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침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의 수술실 5곳에서 장기 이식 수술이 동시에 시작됐다. 한 뇌사자의 몸에서 각막 2개와 신장(腎臟) 2개, 간(肝)을 적출해 다섯 사람 몸에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수술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기를 기증한 계동희(61)씨의 심장은 박동을 멈췄다. 성탄절인 이날 그의 장기 기증으로 세 사람은 목숨을 건졌고 두 사람은 '세상의 빛'을 성탄 선물로 받았다.
지난 21일 오후 9시쯤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계씨는 지하철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환승 통로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땅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은 계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전했다. 아내 김용숙(56)씨는 남편이 지난해 11월 성당에서 유언장을 작성한 일을 떠올렸다. 유언장엔 "만약 (내가) 뇌사에 빠진다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가족들은 그 뜻에 따라 성탄절 이브인 24일 밤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급성간부전으로 쓰러진 아버지에게 간을 떼어주는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준비실에 누워 있던 우지영(27)씨는 '계씨에게 간을 기증받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24일 밤 9시쯤 들었다. 수술 시작 30분 전이었다. '장기를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조직이 일치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장기를 기증받는 건 포기한 상태였다. 우씨는 "딸인 나보다 더 적합한 기증자가 나왔다는 게 크리스마스의 기적 같다"고 말했다.
계씨의 신장은 3년 넘게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던 이모(67)씨와 김모(51)씨에게 기증됐고, 양쪽 각막도 사고로 시력을 잃은 두 사람에게 하나씩 이식됐다. 계씨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다섯 가족은 "계씨 가족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계씨의 아내 김씨는 "마음으로 충분하다"며 사양했다. 김씨는 "다섯 분이 남편 몫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계씨 가족은 장기 기증을 하고 받은 정부 위로금 760만원도 모두 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계씨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다섯 가족 20여명은 모두 장기 기증 서약을 하기로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계씨의 아내 김씨는 "마음으로 충분하다"며 사양했다. 김씨는 "다섯 분이 남편 몫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계씨 가족은 장기 기증을 하고 받은 정부 위로금 760만원도 모두 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계씨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다섯 가족 20여명은 모두 장기 기증 서약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