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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1년 만해축전 시조학술세미나 발표 논문입니다.
각주는 만해축전 자료집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시조 종장 운용의 문제점과 제언
홍성란
1. 시조 종장의 운용 방식
시조를 시조답게 하는 특성을 ‘시조성’이라 할 때 시조성에 대한 해명은 그 양식적 원형(modal archetype)이 되는 고시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고시조의 시조다운 특성은 먼저, 기승전결의 ‘4단 구조’를 초장(起) ․ 중장(承) ․ 종장(轉結)의 3장구조로 홀수화하면서 종장의 첫마디를 3음절로 고정시켜 시상의 전환 혹은 전이 기능을 하는 전환축이 되도록 하는 데 있다. 그 다음 이 전환축의 힘을 받아 둘째마디는 5~8음절의 파격적인 과음보를 이루게 하고, 종장의 셋째마디를 평음보로 하고 넷째마디는 소음보로 조직하여 완결미를 가지게 한다. 여기서 진전된 김학성의 최근 논의에 따르면 종장 첫마디는, 작품 전반에 규율화 되어 있는 음량률의 지배를 받지 않고 반드시 3음절로 고정하여 자수율을 따르도록 하는, 운율적 이단성(異端性)을 보임으로써 초-중장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을 일거에 차단한다. 이어서 둘째마디에서 두 마디 결합 형태를 띠는 과음보로 실현함으로써 변형4보격이 되어 운율적 전환을 이룸과 동시에 시적 메시지가 완결을 향해 치닫도록 설비한다.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한다.
초장 4 4 ∥ 4 4 … 앞구와 뒷구의 ‘균형’의 미학
중장 4 4 ∥ 4 4 … 앞장의 ‘반복’의 미학
종장 3 4+4 ∥ 4 4 … 앞구에 변화를 주는 ‘전환’의 미학
... 3장으로 시상을 완결하는 ‘절제’의 미학
이 도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종장 첫마디는 3음절 정형의 자수율을 따른다. 둘째 마디는 2마디가 결합한 5~8모라의 음량을 유지하여 4음4보격에 변형을 가하는 방식으로(변형4보격) 첫마디 3음절과 함께 종장 특유의 율격모형을 이룬다. 이 율격모형을 견지하였을 때만이 특유의 종장 미학을 가지는 것이다.
시조는 이와 같은 종장의 형식구조를 준수해야만 시조성을 견지한 시조다운 시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시조의 자료적 실상은 반드시 이와 일치하지는 않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문제적 실상들을 항목화하여 제시하며 논의하기로 한다.
2. 시조 종장 첫마디의 운용 양상
1) 종장 첫마디에서 3음절 자수율을 벗어난 경우
시조의 율격단위는 4음4보격의 음량률에 기반한다. 이를 바탕으로 종장 첫마디만은 3음절 정형의 자수율을 견지하는 운율적 이단성을 보이며, 둘째마디에서는 4음격 음보가 2개 결합한 양상으로 5~8음절을 유지한다. 이는 4음4보격 무한연속체인 가사와 변별되는 중요한 장르표지가 된다. 시조는 종장의 이러한 변형규칙을 준수할 때 시조다운 정체성을 가진다.
(1) 두 눈 지그시 감고 前生錄을 지운다
-「목욕탕 情景」에서
(2) 계율이여/ 葉液을 마셔/ 억센 실을 뽑으리라
-「용설란」에서
(3) 노을 속의 아이들아 슬픈 기억은/ 이렇듯 와락 달려오는 것이냐
-「하얀 민들레꽃」에서
예시 (1)의 경우는
(1-1) 두 눈 | 지그시 감고 | 前生錄을 | 지운다
와 같이 율격에 따라 분할된다. 종장의 율격모형이 첫마디만은 3음절이라는 음절정형을 고수해야 함에도, (1)의 첫마디는 2음절로 그에 미달하는 파격을 보인다. (2)의 경우는
(2-1) 계율이여 | 葉液을 마셔 | 억센 실을 | 뽑으리라
와 같이 분할된다. 첫마디가 초 ․ 중장의 다른 음보처럼 4음절 기준음격(평음보)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3음절 정형으로 고정해야하는 전환의 미학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3)의 경우는
(3-1) 노을 속의 | 아이들아 슬픈 기억은 | 이렇듯 와락 달려 |오는 것이냐
로 분할되어 (2)의 경우와 같다. 시조의 율격분할은 시간적 등장성을 가지는 장 단위 네 마디(음보) 의미단위를 기준음격에 맞추어 음량을 배분하는 것을 가리킨다.
종장 첫마디 3음절 정형을 벗어난 (1)~(3)의 경우는 시조라는 장르표지를 무시한 파격의 예이며 시조가 시조일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다. 그런데 (3)은 첫마디에서 관형격조사 ‘의’를 사용했다는 점과 둘째마디의 ‘아이들아’가 첫마디와 의미의 응집력을 가진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다. 이 같은 양상은 다음 절에서 논의한다.
2) 종장 첫마디와 둘째마디가 의미상 연속되는 경우
(4) 우리 턱/ 기대어 살자세나 사랑하는 사람아
-이호우,「五月」 넷째 수 종장
(5) 지친 내/ 근시안 밖에 목숨이야 한 벌 진솔
-박기섭, 「홍류동」 둘째 수 종장
(4)와 (5)의 경우 첫마디를 ‘2음절어+1음절어’로 보아 3음절 정형으로 인식한다면 종장 첫마디로서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1음절어가 종장 둘째마디와 강한 의미의 응집력을 가져 의미상 연속된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다.
(6) 예닐곱|적 아이처럼|물장구를|못 치네.
-박재삼,「酷暑 日記」둘째 수 종장
(7) 그리운| 이를 부르기| 겨워 이슬| 맺히네.
-박재삼,「가을에」둘째 수 종장
(8) 상추 씨| 찾는 병아리| 돌아올 줄| 잊었다.
-이영도,「봄 2」 종장
(9) 정처도| 없는 구름이| 혼자 재를 |넘고 있다.
-정완영, 「鳥嶺關 구름」 종장
(10)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이호우,「개화」 종장
(11) 흰 커튼| 사이로 불빛이| 손짓하는| 오두막집.
-이상범,「오두막집 行」첫째 수 종장
(12) 가까운| 것도 먼 것도 두루| 밥상 받듯| 대한다.
-박재삼, 「밥상 받듯」 종장
(6)~(12)의 경우, 첫마디가 3음절 정형을 보이지만 밑줄과 같이 둘째마디로 이어지는 어절과 의미의 응집력을 강하게 가진다는 점에서 문제 삼는 전형적 사례다. 이러한 양상에 대해 서벌, 박기섭, 이정환 등이 문제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시인들에게 창작상의 고민거리가 되어 왔다.
(4)~(12)와 같은 의미론적 결집에 의한 파격은 시조의 양식적 원형이 의도하는 율격 미학과는 거리가 있다. 종장의 첫마디는, 가곡창의 5장 구조에서 제4장에 해당된다. 제4장은 반드시 3음절로 부르게 되어 있는데 이 독특한 종장 첫마디의 3음절 법칙은 「진작 3」으로부터 기원한다. 「진작 3」은 시조 형성 초기의 형식인데 이로부터 만대엽 이후 모든 가곡류 악곡의 4旨에는 노랫말이 3음절로 실리는 것이 법칙화 된다. 이는 시조 양식화 초기부터 지켜온 전통이며, 시조 종장 첫마디에 대한 우리의 선험적 율격인식으로 고정되어 왔다. 이 선험적 율격인식에 따라 종장 첫마디는 자연스럽게 3음절로 율독이 되는 것이다. 이호우, 이영도, 박재삼, 정완영 같은 현대시조의 거봉들이 예시와 같은 종장을 자연스럽게 구사해왔던 것도 이러한 선험적 율격인식이 ‘글쓰기의 본’으로 작용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율독과 낭독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시조를 율독할 때는 이미 정립된 4음4보격이라는 율격모형에 따라 읽어야 한다. 그러니까 장, 구, 음보 단위에 따라 음량을 배분하여 읽는 것이 율독이다. 낭독은 시적 어조나 분위기에 맞추어 완급을 조절하며 촉급하거나 완만하게 읽을 수 있지만 율독은 율격모형에 따라 음량을 배분하여 읽어야 한다. 따라서 박재삼의 시조 「밥상 받듯」의 종장을 율독하게 되면 일상 언어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12-1) 가까운 | 것도 먼 것도 두루 | 밥상 받듯 | 대한다.
와 같이 율독해야 한다. 그래야 종장이 되고, 시조 작품이 되는 것이다.
시조 종장의 첫마디와 둘째마디가 의미상으로 강하게 결속되는 경우, 종장 첫마디가 초장과 중장에서 이어온 시상을 전환하는 축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보면 전환의 미학적 효과는 상당히 약화되는 것이다. 고시조에서도 종장 첫마디와 둘째마디가 의미상 강하게 결속되는 예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2개의 마디, 즉 음보와 음보가 모여 句를 이루는 시조 형식의 내적 질서 때문이기도 하다.
시조가 시문학으로 향유되는 현대시조에 있어서 詩語는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말과 같이 일상 언어에 가해진 조직적 폭력이다. 다시 말해 시어의 본질은 규범으로부터 이탈되는 비문법성의 비틀린 언어이고, 이 비틀린 언어의 詩性에서 시는 미적 가치를 가진다.
(12-1) 가까운 | 것도 먼 것도 두루 | 밥상 받듯 | 대한다.
와 같이 율독되는 시조의 종장이 만일 일상 언어의 자연발화라면
(12-2) 가까운 것도 | 먼 것도 | 두루 | 밥상 받듯 | 대한다
와 같이 읽어야 한다. 이 자연발화를 시조의 종장에 가져다 놓음으로 해서 도식화되어 있는 표준 언어를 강제로 ‘시조의 율격에 따라 배분하여 읽음(율독)’으로써 (12-1)과 같은 율격분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재삼의 이 작품은 현대시조가 詩라는 점에서 일상 언어를 비튼 ‘낯설게 하기’로 설명할 수 있다. 전통율격이나 표준 언어는 도식화되어 있어서 우리에게 낯익은 것이지만 이런 자동화를 파괴함으로써 한 편의 시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 ‘낯설게 하기’는 바로 예술의 본질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시조 종장의 첫마디가 초장과 중장에서 이어온 시상을 전환하는 전환축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12)와 같이 종장 첫마디와 둘째마디가 의미의 결속을 너무 강하게 갖는 것은 권장사항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3) 종장 첫마디 3음절 정형을 위한 음절 축약의 경우
(13) 할버진 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라
-이호우, 「달밤」 셋째 수 종장
(14) 즐겨얄 봄이요 시절을 두견같이 우닌다
-이호우, 「봄」 넷째 수 종장
(15) 할버지/ 백발구름에/ 업혀 잠든/ 손주구름.
-정완영, 「할배구름 손주구름-손주에게」 종장
(13)~(15)의 경우는 종장 첫마디의 3음절 정형을 고수하기 위해 ‘할아버지는’, ‘즐겨야 할’, ‘할아버지’와 같은 본디 발화를 포기하고 음절을 축약하였다. (13)과 (14)의 경우는 본디 발화의 기표를 살리기 위해 종장을 재편할 수도 있다. (15)의 경우 음절 축약의 무리를 피하기 위해 ‘할아비’로 기표를 바꾸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4) 종장 첫마디에서 관형격조사 ‘의’를 쓰는 경우
(16) 須臾의 목숨을 안고 내 우러러 섰도다
-이호우, 「목숨」 종장
(17) 그대의 먼 입술가에/ 지금 天地가 무너진다.
-박재삼, 「東鶴寺 一夜」 종장
(18) 수천의/ 눈들이 별을 닮듯/ 나 또한 별이 된다.
-한분순, 「回憶」 셋째 수 종장
(19) 먹장의/ 구름 제치고 솟은/ 반짝반짝/ 별빛이어
-최승범,「歡喜」종장
이정환은 밑줄 친 예시와 같이 종장 첫마디에서 관형격조사 ‘의’를 쓴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예시와 같이 ‘관형격조사 ‘의’는 첫마디 체언에 붙어서 말과 말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형식형태소로서 첫마디와 함께 하나의 의미단위가 된다는 점에서 종장 첫마디의 형식요건을 갖추고 있다.
알다시피, 하나의 章은 句와 句의 결합이고, 句는 音步와 音步의 결합이다. 이 결합 양상이 대응하며 시조를 양식화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句를 형성하는 音步(마디)가 의미상으로 긴밀하게 결속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고시조에서도 관형격조사 ‘의’를 쓰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종장 첫마디가 의미상으로 분절되는 독립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4旨로서 가창을 위한 형식요건이다. 詩로서 향유하는 현대시조에 와서 통사 ․ 의미상으로 분절되는 독립어만을 종장 첫마디로 써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현대시조문학사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현대시조 작품의 실상이 말해주는 바와 같다. 다만, 예시와 같이 관형격조사 ‘의’를 사용하게 되면 종장 첫마디가 둘째마디와 의미상 연속되는 성격이 강하므로 전환의 미학을 도드라지게 하는 힘은 그만큼 약해진다는 문제를 갖는다. (19)의 경우는 (16)~(18)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의 종장 첫마디 기표는 ‘먹장구름’으로 종장의 3음절 정형을 의식하고 ‘먹장의+구름’으로 제시하여 부자연스러운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3. 시조 종장 둘째 마디의 운용 양상
1) 종장 둘째 마디가 과음보에 미달하는 경우
(20) 당신의/ 피 한 톨로/ 멱 감는 새벽길
-「새벽기도 가는 길」에서
(21) 세월도 나이 들면 손금 같은 길을 낸다.
-홍성란, 「세월論」 종장
(20)과 (21)의 경우 종장 둘째 마디가 4음절, 4모라에 해당한다. 이 예는
(20-1) 당신의 | 피 한 톨로 | 멱 감는 | 새벽길
(21-1) 세월도 | 나이 들면 | 손금 같은 | 길을 낸다.
와 같이 분할된다. 이 경우는 종장 둘째 마디가 2마디의 음량을 한데 모은 것만큼의 음량 즉, 5~8모라의 음지속량을 가지는 변형율격을 따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긋나 있다. 이 점을 재인식하고 「세월論」은 다음과 같이 퇴고하였다.
(21-2) 슬픔도 | 아문 자리엔 | 손금 같은 | 길을 낸다
시조에서 종장의 둘째 마디를 4음절의 평음보 수준으로 실현한다면 시조 특유의 정교한 형식적 규약을 따르지 못한 느슨한 형식이 되어 그만큼 긴장미를 상실하게 된다.
4. 1마디의 음량이 4음절을 넘거나 1음절인 경우
우리 시가 율격의 음보양식은 2음격에서 5음격, 즉 1마디의 음량은 2모라에서 5모라의 범위 안에서 양식화된다. 그 논리적 근거는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우리 국어의 造語 및 통사 구조상 5음절어보다 큰 단어가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언어학적 요인, 둘째, 한 呼氣群의 발화량이 5모라 이상 넘기 어렵다는 생리적 요인, 셋째,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에 의존한 시간적 통합의 범위 역시 5모라를 넘기가 어렵다는 심리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결국 2모라에서 5모라까지가 우리 국어의 적절한 발화 범위로서 음보의 양식화 역시 이 범위에 한정되어 수행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음4보격의 시조 1마디는 2음격~5음격(2~5모라)까지로 구조화 된다. 간혹 단음절어로 한 음보를 이루는 1음격(1음절) 자료의 예가 보여도, 이에 상응하는 인접 음보들과의 상대적 관계에 비추어 본다면, 그것의 기준 음격은 항상 1모라의 장음이나 정음의 실현이 수반되는 2음격 음보로 판정되기 때문에 시조 율격의 음보양식은 2음격에서 5음격 내에서 형성된다.
1) 1마디의 음량이 6음절 이상인 경우
(22) 그것이 서로의 인생의 갈림길이었구나.
-이호우, 「回想」 종장
(23) 천지를 뒤덮는 큰 잔치가 하마 가까워오나부다.
-김상옥,「祝祭」 둘째 수 종장
(24) 새 울음소리는커녕/ 내 울음도 못 듣는다.
-조오현,「일색과후」 둘째 수 종장
(25) 호수는 오르랑 내리랑/ 榮山江口로구나.
-조운,「나올 제 바라봐도」 종장
(26) 가만히 아지랑이가 솟아/ 아뜩하여지는가.
-박재삼, 「江물에서」첫째 수 종장
(27) 빨강머리물총새가/ 느낌표로/ 물고 가는
-유재영, 「둑방길-햇빛시간 4」 둘째 수 초장
이 경우는 정서법에 따라 5모라를 넘어서는 어절을 붙여 쓰고 있거나 (27)과 같이 ‘빨강머리물총새’라는 학명이 주격조사 ‘가’와 함께 8음절, 8모라를 형성한 사례다. 1마디 음량이 기준음격 4음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2마디로 아래와 같이 분할되며 (22)~(27)은 시조의 정교한 율격 규약을 잘 준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27)의 8음절은 종장이 아닌 초장에서 실현된 것이므로 율격분할 상 문제가 없다.
(22-1) 그것이 | 서로의 인생의 | 갈림길이 | 었구나.
(23-1) 천지를 |뒤덮는 큰 잔치가| 하마 가까워 | 오나부다.
(24-1) 새 울음 | 소리는커녕 | 내 울음도 | 못 듣는다.
(25-1) 호수는 | 오르랑 내리랑 | 榮山江口 | 로구나.
(26-1) 가만히 | 아지랑이가 솟아| 아뜩하여 | 지는가.
(27-1) 빨강머리 | 물총새가 | 느낌표로 | 물고 가는
2) 1마디의 음량이 5음절인 경우
(28) 임 마음 내 마음이 시방/ 구슬 꿰어지누나.
-박재삼,「구름결에」첫째 수 종장
종장 뒷구는 정서법에 따라 붙여 씀으로 해서 ‘구슬+꿰어지누나’가 되어 넷째 마디의 음량이 셋째 마디에 비하여 크기 때문에 종장 율격모형과는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한 자료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는
(28-1) 임 마음 | 내 마음이 시방 | 구슬 꿰어 | 지누나.
와 같이 율독된다는 점을 인지한 까닭일 것이다.
3) 1마디의 음량이 1음절인 경우
(29) 찬/ 이마 위에/ 치자꽃이/ 지는 밤
-김일연, 「그리움」 중장
(30) 저 물이 없는 연못에도 연은 올까?
-박기섭, 「물 길러 간다」 셋째 수 초장
(31) 신/ 벗어두고/ 간 데 없이 간 사내처럼
-홍성란, 「허물」 첫째 수 초장
이정환은 ‘그, 이, 저’와 같은 한 글자가 시조의 한 마디 즉, 한 음보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문제 제기 한 바 있다. ‘그, 이, 저’와 같은 1음절의 명사 또는 지시어나 대명사를 1마디로 쓰는 경우는 전술한 바와 같이, 4음격 1마디는 2음격~5음격(2~5모라)으로 구조화되며 지시어나 대명사 같은 1음절어는 이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파격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료들은 다음과 같이 장음과 정음을 포함한 음지속량에 따라 도식화할 수 있다.
(29-1) 찬― | 이마 위에 | 치자꽃이 | 지는 밤∨
(30-1) 저― | 물이 없는 | 연못에도 | 연은 올까?
(31-1) 신― | 벗어두고 | 간 데 없이 간 | 사내처럼
음량률을 충족시키는 기저자질은 음절과 장음 ․ 정음을 포함한다. 1음절은 1모라의 음지속량을 가지며, 장음(―: +장음)은 1음절만큼 음을 지속한다. 정음(∨: -장음)은 1음절만큼의 묵음 상태인 음지속량을 가지므로 이 기저자질들의 음지속량은 같다. 기준음격 미만의 음절이 1마디를 형성할 경우 장음과 정음이 모자라는 음량을 代償할 수 있다. 이 장음 ․ 정음과 같은 수의적 자질이 기준음격을 대상할 수 있는 최대 범위는 2모라[(장음(―)+정음(∨)]를 넘지 못한다. 그러므로 시조와 같이 기준음격이 4모라인 경우, 하나의 마디에 음절이 2개 이상이 와야 장음과 정음을 포함해서 4모라가 되므로 유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9-1)~(31-1)의 첫마디는 모두 1음절로서 결국 1음절+장음(―)=2모라의 음지속량을 가지며 4모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파격이다. 시조와 같은 정형시에서 이러한 파격은 그것이 필연적 포에지를 갖고 있다면 파격에 따른 의미의 긴장성이나 정서적 감응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표출방식이 될 수 있다.
5. 시조 종장 운용에 대한 제언
시조에 있어서 특히 종장 첫마디의 3음절 정형과 둘째마디 과음보 실현에 의한 변형율격 준수는 시조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대시조의 자료적 실상은 이와 어긋나는 다수의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종장 운용의 제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아래와 같은 제언으로 글을 맺는다.
1) 종장 첫마디가 3음절 정형에 미달하거나 넘치는 경우와 둘째마디에서 과음보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는 모두 시조의 핵심 시학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종장 첫마디 3음절 정형은 시상을 전환하여 완결하는 전환축으로서 기능한다.
종장 첫마디는 3음절의 소음보로 음량을 극단으로 응축했다가 둘째마디에서 그 힘을 최대한 확산시키는 과음보로 실현하고 셋째마디에서 평음보로 완만하게 돌아와 넷째마디에서 평음보 또는 소음보 형식으로 완결 지을 때 시조의 양식적 원형을 준수하여 시조성을 확고히 견지했다고 할 수 있다.
2) 종장의 경우, 첫마디와 둘째마디가 의미의 응집력을 가짐으로 해서 두 마디가 통합된다고 보는 의미론적 우월의 표출 방식은 시조의 정교한 형식규율과는 거리가 있다. 종장 첫 마디의 3음절 정형은 전환의 미학을 실현하는 지점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시조 양식화 초기부터 지켜온 전통이다.
3) 시조를 율격에 맞추어 읽는 율독은 장, 구, 음보 단위에 따라 음량을 배분하여 읽어야 한다. 4음격의 시조 음보는 2음절 이상이 와야 유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1음절의 경우는 하나씩의 장음과 정음을 포함한다고 해도 4모라 미만이 되므로 파격이다.
음보의 양식화 범위는 2음격에서 5음격, 즉 1마디의 음량은 2모라에서 5모라의 범위 안에 있다. 1음보가 6음절 이상이면 2마디로 자연스럽게 분할된다. 초장 앞구에 보이는 8음절어나 종장 뒷구에 보이는 7음절어도 2마디에 해당하므로, 등장성에 따른 음량배분에 의해 아래와 같이 율독된다.
(25-2) 영산강구로구나 → 영산강구 | 로구나
(27-2) 빨강머리물총새가 → 빨강머리 | 물총새가
4) 드문 경우지만, 종장 첫마디에서 3음절 정형을 고수하기 위해 음절을 축약하는 사례를 본다. 이 문제는 시조를 더욱 고답적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 본디 발화의 기표를 살려 자연스러운 발화가 되게 하면서 음상(音像)과 성향(聲響)까지를 고려하는 신중한 어휘선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종장을 재편할 수도 있다.
5) 종장 첫마디에 보이는 관형격조사 ‘의’는 체언에 붙는 형식형태소로서 첫마디와 함께 하나의 의미단위로 기능한다. 또한 ‘의’가 둘째마디와 변별되는 하나의 呼氣群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를 지니므로 종장 첫마디 형성에 문제는 없다. 다만, 그것이 둘째마디와 의미의 연속성을 강하게 갖는다는 점에서 시조 특유의, 전환의 미적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권장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6) 1음절만이 1마디를 채우고 있는 경우, 장음과 정음의 음량을 포함해도 기준음량에 미달하므로 파격이다. 이러한 파격은 포에지 상의 필연적 요구와 미적 효과를 유발할 경우 그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네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좋은 지료 숙독 했습니다
종장 첫구
-의에 관해 항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해가 확실히 됐다 할 수는 없지만 종장 첫구에 사용하면서 부담을 좀 줄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조민희 선생님의 탐구정신과 열정은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귀감입니다. 선생님의 열정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