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어디로 가는가?”
한티 가는 길 곳곳에서
그분이 물으신다.
나는 거꾸로 그분께 매달리듯
호소하며 여쭙는다.
“당신이시여, 제가 어디로
가길 원하십니까?”
한티 가는길이 얼마나 놀랍기에,
유명한 산티아고 길에 견주어
‘한티아고 가는 길’이라 하는가.
‘한티순교성지’는
또 얼마나 완벽하기에,
‘그곳은 신앙선조들이 살고, 죽고,
묻힌 거룩한 땅’ 이라 할까.
실제로 그곳엘 가면 생명의
맑은 물이 흐를까.
삶의 갈등과 상처로 피맺힌
멍울들이 풀려질까.
전국가톨릭성지 167곳을 끝맺은
작년 늦가을, 완주의 환희도 잠시,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몇 곳씩 이어지는 성지들을 인내의
발걸음으로 걸어내지 못하고,
패스트푸드 식 단품 운전 순례에
헛헛함이 컸던 건 아닌지.
다시금 도보순례를 이어보려
성지순례 책자를 펼치는데,
종이 하나가 뚝 떨어진다.
‘소울 스테이’ 노란 제목의
프로그램지가 반갑게 안긴다.
''아, 그래, 한티! 네가 있었다.''
작년 가을 성지순례때 다시오마
책갈피에 끼워둔 약속의 집,
한티피정의 집 프로그램이다.
안내전화로 한티 가는 길을
5구간까지 2박 3일 종주형으로,
하루를 한티피정의 집 숙소에서
묵기로 하고, 날짜를 의논했다.
숙소사용이 가능하다 알려준날은,
마침 나와 쌍둥이언니의 생일
즉, 우리 쌍둥이자매가 한날에
맞이하는 생일날이다.
쌍둥이언니도 동행을 기다렸단다.
쌍둥이꽃은 한티로 순례를 떠난다.
7월10일 일요일 새벽 5시30분,
쌍둥이꽃을 태운 SRT 열차는
서울 수서역을 출발한다.
열차 안에서 나란히 기도 드리고,
속닥속닥 이야기 하는 동안,
7시 11분 동대구역에 하차한다.
모닝커피 후 무궁화열차로 환승,
8시 33분 왜관역에 내린다.
택시 편으로 한티 가는 길의
첫출발지 가실성당에 도착한다.
한티 가는 길 45.6km의
장거리 도보순례의 길은
약 9km씩 5개 구간으로 나누어,
구간마다 사유하며 기도하도록
주제와 메시지를 담아준다.
매일 한구간씩 걷는 5일 순례자,
2박 3일, 또는 1박 2일 종주형
순례자가 있다.
우리는 2박 3일 종주형으로,
이틀은 두 구간씩 20km정도를,
마지막날은 5코스 8km를 걷는다.
70세가 넘어 다소 무리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순례이니만큼
뒤따르는 신체의 고통을
차오르는 영성으로 끌어안는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가실 성당은, 서울 명동성당처럼
로마네스크의 고풍스러움이
은은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가실성당 안에 들어가
순례의 시작 기도를 바치고,
모든걸 그분께 내맡기기로 한다.
창으로 흘러 들어오는 햇살에
스테인드글라스 성화가 빛난다.
빛깔 고운 진분홍의 배롱나무,
새파란하늘 아기구름 엄마구름.
우리는 순례자의 노랠 부르며,
발걸음의 첫 도장을 찍는다.
“인생은 언제나 외로움 속에
한 순례자, 찬란한 꿈마저
말없이 사라지고 언젠가 떠나리라.
인생은 나뭇잎 바람이 부는 대로
가네, ~~~“
1구간 ‘돌아보는 길’ 은
가실성당에서 신나무골성당까지
10.5km의 숲길, 언덕길, 임도,
마을길을 지나며, 전망 데크,
바람쉼터, 도암지 연못을 만난다. 주홍빛 능소화가 어우러진 담장,
하늘 구름과 속삭이는 배롱나무,
진초록 연잎들이 연꽃을 피우려
애쓰는 눈물의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한 내삶은 정신없기만 했다.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 돌아본다.
유혹은 심신을 어지럽히는
온갖 시험에 맞닥뜨리게 한다.
34도의 땡볕, 폭염, 온열주의보,
머리, 허리, 다리, 발가락 등에
점차 고통지수를 더해가면서,
중도 포기를 부추기는 듯하다.
이럴 때 둘이 있어 동행함은
기도속에서 두배의 힘이 솟는다.
2구간 ‘비우는 길’ 은
신나무골성당에서 창평지까지
9.5km의 주로 산길을 오른다.
숲길, 임도를 걸을 때에는
온몸으로 불볕더위를 막아주는
나무들로 비교적 시원했지만,
양떼목장 길을 지나 다시 산길을
오르는 데에는 뒷심이 필요했다.
극심한 가뭄에도 초록의 들판과
볏잎 파도, 고추, 감자 식물들은
잘 자라고 있어 실로 감사했다.
칠십 평생 내려놓지 못하는 건
욕심을 끌어안느라 분주한 삶,
이젠 비워야할 때임을 느낀다.
창평지 호수민박에 들어선다.
매점식 판매를 믿은게 착오였다.
아무 것도 살 수 있는 건 없었다.
민박집에서 우린 햇반을 끓여
죽처럼 참치캔 하나와 먹었다.
둘째날, 3구간 ‘뉘우치는 길’ 은
창평지에서 동명성당까지
9km의 고지대를 오르내리며
유난히 생각이 많이 드는 길이다.
쌀바위 오르기가 버겁고, 금낙정,
비탈전망대, 여부재 고개 등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길이다.
산비탈을 오르는 내내 비 내리고,
우비 벙거지를 뒤집어쓴 걸음은
질퍽대는 물웅덩이에 빠진다.
산안개 운무로 시야는 흐리고
무거운 배낭은 주저앉게 만든다.
그럴 때 고동색 철제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바라보시는 눈길,
주홍 파랑 리본 되어 흔드는 손,
나무기둥 선명한 글자로 오셔서
뉘우침의 길에서 또 물으신다.
‘그대 어디로 가는가?’
산길을 다 내려오도록 빗물과
눈물에 몸과 마음이 다 젖었다.
얼마나 타인을 위해 살았는지
오직 나만 위해서 산건 아닌지,
동명성당에서 한참을 기도했다.
4구간 ‘용서하는 길’ 은
동명성당에서 팔공산 가산산성
진남문까지 8.5km 편한 길이다.
동명수변공원, 청산농원쉼터와
팔각정, 원당공소를 지나온다.
동명수변공원 호수에 비친 하얀
쌍둥이다리, 원당공소의 이름모를
새소리, 그분이 지으신 자연이다.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콜택시로
한티피정의 집 숙소에 들어온다.
고요함과 평안함이 깃든 숙소
오랜만에 쌍둥이꽃은 한방에서
4구간까지 이틀 꼬박 함께 한
여정의 이야기꽃을 피운다.
수녀님과 신부님의 친절한 안내,
상세한 한티성지 소식을 듣는다.
내일도 같은 옷을 똑같이 입고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걸으리라.
셋째날, 5구간 ‘사랑하는 길’ 은
진남문에서 한티순교성지의
한티마을사람들까지 8.1km로,
한티피정의 집 뒷산을 한 바퀴
둘러 오는 산길, 숲속길이다.
아침 식사에 미역국이 나왔다.
비록 전날이 생일이었지만,
마치 쌍둥이의 생일을 아시는
어머님의 크신 사랑이라 믿었다.
은둔해 살았던 교우촌 사람들의
옹기굴, 숯가마터를 돌아보고,
무명 순교자 묘마다 세워진
십자가에 서서 잠시 기도한다.
이름 없이 번호만 새겨진 무덤,
참형을 순교의 영광으로 기쁘게
받은 알려지지 않은 순교자와,
어이없이 당한 한많은 순교자도
함께 있었음을 되새겨본다.
한티마을 순교자들 형상의 입석.
우리도 망부석이 되고 싶었다.
한티 가는 길은 참 친절했다.
필요한 곳에서 리본이 반겼다.
산을 넘고 숲길을 헤쳐가는 길
입석, 기둥, 이정표가 분명하고,
억지없이 연결됨이 좋았다.
관광지처럼 인공의 때가 없고
자연스러운 풍광, 절경, 쉼터 등
눈과 마음에 담기 더 좋았다.
해발 600미터 넘는 팔공산기슭
한티재를 넘어 무명 순교자의
삶과 죽음, 영원을 생각하는 길.
돌아보고, 비우며, 뉘우침, 용서,
사랑을 실천하리라 다짐했다.
똑똑 떨어지는 영성의 증류수
가슴에 받아안으며 끝을 맺는다.
완주 인증을 받고 기념스카프
목에 두르며, 한티를 떠난다.
쌍둥이들 손잡고 돌아보는 길에
학 두마리가 평화로이 난다.
또 한 살, 잘 살아내려는지
세월도 바람처럼 흐른다.
❤ 한티 가는 길은 묵상의 길!
'그대 어디로 가는가'
❤ 첫 출발지 가실성당 순례 시작
❤ 순례를 이끄는 길라잡이들
❤ 순례 안내석과 생각의 형상 틀
❤ 가뭄 견디고 잘 자라는 벼들
❤ 주홍빛 능소화 피고 지는 마을
❤ 연화예술원, 도암지 풍경
❤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
주님이 지으셨음을.....
❤ 2구간 출발지 신나무골 성당
❤ 미숫가루와 찰쑥떡 점심으로
❤ 양떼목장길 스탬프함 안에
벌집이 있고, 벌에 쏘여 놀랐으나
다행히 잘 아물었다.(인증은 못함)
❤ 개망초들이 높은산을 에워싸고
❤ 창평지 들어서니 석양이 반기고
❤ 첫날밤 호수민박 집에서
❤ 3구간 시작점 창평지 이슬비에
❤ 창평지 호수는 운무에 젖고
❤ 3코스 힘들게 오른 쌀바위 길
❤ 그곳엔 고해성사 의자가 있었다
❤ 산과 하늘과 바람과 자연에게
나의 잘못 살아온 죄를 고백하고
❤ 금낙정에서 비를 피하고 쉬며
❤ 4구간 시작점 동명성당에서
❤ 동명수변공원 절경에 취해
❤ 원당공소에서 잠시 기도드리고
❤ 5구간 출발지 가산산성 진남문
❤ 한티성지 여영환 오토 신부님.
인생은 하느님께로 향한 순례임을
깨우쳐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 한티순교성지 순례자 성당
❤ 5구간 숯가마터를 돌아보고
❤ 무명순교자 묘와 십자가의 길
❤ 순례의 끝지점 한티마을사람들
순교자 영혼의 입석에 서서
❤ 인증도장 20개째 마지막 찍고
❤ 한티 가는 길 완주의 기쁨!
❤ 쌍둥이꽂 한티 성지 순례완주,
지켜주시고 이루어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첫댓글 루치아 자매님
전국성지순례 축복장 받으시고 평화누리길 카페에 올리셨을때 한티가는길 추천해드리니 계획했다고 하셔서 후기 언제 올리시나 기다렸는데 한티 카페에 올리셨군요.
감동적인 장문의 후기와 사진 즐감합니다.
아.
경원이네님.
한티 가는 길
후기를 이곳 카페에
올리고
마악 평화누리길 카페
스크랩하고 돌아오니
제 후기를 기다리시고
제게 따뜻한 말씀도
소복히 주고 가셨군요.
고맙습니다.
울림이 큰 한티였어요.
가을 즈음에
또 다시 훌쩍 혼자서
가보려구 합니다.
아름다운 성지길 잘 담으셨네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
덕분에 감탄하고 행복했습니다..
율리안나님.
이곳에서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완주 축하도
감사드리고,
한티성지 가는 길
제 마음으로 동행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동이 넘쳐 흘러네요
저도 다시금
한티가는길을 조용히 걸어봐야겠네요
글 읽는 내내
한티가는길을 함께 그려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진영님.
실로 오랜 시간 지난 후
들어와보니
감동의 님께서
반겨주시네요.
칠곡군에서
숲길을 운영하시나봐요.
좋은 인연이 되면
뵈올 수도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쌍둥이 꽃~~~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물안개처럼 제 안에서 피어오르며
글을 읽었습니다.
50대??60대??모두 깨고 70대라니.....
저도 쌍둥이인데 더 늦기전에
쌍둥이 꽃을 저희도 피워보고 싶네요.
하루 하루 건강하시고 축복가득 받으시길 바래요
존경합니다.
아.
찬미예수님.
작은 거인님도
쌍둥이라구요?
어머어머
정말 반갑습니다.
저희는
지난 7월 한여름
땡볕과 우중에 걸으며
조금 힘이 들었어요.
다시 또
시간 내어 가고싶은
그곳입니다.
@온화한여자 그렇지요
저도 8월27일부터 틈틈이 홀로 걸었는데 한티 너무 좋더라구요
틈틈이 다시또 가고싶고 계절마다 다른 느낌일듯요
혹 쌍둥이끼리 함 걸어볼까요???일정 미리 예정하시면 한티길에서 뵙기를,,,,,
이란성이구요
저희집은 신기한 일이,,,,,
저희집에서 대학을다니고 14년 함께살다 서울간 조카가 출산을 쌍둥이
저희와 생일이 같은,,,,
3대 5명이 생일이 같다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