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 2편
소중한 것은 아픔을 남긴다
아.... 곤란하네
왜?
궁금하면 오백원... 이 아니고 한번 들어보실래요?
아침에 눈을 쓰윽 떠보니
대산형님과 같이 누워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깜놀~
아.... 맞다, 그래. 여기가 어청도였지?
낯선 여행지 어청도임을 실감하는 순간. 행복해진다 ㅋ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은 하나두 없고
그냥 멍~한체 시계를 보니 5시쯤 되었나? 왜이리 어두워~
너무 일찍 일어나뿠는데 이거 클났다.
피곤이 풀리려면 조금 더 자야 한다. 물 한잔 마시고 다시 자려는데...
엥? 대산형님이 일어나셨다.
일출 볼거니까 먼저 씻어라 이카시네?
조금 더 잘라꼬 켔디만...
지엄하신 형님께서 저러시니 예의바른 나로선 우짜겠는가?
일어나야지, 뭐! ㅋ
그렇게 슬그머니 일어나 샤워물을 트니 얼음짱 같은 물이 촤아악 쏟아지네..
옴마야 ~
잠이 확 깨는거 보다 신경질이 팍 솟구치더라.ㅎ
뜨거운 방향으로 돌려놓고 물 온도가 올라가기를 기다리는데...
그림이 좀 묘하게 애처롭다.
덩치는 크다란기~ 홀딱 벗고, 쪼그리고 앉아
샤워 물 온도를 재고있는 모습이 그리 이쁘진 않잖아? ㅋㅋ
근데..
여기서 문제 발생
쓰빌~ 갑자기 물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디만
뜨신물, 아니 뜨거운 물만 나오고 찬물이 안 섞이는거다.
조져놨다.
용암같은 뜨거븐 물만 쏟아진다고 ~!
찬물 공급하는 어디 중앙관리소 밸브에서 잠궈놨는지 아예 나오지가 않는다.
닭튀김 될 뻔 했자나~!
우선 조심히 화재진압하듯 데여가며 물을 끄고, 고함을 질렀다.
"형님 찬물이 안 나옵니더. 클 났어예!"
- 뜨신물 나오면 좋은거 아이가~
"뜨신게 아이고예, 뜨거븐 물만 나와 살 다 디겠는데예~!"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형은 나가서 조치를 해준다고 하더니
성품 자체가 워낙 양반이시라 주인장은 차마 못깨우고
바깥 동정만 살피고 오셨네? ㅋㅋ
다른 방에는 다들 자고 있을낀데...
아니나다를까~
새벽낚시꾼 몇 분들 깨서 물이 안나온다고 뭐라뭐라 카더라가 다였다.
결국은 고장이 났다는 말. 즉, 조치가 될리 만무하다.
다시 옷입고 찝찝하게 터덜터덜 나올 수밖에...
커피나 한잔 타 먹으려고 나왔다가
바닷가 밖에 경치나 한번볼까 싶어 딸딸이 신고 밖으로 나가는데
콰쾅.. 푸닥~!!
갑자기 번갯불이 눈앞에 쿵 밀어친다.
무슨 일이야?
생각하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나를 엄습한다. 아... 미치네~
진짜 미치도록 아프네...
막 기절할 만큼 강한 통증의 원인이 뭔고 싶어 바라보니
어둠속에 얌전히 수그리고 앉아있는 문지방 같은 문턱이 주인공이네.
이 쉐끼가...
왼 엄지발가락이 컴컴한 어둠속에서 그렇게나 높은 문턱을 인식할리 있겠나
그냥 가는 걸음으로 돌진하다가 정면으로 심하게 처박히는 경우를 당한 것이다.
어떻겠는가?
차라리 신발이라도 신었으면 그냥 자빠질 뻔하고 치웠겠는데....
진짜 말을 못뱉을 정도로 아팠다. 졸라~
이런데는 센스 조명장치라도 달려 있어줘야 안 다치지,
이리 어두운데 그냥 놔두면 그 누가 안쳐박겠는가?
이런저런 욕들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싸나이 아닌가!
담배 한개피에 아픔을 쑤욱~ 날려버리고 씻어낸다.
그새~ 성격도 좋지, 빨리도 잊는다..
고맙구로. ㅎㅎ
근데~ 방에 올라오는데 왼발가락에 뭔가 축축한게 여겨졌는데
그게 피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거
밝은 방에 들어와보니 왼발이 피 칠갑을 해서 있네?
하이구, 놀래라~!
발가락 주변의 피를 보고 내가 더 놀랬다는거.
엄지발톱이 툭 부숴져있다. -_-';;
오메... 몸도 약한기라~
뭐 그것 좀 부딪혔다고 이리 허무하게 짜개지나? 나 원~ 참...
대산형도 덩달아 놀래서 후다닥 대일밴드를 내어 주시네.
하기사 씻다가 옷입고 나간 놈이 잠깐새~ 피 질질 흘리고 들어오니 오죽하겠나 ㅋㅋ
퍼뜩 밴드로 응급처치 간단히 하고....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 덴장~
차분히 아침부터 지금까지 일을 생각해보니 갑자기 서러워지네.
이 모든게 너무 부지런해서 생긴 일 아냐~!
과유불급이라고
일찍 일어난 새가 일찍 잡혀먹힌다. 어휴...
발톱이 아무것도 아닌거 같아도 꽤 큰 영향력을 미친다.
걸을때마다 잔잔한 고통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데...
나원 참~
우야란 말이고~
이 좋은 가을만 기다리고 살아왔는데... 꼭 하필 이럴때 이카면 우야노
그리고 당장 오늘도 '이틀째 산행'을 가야하는데....
이코롬 멀리 왔는데 안 오를수 있나?
죽어도 가야제~!! 당근
솔직히, 일하라 켔으면 절대 못한다. ㅋㅋ
까짓것 내가 즐거워 오르는데... 뭐가 문제고!
열심히 조심조심 오른다.
근데 그렇게 아픈 상황에서도 오르다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
왜? 너무도 산길이 좋다는 말이다...
발톱이 아프다고 못 느끼는건 아니잖어~
열심히 더 많이 느끼려고 더 많이 둘러보고 더 많이 호흡한다.
캬아~ 좋네, 너무너무 좋은거 있지~
제일 기억에 남는 산은 안산도 아니고 '독우산'이다.
길이 좀 험해도 최고의 뷰를 자랑한다.
아픈 발 이끌고 애절하게 올랐기에 더더욱 그 느낌은 컸다.
에베레스트 등정과 다를게 뭐 있겠나, ㅋㅋ
그렇게 이틀째 산행도 즐거이 잘 소화해냈다.
이렇게 먼곳만 아니면 일년에 한번정도는 꼭 들어오고 싶은데...
뭐, 아픈 발톱을 보면
자동적으로 어청도가 떠올려지지 않겠어?
뭐 그리 좋은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팠는지? ㅋㅋ
대구로 오는 머나먼 길 속에서
왼발가락의 아픔만 더해가고 있더라...(그래도 행복으로 느꼈다는거~)
멋진 어청도의 후유증이겠지. ㅎㅎ
훗날 이 어청도를 얼마나 그리워할지.....
남들 안가는데 지혼자 마구 돌아다닌다. 어이구~ 나케야~
어청도 등대 요사진 잘 찍어놓고 싶었는데...ㅋㅋ
한반도 지형을 뒤에 두고~
독우산 정상에서~ 캬아~
안산 정상벤취에서~ ㅋㅋ
아침에 발톱 그러고 나서 .... 바닷가를 계속 찍어본다.
점점 날이 밝아와야하는데 ...사진엔 별로 표가 없네..
곡우산 올라가며 능선길에서~
폰으로 찍어도 너무 너무 이쁘다.
독우산 정상에서 바라본 어청도 정경~
역시 꼭대기에서 찍어야지만 이 사진을 찍을수 있다는거~ ㅋㅋ
아픔을 극복한 자의 정상정복 모습 ㅋㅋ
데커를 너무도 잘 만들어뒀다.
어슬렁거리다 보면 산행이 끝나있더라~ 아쉬워라~
해안가로 내려가 갈매기를 찍어본다.
이쁘게 펼쳐진 데커길~
이건 첫날 불탄여 갔을때 혼자 가시덤불 헤치고 올라간길..가시 많이 찔렸다는~
산행 마치고 돌아오는 대산형님 ㅎㅎ
매 끼마다 군산식당에서 밥을 이렇게 만들어준다
둘째날 산행코스~ 아쉬웠다. 짧아서~ ㅎㅎ
아, 바다는 이렇게 늘 무한한 생각을 심어준다. 아~
군산항 연안여객터미널 도착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