지나면 산세가 잠시 흥분기를 보이면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허나 나무데크 계단길이 친절하게 닦여져 힘든 것은 별로 없으며, 구간도 짧아 금세 아차산4 보루 밑에 닿는다. 그리고 계단길 옆에는 인공티가 풍기는 돌 무리들이 길게 늘어서 나그네들 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들은 아차산장성(長城)의 아련한 흔적들로 계단길이 닦이기 전 에는 그들을 사정없이 밟으며 지나갔다. (문득 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듬;;) |
▲ 아차산4보루로 인도하는 아차산 주능선 계단길 (서울둘레길5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