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주왕산국립공원·대전사, 화마 피해…
"밤새 물 뿌렸다"
[청송]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청송 소재 천년고찰 대전사에서 산불화재 방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03.26.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사찰로 불이 옮겨붙을까 봐 밤새 물을 뿌리며 걱정했습니다."
26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서 밤을 지새우며 대전사를 지킨 법일 주지스님은 산불이
사찰을 덮치지 않을까 조바심에서 벗어나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지스님은 "대전사에서 스님 등과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뿌리며 산불에 대비했다"며
긴급했던 지난밤을 회상했다. 이어 "밤새 물 뿌려가며 혹시나 불이 옮겨붙을까 걱정했다"며
"다행히 지난밤 불길이 대전사 등에 번지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껏 예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청송 소재 천년고찰 대전사에서 산불화재 방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03.26.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지리적으로 산에 둘러싸인 지형 탓인지 청송 내에는 화마가 휩쓸고 간 뒤 남은 매케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스님들은 자욱하게 덮인 연기 속을 다니며 사찰에 피해가 없는지 확인했다.
닷새째 매섭게 확산 중인 '의성 산불'은 전날 안동을 지나 청송 국립공원까지 번지면서 지켜보는
모두를 긴장시켰다. 지난밤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천년고찰 대전사 인근 1㎞까지 불길이 위협해 오자
공원은 조선 후기 불화 '주왕암 나한전 후불탱화' 등 문화재 6점을 반출하고,
법일주지스님 등 승려 3명을 대피시켰다.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청송 소재 천년고찰 대전사에서 화재방어를 위해 물을뿌리고 있다.
2025.03.26.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다행히 불길은 대전사로 번지지 않았다.
주왕산 내 주왕암, 학소대, 용추폭포, 주봉 등 명소도 불길이 가까스로 비켜 갔다.
대전사는 통일신라시대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보물 제1570호 보광전 등 여러 문화재가 있다.
주왕산국립공원과 대전사는 화마를 피했지만 청송 곳곳에서는 여전히 산불 진화작업 중이다.
대전사도 사찰 내 설치된 옥외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주변 곳곳에 물을 뿌리며 화재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청송 소재 천년고찰 대전사에서 산불화재 방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03.26.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지난 22일 오전 11시 26분께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산61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안동 길안면을 거쳐 강한 바람을 타고 전날 오후 4시 35분께 청송군 파천면, 청송읍, 진보면
일원을 덮쳤다.청송군은 진화인력 1023명, 장비 38대, 헬기 1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화마를 피해 대피하다가 사망 3명, 실종 1명, 중상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청송 소재 천년고찰 대전사에서 산불화재 방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03.26.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산림은 5017㏊가 불탔다.
주민 1만여 명이 29개 시설로 대피하고, 시설입소자 300명도 안전한 13개 시설 및 가정으로 피했다.
자나깨나 불조심! 끄진불도 다시보자!
지리산 중산리쪽도 불이번져서 천왕봉 정상으로 옮겨져 가고 있다니
전국 곳곳에서 불어오는 산불이 정말 큰일 입니다.
나라전체가 시끄럽다보니, 산불까지도 엄청난 강풍에 큰일 입니다.
울주군 산불보다, 의성산불 보다 지리산 천왕봉 골짜기 마다
강풍때문에 불어오는 지리산 계곡마다 큰걱정 입니다.
영덕군 석리마을이 도깨비불로 폐허가 돼었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지난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부 5개 지자체로 확산된 산불 영향
구역이 3만3204㏊로 잠정 집계됐다. 진화율은 44.3%이다. 산림당국은 27일 경북 지역에 비가 내리겠지만,
강우량이 5㎜ 미만으로 적어 진화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의성 산불 현장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공위성 자료, 열화상 드론, 해양
경찰청 협조를 받은 고정익 항공기 등을 이용해 광범위한 영상 정보를 수집해 분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역 별 산불 영향 구역은 의성 1만2685㏊(진화율 54%), 안동 4500㏊(진화율 52%), 청송 5000㏊(진화율 77%),
영양 3200㏊(진화율 18%), 영덕 7819㏊(진화율 10%)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북 지역에는 이날 오후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예상 강수량은 5㎜ 미만이다. 임 청장은 “비의 양이
충분치 않아 산불 진화에 주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산불이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풍이 불어 산불이 다시 확산될 수 있다.
이날 오전 경북 지역에는 남동풍이 평균 풍속 초속 2m로 불고 있지만, 오후에는 초속 5~10m로 거세지겠다.
순간 최대 풍속 초속 20m 이상의 강한 바람도 불겠다.
소방 헬기는 현재는 영양·영덕 지역에만 4대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당국은 진화 인력 4960명, 진화 차량 661대 등 을 동원할 계획이다. 임 청장은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와 진화 대원,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산불 확산을 차단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성 산불은 역대 최대 피해를 준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가장 피해 규모가 컸던 산불은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3913㏊)이고,
다음은 2022년 3월 경북 울진·강원 강릉·동해·삼척 산불(2만523㏊)이었다.
임 청장은 “(이번 산불은) 과거보다 큰 규모”라면서 “산불 영향 구역과 산불 피해 면적은 약간 다른 개념
이어서 최종적으로 불이 꺼진 뒤 피해 면적이 (영향 구역보다) 줄 수도 늘 수도 있다”고 했다.
"불길에 냇물 들어가 수십 분 버텨"
거센 불길에 주민들 목숨 건 탈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군까지 확산된 26일 오전 영덕군 뒤편 산이 불타고 있다.
영남권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기지를 발휘해 가까스로 화마가 덮친 현장을 벗어났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청년은 위기의 순간에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부터 떠올리며 자신의 차량으로 대피시켰다.
한국일보가 26일 경북 영양군 임시 대피소인 군민회관에서 만난 배재칠(72)씨 부부는 "집채만 한 불덩어리가
영양군 석보면 포산리에서 운영하던 한약재 공장을 덮치자 차를 끌고 황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뿌연 연기로 앞이 안 보여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2m 높이 낭떠러지에 떨어졌다"며 "눈을 떠보니
얕은 냇가에 차량이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금이 간 갈비뼈 쪽에 손을 갖다대면서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부부는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왔으나 거센 불길이 다가오자 냇물에 뛰어들었다.
배씨 부부는 수면 위로 얼굴만 내놓고 수십 분간 벌벌 떨었다고 한다. 저체온증으로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물에서 나와 인근 이웃집으로 내달린 뒤 장롱과 신발장을 뒤져 젖은 옷부터 갈아입고
애타게 구조를 기다린 끝에 극적으로 생존했다고 한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복곡리에서 사과와 배 과수원 농사를 하는 김명희(65)씨는
전날 오후 6시 20분쯤 과수원에 굵직한 불똥들이 떨어지자 부리나케 차량을 내몰았다.
인근 하천에서 과수원에 쓸 물을 길어올리다가 재난 알림 문자메지시를 받은 지 10분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김씨는 "막 '도깨비불' 같은 불씨들이 여기저기 떨어지면서 입고 있던 작업용 바지와 장화에 작은 구멍이 하나둘
뚫리기 시작했다"며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무조건 멀리만 가자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길이 다가오는 다급한 순간에도 동분서주하며 고령의 이웃들을 구한 영웅도 있었다.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청년으로 알려진 신한용(36)씨는 마을에 불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부터 자신의 차량에 주민들을 태워 직접 대피시켰다. 밭에 나무를 심다가 안동 방향에서 불길이 다가오는
걸 확인한 뒤 곧장 면사무소에 "대피 명령을 내리라"고 외쳤다. 신씨는 "귀가 안 들리거나 무릎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아른거렸다"며 "동네는 잿더미가 됐지만 사상자가 한 명도 없어 다행"이라 했다.
자나깨나 불조심! 끄진불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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