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업을 녹이는 원동력
(법공양 2월호.송광사 방장스님)
죽을 목숨도 살리는 기도
왜 기도를 하는가? 기도가 ‘나’를 바꾸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업보중생의 업(業)을 녹이는 원동력이요, 불보살님의 대자비와
대지혜 속에서 새로운 삶을 여는 원동력이며, ‘나’속의 영원한
생명력과 무한한 능력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실로 우리의 주변에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기도 영험담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죽을 목숨을 살린 기도이야기,
기도하여 소원을 성취한 이야기, 난치병․불치병을 고친 기도이야기 등
모두가 지성껏 기도를 한 결과입니다.
지성을 다해 기도하면 반드시 살아나고 성취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과연 중생에게 있어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사람마다 여러 가지 경우를 들겠지만,
내가 낳은 자식이 갑자기 죽게 되었을 때가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그때는 내가 죽는 것보다 더 가슴이 찢어집니다.
온 몸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 합니다.
나의 힘으로도 다른 사람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목숨이 경각에 달린 다급한 상황,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이 죽음 앞에 서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자인 우리는
불보살님께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기도입니다.
불보살님께 매달려 영원한 생명력을 갈구하고, 무한한 능력으로
가피를 내려 줄 것을 청해야 합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자세로 기도를 해야 하는가?
죽을 힘을 다하는 기도! 그야말로 사력(死力)을 다해 기도를 하면 됩니다.
‘죽으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사력을 다해 기도를 할 때 불보살님의
피와 참 마음자리의 무한능력이 분출되어 모든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살인 등의 큰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불보살님 전에
지극히 기도를 하여 서상(瑞相)을 입으면 죄가 다 소멸된다.”
정녕 기도를 하면 새로운 삶이 열립니다.
새로운 빛이 찾아듭니다.
기도를 지극히 하면 어떠한 업장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일이란 낮과 밤의 원리와 같습니다.
어둠이 다하면 밝음이 오고, 밝음이 다하면 어둠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기도에 적용시켜 보면, 어둠은 업장이요 밝음은 기도 가피 입니다.
업장이 두터워 뜻과 같이 되지 않을 때, 일월(日月)과 같은 부처님의
자비에 의지해 보십시오. 틀림없이 어두움이 사라지고 밝음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오직 ‘나’의 정성일 뿐이니,
이제부터 정성껏 기도 생활을 해보십시오. 그리하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업의 껍질을 벗겨보십시오. 밖에서 구하기 보다는 기도로써
‘나’부터 바꾸어 보십시오. 틀림없이 모든 것이 바뀌고,
주위에는 행복이 충만하게 됩니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기도할 것인가
이제 기도성취의 또 다른 예를 들어 기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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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기도를 합니다. 하지만 기도성취를 하는 이도 있고
못하는 이도 있습니다. 왜 못합니까? 기도의 인(因)을, 씨를 심었으면
과(果)인 열매를 거두는 것이 당연한 법인데, 왜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요?
불보살님께서 영험스럽지 못한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순수한 기도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불사를 이루기 위한 기도를 하면서 ‘나’를 내세우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서 ‘될까? 말까?’하는 의심이나 다른 것에 대한
유혹에 휩싸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비우고 불보살님께 완전히
내맡겨야 하는데도, ‘나’의 형편과 ‘나’의 고집을 남겨두고
기도를 하기 때문에 기도삼매에 젖어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도의 성취는 삼매에 들 때 이루어집니다.
잠깐이라도 삼매에 젖어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의 번뇌,
나의 고집, 나의 의심을 담은 채 기도를 합니다. 그렇게 기도하면 절대로
삼매에 들지 못합니다. 기도가 올바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내가 불사를 한다’가 아니라 ‘어른을 모시고 한다’
이것이 기도의 결과를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그리고 분신자살을 하겠다는
그 결심을 되돌려 기도한다면 성취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평소 나는 불자들에게 자주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고 할 때,
거룩한 부처님께서도 우리에게 귀의를 하신다.”
쉽게 이해가 되십니까? 실로 부처님과 중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과 지혜와 자비는 우리를 위해 있습니다.
우리 중생이 깨달음과 지혜와 자비의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부처님은
할 일이 없어집니다.
중생과 부처의 관계는 마치 식물들과 땅과의 관계와 같습니다.
식물들이 그 자신을 땅에 맡기면, 땅은 그 자신을 식물들에게 맡깁니다.
이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부처님께 맡길 때, 부처님 역시
자신을 우리에게 맡깁니다.
진정한 귀의, 진정한 기도는 불보살과 ‘나’를 하나로 엮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맡겨 하나로 엮어진다면, 불보살님의 큰 자비 속에서 녹아
내리지 못할 중생의 업이 어디에 있으며 이루지 못할 소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부디 ‘나’의 마음가짐을 참되이 하여 귀의의 사이클, 기도의 사이클을
잘 맞추기를 당부 드립니다.
사이클!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사이클을 맞출 것인가?
나는 단연 ‘순수함’의 사이클을 첫손가락에 꼽습니다. 순수함,
맑은 마음가짐! 이와 관련된 한 편의 영험담을 함께 음미하면서
‘이 달의 법문’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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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당부 드리건데 기도를 할 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임하십시오.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인 기도를 하십시오.
요행수를 바라거나 엉뚱한 축원을 하며 기도 하지 말고, 맑고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십시오. 이렇게만 기도하면 불보살님의 사이클이
‘나’의 사이클과 일치하게 되고, 그 기도가 삼매를 이룰 때 크나큰 가피가
‘나’에게로 다가서게 됩니다.
기도는 다생의 죄업을 녹입니다.
기도는 우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 기도는 우라의 진실한 마음을
성숙시키는 최고의 방편입니다. 기도! 그것은
‘나’를 바꾸는 원동력인 것입니다
누구든지 좋습니다.
고통이 있고 갈등이 있고 두려움이 있거나,
전정으로 바라는 바가 있으면 기도하십시오. 지금 당장 시작해 보십시오.
틀림없이 기도를 통하여 행복과 자유와 평호를 얻고, 영원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