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기자 그리고 속기사
이수만 (전국속기학원연합회 회장)
서기(書記), 기자(記者) 속기사(速記士)로 기(記)자와 연관 있는 직업으로 한평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향인 경북 군위에서 초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주에서 정아랑 선생이 오셔서 속기에 대해 1시간 동안 특별 공개 강의를 하고, 8쪽의 ‘한글속기’란 조그마한 유인물을 팔고 가셨습니다. 대구상고에 진학을 했는데, 상업 과목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웅변과 작문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서 전국애국웅변대회 종합특등(문화공보부장관상)등 많은 상을 받았으며, 작문도 제1회 전국고교생현상작문 모집 최우수상(홍익학원 이사장상) 등을 수상 했습니다. 그 당시 웅변을 공부하면서 박정희 윤보선 등 대통령후보 연설회에 가서 연설을 듣고, 속기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속기를 배우려고 속기학원을 찾았으나 대구시내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중3때 구입한 정아랑 선생의 한글기음식 속기법과 서점에서 구입한 남상천 선생의 남천식, 장기태 선생의 일파식, 김천한 선생의 고려식 속기법을 공부 했으나 같은 글자는 ‘가’자 밖에 없고 모두 달랐습니다.
1969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해서 ‘한국웅변속기연구소’를 설립하여 웅변과 속기를 가르쳤습니다. 이미 익힌 정아랑 선생의 기본문자를 기본으로 해서 나름대로 새로운 속기법을 만들어서 처음엔 프린트물로 가르쳤습니다. 1975년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 후 ‘이수만웅변속기교육원’을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웅변과 속기를 가르쳤습니다.아버지가 별세하시고 고향의 사과밭을 돌볼 사람이 없어 아내와 어린애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1977년 행정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의흥면서기로 2년반 동안 집안을 돌보며 근무했습니다. 그러다가 군위군청 사회과 복지계로 발령이 나서 군서기로 1년간 근무하고, 도청 전입시험에 합격해서 경상북도 서무과 경리계에서 행정서기로 6개월 근무한 후 신문기자 시험에 합격이 되어서 4년간의 공무원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영남일보 지방부에서 수습기자를 마치고 고향인 군위 주재기자로 근무한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정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영남일보는 대구매일신문사로 합해져서 처음엔 기자를 안 시켜주고 판매국 경리담당 일을 했습니다. 대구상고를 나왔지만 경리 일은 도청에서도 신문사 에서도 적성에 맞질 않았습니다. 신문사를 그만 둘 생각으로 ‘한국속기연구원’이란 속기 과외교습소를 내어서 속기를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 때 대구매일신문에서 ‘넘버원을 찾아서’란 연재물이 있었는데 ‘속기사 이수만씨’란 기사를 보고 수강생들이 많이 배우러 왔습니다. 속기연구원이 잘되어 직원도 부원장, 강사, 상담원 등 5명을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83년 신문사에서 편집국 영양 청송 주재기자로 발령이 나서 학원은 아내와 누이동생한테 맡기고 대구를 떠나있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한 군에 10여명의 주재기자가 있지만 그 때는 한 명밖에 없어 언론대표로 기관단체장 모임도 함께 했으니 옛날 암행어사처럼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1982년 신도문화사에서 ‘최신한국속기’를 1984년에 도서출판 대일에서 수정 증보판‘최신한국속기’책을 발간하고, 1986년에 ‘한국속기학원’으로 교육청에 등록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 후 고향인 군위에서 1년간 자가용으로 대구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기자생활과 속기학원 원장 겸 강사 생활을 하였습니다. 1987년 편집국 사회2부 기자로 발령을 받아서 본사에서 근무하며 속기학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1988년 3월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의 공천을 받아 만38세에 대구중구에서 13대 국회의원에 출마하였습니다. 낙선 후 경북일보 사회부장, 대경신문 편집국장을 하였고, 초대, 2대 대구중구청장, 15대,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낙선 후 정치에 손을 뗐습니다. 지금까지 수필속기와 CAS컴퓨터속기를 강의하여 수많은 속기사를 배출하였습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알게 된 ‘속기’가 평생 직업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속기학원을 하면서 보람된 것은 두 딸이 속기를 배워 법원에서 속기직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남도 속기학원 부원장 겸 한국녹취사무소 대표로 일을 하고 있어, 저가 죽어도 속기학원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믿습니다. 행정공무원, 언론인, 정치인, 사회교육자로 70평생 걸어온 길에 변화와 굴곡이 많았지만 결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