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5.
친구는 백록담을 볼 수 있었을까?
(한라산 세프라 등정기~)
그렇게 고민하고 머리 아프게 준비했던 기획!
과연 나는 내 친구에게 1,950미터의 한라산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산행코스]
성판악- 속밭- 사라오름- 진달래밭대피소- 백록담
왔다갔다 하다 성판악으로 원점회귀 (약 20km)
침착하게 기술해 보도록 하겠다.
6:15 대구출발 비행기는 7:15에 제주공항에 도착
빨리 렌트카 빌리려고 뛰어 서둘렀으나
정작 렌트카측에서 버스를 12분이나 늦게 보내는 바람에 어휴~
8시 넘어 차를 빌릴수 있었네?
부리나케 렌트카 편의점에 들러
거기있는 김밥 모조리 싹쓸이하듯 쓸어담아서 성판악에 도착하니 9시.
차댈 곳이 없다.
전날 미리 전화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씁쓸해지더라?
그래서 친구 동수만 성판악 앞에 내려, 혼자~먼저 올라가게 조치해 놓고(신의 한수~!)
제주국제대학에 다시 차를 주차시키러 간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아~)
바로 앞에 있는 것 같던 제주대학은
성판악과 무려~ 10키로 넘는 곳에 자리하고 있더라...ㅠㅠ
시간없는데 환장하겠네, 택시도 없다.
퍼뜩 '카카오택시' 불러 다시 성판악에 도착하니 9:45.
여기서 7키로가 넘는 거리의 진달래밭대피소 제한이 12시반 까지인데
슬슬 걱정이 된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내가 아니다.
산을 잘 모르는 내 친구를 백록담 보게해주는 가이드 역할로 오르는건데...
친구 동수 체력을 워낙 잘 아니까...
시간은 없고, 걱정은 더더욱 커진다.
들머리 큐알코드 찍는데 기계가 인식을 못해 거기서도 시간을 잡아먹고
결국 10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한다.
마음이 급하다,
동수를 따라잡으러 스피드를 올려가니 평탄한 길인데도 숨이 턱턱찬다.
그래도 선수가 내 뒤를 바싹 붙어서 받쳐주니 든든하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이 녀석에게 지 평생 오래오래 남을 경험을 심어주는거.
그것 뿐.
쉬지도 못하고 헐떡이며 날라가듯 올라가도 ... 어? 이상하네.
동수가 안보인다.
뭐 잘못된게 아닐까?
속밭휴게소, 사라오름 휴게소 지나쳐도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데...
미치겠다.
틀림없이 이쯤에는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으니 환장한다.
오만가지 솟구치는 다양하고 수많은 불안을 떨쳐내며
진달래밭대피소까지만 가서 판단하자 싶었는데...
(혹시나....어?)
헉..., 동수 발견!
너무 반가워 하마트면 소리를 크게 지를뻔했다.
설마~ 했는데 이만큼이나 오를줄은 진짜 상상도 모했다.
진짜... 미라클! 진짜 대단하다.
내가 몇주동안 그렇게 쓴소리 하며 괴롭힌 효과가 있었네?
평소 등력을 너무도 잘 알므로
아마도 이 친구는 목숨을 걸고 올라온게 분명하다. 장하다, 진짜!
찐한 걱정의 늪에서 조그만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격려와 칭찬으로 보채며
진달래밭대피소 11:30 도착. 예정보다 1시간이나 앞당겼다.
본격적 산행은 지금부터다.
지켜보니 혼자 놔두면 저절로 잘 올라올거같아
나혼자 정상까지 단숨에 쳐버리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정상에는 벌써 수백명의 등산객들이 정상석 찍는다고 길게 줄을 서는 등
난리법석통이다.
대체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백록담 물도 많이 빠져
지난날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는 백록담 보다 협소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계속 마음은 딴 곳에 가있다.
편할리가 있겠는가~
길 난이도가 확연히 다른만큼 많이 힘들텐데...
신경이 쓰여서 도저히 편하게 앉아 기다릴 여유가 안 나온다.
마침 뒤늦게 천천히 올라오는 선수를 발견하고
선수에게 가방을 맡겨두고 물과 이온음료 두개를 보냉백에 챙겨서
다시~ 그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_-;
이녀석 물도 무겁다고 안들고 갔는데 아마 목이 몹시 마를거다.
내가 살려줘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우메 찡한거~ 스스로도 대견하기 짝이 없다. )
그러고보니, 태어나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이렇게
정상에서 다시 밑으로 내려가 데려오려고 마중나간 적이 있나 싶다.
기억컨데~ 단 한번도 없다!!
그만큼 나는 필사적으로 친구에게 정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심정 이해하겠지?
(이 상황되면 그 누구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게 정상에서 다시 가파른 내리막을 되짚어 내려간다.
무릎이 아프다.
그래도 방법이 없잖은가~
가도가도 보이지 않으니, 혹시나 하는~ 걱정만 더 쌓인다.
꽤 오랜 시간동안 긴 거리를 지겹도록 내려가니
1키로 정도 지난 쯔음 저 밑에 씩씩거리며 앉아있는 곰같은 친구를 발견한다.
이렇게 거리 차가 많이 나나?
아마 초반에 힘을 다쓰고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쨘 하고 나타나면 진짜 감격하고 고마워할줄 알았다.
당연히 얼마나 고맙겠는가?
근데~!
아니었다.
(이런 반전의 드라마가 또 어디있단 말인가~)
이놈은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힘들었던 것인지
보자마자 내게 화부터 쏟아내기 시작한다.
진짜 너무 어이없었다.
아니지~ 한편으론 너무 힘들다보니 그럴 수 있다고는 해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거기서 이렇게 화를 내는건 뭔가?
(사람마음... 어떻게 알 수 있을까나~)
나도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아야했지만 애써 참아야했다.
그래도 조금 나은 놈이 보듬어줘야자너.
내려온 목적대로 물을 먹이고 힘을 주기위해 애를 썼다.
마치 부모같은 마음으로...
근데~!
얼음물 없냐고? 따진다.
왜 얼음물이 없냐고...
-_-;
(미쳤지? 그래, 너무 힘드니 헤까닥 했을거야... 그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잖어~
차분히 공항에서 온다고 얼음물은 없다고 설명해줬는데도
한동안 못알아듣고 짜증을 내다가~
결국 이온음료 한통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그제서야 만족감을 보인다.
덩치있는 놈이 땀을 마구 흘려댔으니 목이 많이 말랐으리라, 내 잘알지~
근데 ~ 먹고도
또 계속 투정어린 고함을 질러댄다.
다시 올라가라고, 자기 눈앞에 사라지라고 ... ㅠㅠ
뭐가 잘못된 것일까?
나를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러는 것일까?
대체 무슨 생각이쥐?
그만큼 내 존재가 부담스럽고 성가셨던 것일까?
왜 내려왔냐는 그 주소잃은 가시돋힌 말에
나도 인간인데 상처를 입었다.
내 마음도 모르고... (등신같은기 ~)
그 이후로는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말 한마디라도 하면 싸울것 같았으니까~
천천히 따라올라가며 지켜본다.
이까지 다 올라와서 요것도 못하면 이 무서운 세상살이 어떻게 하겠냐며
속으로 욕해대며 지켜봤다는거 아냐?
두걸음 걷고 한번 쉬고,
한걸음 걷고 퍼질고 앉아버리고...
지켜보는 내가 애가 탄다.
어디 그뿐일까?
거기에 내려오는 사람들 모두를 붙잡고 반복해 묻기 시작한다.
대체 얼마나 남았냐고...
-_-';;
600미터밖에 안남았는데 다들 뭐라 말해주겠는가?
혼자 중얼중얼 욕 해대며 발악을 하더라.
웃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화도 치솟는 아주 복잡한 감정이랄까?
그래도 꾸욱 참고 그냥 뒤에서 차분히 지켜만 줬다.
다행히 하늘이 도운다.
운무가 찐하게 깔려 높은 오르막 계단을 덮어버리니
눈으로 확인 못하니 오르는데 큰 도움이 되는거 있지?
계속 묻고 걷고 쉬고를 반복하며~
(그 30분이 내겐 지옥의 몇 달처럼 느껴지더라.)
한참을 그렇게 반복 발악을 하다가 아~ 결국...
정상앞에 올라선다.
장엄한 순간~
너무너무 기뻤다.
아니 내가 얼마나 고맙고 행복했는지 글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본인도 기뻤겠지만 실제 내가 더 기뻤다는 말이다.
결국 그렇게 몇달동안 신경썼던 일을 마침내 해냈던 것이다.
(부처님, 산신령님 진짜 고맙습니다~)
친구로써 나는 이 엄청난 불가능을 극복하고
내가 해줄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큰 희열을 느꼈던 주인공이 나였을 것이다.
그 이후는 의미없다.
2021. 9. 4. 결국 난 무난히 달성해냈던 것이다
내 친구를 정상에 밟게 하려했던 목표를 ... 으하하하하 ~
그렇게 최고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머지는 아몰라~ ㅋㅋ)
진달래밭대피소에 까마귀가 마치 나를 기다리듯 앉아있네~
이게 백록담이다~
제주의 하늘~ 캬아~아름답구나
엉컹퀴 종류의 이쁜 꽃들이 정상주변에 쫘아악 펴있다.
고사목도 배경의 한부분을 장식해주고~
혼자서 줄서기는 싫고 그 옆에 한참을 서 있으니 누가 찍어주더라~ 복많이 받으슈~
제주공항
대구공항 5시 풍경~
성판악 들머리~
저봐라 끝없이 이어진 계단의 향연들.... -_-';;
슬쩍 찍어보고~
동수가 올라와서야 이 사진 한장 찍을수 있었다. 얼마나 신나는지~~ ㅋ
선수야 내 옆에서 수고많았데이~ 고마워~
동수는 사진을 평생 안찍는 놈인데 이날은 미쳤다. ㅋㅋ 마이 찍더라
복이 있는지 가스로 찬 백록담이 싸악 걷히더라~ (동수랑 표정싸움 하는 중이라~ ㅋ)
내리막이 더 힘들더라~ 우띠이~
산행코스 보통 18키로로 찍히는데 왔다갔다 해서 20키로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