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한민국의 고유한 입법 권한을 침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신속하고 명징하게 대응하십시오!
조국혁신당 최고위원 이해민입니다.
어제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108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08일 동안 국민의 삶도 망가졌지만 대외적인 국가 위상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민감국가 지정이라는 걸 두 달이 넘도록 모르던 그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미국 무역 대표부의 보고서가 국내 콘텐츠 유통 시장의 근간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준비되어 있습니까. 그 상황을 긴급히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31일, USTR, 미국 무역대표부가 '망이용료는 디지털 무역장벽'이라는 취지의 무역장벽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무역장벽 보고서에는 "일부 한국 ISP, 인터넷서비스 망 제공자는 CP, 콘텐츠 사업자를 겸업하고 있어서 미국CP가 지불하는 수수료가 한국 경쟁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고, 한국3대 ISP의 과점을 강화해 반경쟁적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뭔가 해괴한 논리입니다.
망 제공자가 경쟁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정당한 망 이용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뛰어도 너무 뛰었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경쟁자이든 아니든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비용이 발생한다면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시장의 기본 질서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만약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일부를 임차해서 국내에 서비스하는 AWS, 아마존 웹 서비스가 "네이버는 클라우드 경쟁자니까 임차료를 못 내겠다!"라고 한다면 어떻게 들리나요?
그냥 아네, 하고 ‘무임승차’하도록 놔둬야 할까요?
우리는 이 논의가 왜 시작되었는지를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망이용계약 공정화법 논의는 협상력에 우위를 가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 ISP기업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계약 자체를 거부한 사례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20년에 본격적으로 불거진 넷플릭스와 SKB의 분쟁입니다. 이 분쟁은 3년 동안 지속되었고 결국은 넷플릭스가 망이용대가에 상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쉽을 체결하면서 종결됐습니다.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메타, 디즈니플러스 등 많은 콘텐츠 사업자(CP)들이 다양한 형태로 망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같은 ISP들이 자국(미국) CP로부터 망이용대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망이용계약 공정화 법’의 취지는 힘의 논리에 의해 깨져버린 시장의 균형을 바로잡고 말이 되는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규범입니다.
우리나라의 망이용료 논의가 과연 ‘디지털 무역의 장벽’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사업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우리나라 사업자만 옹호’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런데도 미국 무역대표부는 마치 국내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이 해외 CP들에게만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잘못된 주장임을 말씀드립니다.
하필이면 오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이틀 전에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 석연치 않습니다.
더욱이나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법안이 보복성 상호관세 부과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밝히겠습니다.
또한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끌고 있는 현 대한민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각 국가들에 대한 고유한 입법 권한 침해에 대해 신속하고 명징하게 대응하기 바랍니다. 각국의 입법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 상호존중하는 것이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정부가 손을 놓고 멍하니 있는 지금,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인터넷-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회 과방위 위원으로서, '망이용 계약 공정화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으로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5년 4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