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28) - 명량으로 가는길
- 명량해전 승리의 길 탐사기행록(18) (해남 황산 - 해남 우수영 18km)
3월 18일(금), 흐리고 가끔 비가 내린다. 오전 7시, 숙소 앞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8시에 우수영 쪽으로 출발하였다. 황산초등학교를 지나 들어선 길은 '명량로', 명량으로 가는 일행의 발걸음을 예표하는 듯하다. 버스 정류장에는 '인간, 자연, 공룡이 어울어진 행복한 고장 황산'이라 적혀 있다. 모든 고장은 나름 행복한 보금자리인 것을!
30여 분 걸어 정감 넘치는 까치집이 보기 좋은 고목을 지나노라니 그 아래 '연당리 미륵불'이라 표기한 불상이 예사롭지 않다. 설명문에 적힌 흥미로운 문구, '전라우수영의 수사가 말을 타고 지나면 다리가 부러지고 가마 타고 지나가면 가마가 부서진다.' 우수영 가는 우리는 걸어가기 잘 하는구나.
6km쯤 걸어 황산면 지나고 문내면에 들어서니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린다. 급히 우장을 갖추고 열심히 걸으니 사교 마을 지나 진도 방향으로 길이 꺾인다. 계속 이어지는 명량로 따라 한 시간쯤 더 걸으니 우수영 항이 있는 문내면 동외마을에 들어선다. 도착시간은 11시 반, 걸은 거리 14km.
그곳에 세운 명량대첩비(보물 제503호)를 보러가는 길, 대첩비는 1597년 9월 16일에 해남 울돌목에서 거둔 명량대첩을 기록한 비로서 숙종 14년에 건립했다. 동외마을에 우수영 동헌이 있었는데 문내파출소 옆 공터가 그 자리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동외마을을 우수영 문화마을로 가꾸어 여러 볼거리가 있고 법정 스님 생가터에 '법정스님마을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마을 한쪽의 항구에는 거북선 모형의 여객선도 정박해 있고. 역사와 지리, 인문이 한데 어울어진 동네가 우수영이로구나. 도서관 경내에서 살핀 법정스님의 어록,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서관 앞의 골목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중 보성에서 우리 일행을 환대한 박원재 씨가 먼 길 달려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삶은 달걀과 쑥떡, 음료 등 간식거리 잔뜩 싸들고.
오전 걷기는 우수영까지, 오후는 역사문화 탐방이다. 먼저 찾은 곳은 울돌목 해안에 자리한 우수영 관광지로 우수영 문화마을에서 우수영 관광지까지 약 2km, 해남군이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관광지에 살필 것들이 많다. 경내에 명량대첩 기념공원, 명량대첩탑,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전시관 등이 짜임새있게 설치되어 있다.
더불어 명량해협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와 해상케이블카 및 거세게 흐르는 울돌목의 물살을 지켜보는 감회가 별다르다. 우수영 관광지는 이전에 들른 적이 있지만 지금은 특별한 목적으로 탐사하는 발걸음, 곁에 있는 배준태 제독과 손벽을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해진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었을 것'이란 의미로 충무공이 남긴 글을 허백련 화백의 글씨로 새긴 비석과 거센 물결의 울돌목 해협을 한데 담았다.
경내를 개략으로 살피고 명량해전 대첩사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보니 지난 18일간 우리 일행이 걸어오며 새긴 현장의 사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뜻깊다. 유장한 삶의 궤적도 이처럼 한몫으로 정리되려나?
우수영 관광지를 두루 살핀 후 진도대교를 향하여 걸어가노라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내린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거센 물살이 명량해전 당시를 생동감 있게 재현하는 듯. 진도대교 건너서 진도군 녹진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 걸은 거리는 18km. 명량으로 오는 길, 뜻깊어라! 내일 진도 벽파진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자.
* 숙소 인근의 조용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삼겹살에 진도 특산 홍주를 곁들인 식탁이 푸짐하다. 식사 후 산책하며 바라보는 야경이 멋지네. 충무공 동상의 위용이 웅혼하고 진도대교를 밝히는 조명이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