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봉산 만월암(滿月庵)
▲ 만월암으로 오르면서 바라본 만장봉(718m)의 위엄 |
석굴암을 기분 좋게 둘러보고 다음 메뉴인 만월암으로 움직였다. 만월암은 석굴암에서 북쪽으 로 300m 정도 떨어져 있으나 바로 가는 길이 없어서 일단 석굴3거리로 쭉 내려와서 다시 포대 능선으로 인도하는 산길을 20여 분을 올라가야 된다. 만월암으로 가는 산길 또한 석굴암 이상 으로 각박한 경사를 자랑하며, 도봉산 3대 봉우리의 하나인 만장봉이 이곳을 굽어본다. |
▲ 만월암 산길에서 바라본 천하 |
만월암 산길은 좌우(동/서)는 높은 산주름으로 막혀있고 오로지 동남쪽만 확 트여 있다. 하여 여기서는 도봉구를 비롯해 강북구, 노원구, 중랑구, 광진구, 동대문구, 성북구, 수락산, 불암 산, 아차산 산줄기, 구리와 남양주, 하남의 산하까지 흔쾌히 두 망막에 들어온다. 힘들게 올 라온 보상을 일품 조망으로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 셈이다. |
▲ 큰 바위 밑에 깃든 만월암 밑에 이르다 |
만월암은 도봉산의 대표 지붕인 자운봉(紫雲峰, 739.5m)과 포대능선 동쪽 밑 500m 고지에 숨 겨진 외로운 석굴 암자이다.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북쪽 끝에 자리한 절이자 다락능선과 함께 서울의 최북단을 장식하고 있는데, 신라 문무왕(文武王) 시절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 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기록과 유물은 없는 실정이다.
이곳의 지형은 커다란 바위가 자연산 지붕을 이루고 있고 2개의 바위가 양쪽에서 그를 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며, 그 사이로 조촐하게 공간이 생겨 조그만 자연산 동굴을 이루고 있다. 지금 이야 산길과 이정표가 잘 닦여져 있지만 옛날에는 찾기가 무지 힘들 정도로 외진 곳이다. 그 러다 보니 조용히 참선에 임하기에는 아주 그만인 곳이라 호랑이가 담배 맛을 알기 이전부터 보덕굴(普德窟)이라 불리는 참선 석굴도량이 있었다고 전한다. 그런 것을 보면 애당초 절이나 암자는 없었고, 그냥 참선을 위한 동굴이 전부였음을 알 수 있 다. 또한 도봉산에는 천축사와 망월사(望月寺), 원통사, 도봉사(道峰寺) 등의 고찰이 많아서 승려들의 수행 장소로도 널리 쓰였을 것이다.
현재 만월암이 생긴 것은 만월보전에 봉안된 석불좌상을 통해 17~18세기 정도로 보인다. 불상 은 1784년에 개금되었다는 명문이 있어 적어도 1700년대(빠르면 1600년대)에 조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절이란 불상이 있어야 영업이 되니 17~18세기에 조촐하게 암자로 태어났음을 가늠 케 해주며, 암자의 이름인 만월(滿月)은 석불좌상이 약사여래불이라 그를 상징하는 뜻에서 지 어진 이름이다. (신라 중기 창건설은 그냥 뽀송뽀송한 거품임)
불상을 봉안하고 번듯한 암자로 거듭났지만 따로 건물을 짓지 않고 그냥 동굴을 법당으로 다 듬어 사용했으며, 1940년에 여여거사(如如居士) 서광전(徐光前)이 집을 짓고 중창을 벌였다. 그러다가 2002년 혜공이 만월보전을 지었고, 2004년에 산신각을 지어 지금에 이른다.
경내에는 석굴 자리에 지은 만월보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산신각 등 건물 2동이 전부 이다. 만월보전은 법당과 요사의 역할을 겸하는데, 서쪽 칸은 법당, 동쪽 칸은 요사(寮舍)와 종무소로 쓰이며, 건물의 크기는 작고 투박하다. 아무래도 궁벽한 곳이라 불사가 어려워서 그 렇다. 바위 위쪽에 자리를 마련해 산신각을 만들었으며,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이 주변을 밀어서 건 물을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절을 넓히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하려면 멀쩡한 숲을 밀어야 된 다. 내 바램이지만 만월암은 지금의 모습이 딱 그만이다. 그냥 소박한 석굴도량으로 속세 곁 에 남았으면 좋겠다.
* 만월암 소재지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산31 (도봉산길 92-4) |
▲ 만월암의 모든 것, 만월보전(滿月寶殿) |
이렇게 작은 암자이건만 다행히 소장문화유산이 하나 있어 절을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지는 않 는다. 바로 만월보전의 주인인 석불좌상이다. 만월암은 이번이 2번째 인연인데, 바로 그를 보 고자 이곳을 찾았다. 즉 석불좌상이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다.
절에는 승려 1명이 머물고 있는데, 이곳은 도봉계곡에서 포대능선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라 산 꾼들이 많이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많이 쉬었다 가는 편인데, 절에서는 따뜻한 믹스 커피나 티백차, 과자, 떡 등을 제공해 인심을 쏠쏠히 보이고 있다.
큰 바위 밑에 자리한 만월보전은 만월암의 법당이자 그 자체와 같은 존재로 예전 석굴 자리이 다. 2002년에 혜공이 지은 건물로 한정된 자리를 활용하다 보니 정면 4칸, 측면 1칸의 'ㄱ'자 모습이 되었으며, 서쪽 칸은 법당, 동쪽 칸은 요사로 쓰인다. 요사에는 만월선방(滿月禪房)이 란 현판이 걸려 있으며, 법당과 요사를 바로 이어주는 문은 없고, 툇마루를 통해 이동하면 된 다. 건물 안에는 약사여래인 석불좌상을 비롯하여 관세음보살상과 지장보살상, 1969년에 만든 석 가모니후불탱화와 신중탱, 사천왕탱, 산신탱이 들어있어 내부를 화려하게 수식한다. |
▲ 만월암 석불좌상 - 서울 유형문화유산 |
만월보전 불단에 봉안된 석불좌상은 만월암에서 가장 늙은 보물이자 소중한 밥줄이다. 포근한 인상을 지으며 속세를 굽어보는 그는 피부부터 옷에 이르기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이루어져 있 는데, 원래는 금동불이었으나 근래 호분(胡粉)을 씌우면서 졸지에 백불(白佛)이 되어버렸다.
그의 왼손에는 빨간 피부의 약합이 들려져 있어 그가 약사여래임을 알려주고 있으며, 약합 안 에는 중생의 갖은 병을 치유하는 약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 약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본인부터 흔쾌히 치료해주면 좋으련만 약합의 뚜껑은 좀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의 두 귀는 중생의 소망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으려는 것인지 어깨까지 축 늘어졌다. 코는 오목하고 눈은 지그시 떴는데, 눈동자가 진하며, 입술은 립스틱을 바른 듯, 매우 붉다. 불상 이 지나치게 하얗다 보니 더 진하게 보이는 것이다.
예전 석굴 석벽에 '乾隆四十九年六月日佛像改金施...'이란 명문이 있어서 건륭(乾隆) 49년 6 월, 즉 1784년에 시주를 받아 개금했음을 알려준다. 불상의 조성 시기는 개금시기 이전이 확 실하며 불상의 양식까지 고려한다면 최대 1600년대까지 가능하다. 하여 참선용 석굴에서 암자 로 태어난 시기도 불상이 조성된 그 시기가 아닐까 여겨진다.
불상의 높이는 78cm로 좌우에는 근래 마련된 하얀 피부의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로 두 어 약사여래삼존상을 이룬다. 단정한 체구와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통견의(通肩衣)에 보이는 옷 주름 표현에서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이 잘 드러나 도봉산 서울 구역에 있는 불교문화유산 중 가장 먼저 지방문화재의 지위를 얻었다. (1999년에 지정됨) 그리고 그들 뒤로 1969년에 조 성된 석가모니후불탱이 든든하게 걸려있다. |
▲ 만월암에서 바라본 천하 무성한 숲 사이로 도봉구와 노원구를 비롯한 서울 동북부 지역과 아차산 산줄기 등이 두 망막에 맺힌다.
▲ 만월보전 허공에 뜬 큰 바위 마치 하늘이 저만큼이나 내려앉은 모습으로 만월보전은 그의 그늘에 포근히 들어있다.
▲ 위쪽에서 바라본 만월보전 지붕 만월보전에서 산신각과 포대능선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 계단길은 큰 바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데, 바위 사이 구간은 거의 석굴 같은 모습이다. |
만월암 바위 위쪽이 조망 맛집이다. 앞서보다 조망의 질감이 더 우수해졌는데, 동남쪽으로 도 봉구와 노원구, 수락산, 불암산, 중랑구, 성북구, 동대문구, 광진구, 아차산 산줄기, 그리고 구리와 남양주, 하남의 산하까지 거침없이 두 망막에 들어온다. (보이는 범위는 앞서 석굴암, 만월암 경내와 거의 비슷함) |
▲ 만월암 산신각(山神閣) |
만월보전 바위 위쪽 산자락에 산신각이 홀로 자리해 있다. 만월보전에서 여기까지는 걸어서 2 분 거리로 제법 떨어져 있어 거의 별개의 공간처럼 다가온다. 경사를 이용해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집을 지은 것으로 건물 외벽은 갑옷처럼 돌로 둘렀고, 목 조 지붕에는 동기와를 올렸다. 2004년에 혜공이 지었으며, 내부에는 같은 해에 조성된 산신탱 이 들어있다. |
▲ 만월암 바위 위쪽에서 바라본 천하 |
만월암 바위 위쪽과 산신각 주변이 조망 맛집이다. 앞서보다 조망의 질감이 더 우수해졌는데, 동남쪽으로 도봉구와 노원구, 수락산, 불암산, 중랑구, 성북구, 동대문구, 광진구, 아차산 산 줄기, 그리고 구리와 남양주, 하남의 산하까지 거침없이 두 망막에 들어온다. (보이는 범위는 앞서 석굴암, 만월암 경내와 거의 비슷함) |
▲ 만월암으로 인도하는 나무데크 계단길 (만월보전에서 바라본 모습) 만월암은 거의 벼랑 수준의 산길을 올라가야 된다. 그야말로 하늘의 감옥 같은 곳.
▲ 만월암에서 도봉계곡으로 내려가는 산길 (만월암 표석) |
만월암을 오랜만에 복습하고 다음 메뉴인 천축사로 이동했다. 여기서 천축사를 가려면 도봉대 피소까지 쑥 내려갔다가 거기서 마당바위, 신선대 방향으로 15분 정도를 쑥 올라가야 된다. 오늘은 도봉산을 오르락 내리락을 여러 번씩이나 도돌이표처럼 반복한다. 몸이 좀 지치긴 하 지만 오늘의 메뉴들이 모두 도봉산 윗도리에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을 파야지 어쩌겠는가.
본글은 분량상 여기서 끝. 천축사 부분은 별도의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