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트라 궁전에서 만난 포르투갈 왕들의 흔적
신트라는 포르투갈 왕들의 여름궁전이 있는 산악지대다. 삼림이 우거져 있고, 산꼭대기에는 중세 무어인들이 만든 방어성이 있다. 산 중턱에는 1854년 낭만주의풍으로 만들어진 페나 궁전이 있다. 산 아래에는 16세기 마누엘 양식과 르네상스 스타일로 지어진 신트라 궁전이 있다. 신트라 역사지구와 이들 문화유산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이들을 보기 위해 우리는 신트라 공화국 광장 앞에서 차를 내린다. 그리고 먼저 신트라 궁전으로 간다. 궁전 가는 길에는 목련꽃이 피어 있고, 노란색 봄꽃도 우릴 반긴다.
신트라 궁전(Palácio de Sintra)의 역사는 중세 무어왕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리스보아 지역을 다스리는 무어왕의 거처로 처음 지어졌다. 아라비아 지리학자 알 바크르(Al-Bacr)가 신트라 궁전을 언급하고 있다. 12세기 포르투갈왕 알퐁수 1세가 무어인들을 물리치고 이 궁전을 빼앗아 왕의 여름궁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 후 고딕과 무데야르 양식 그리고 마누엘 양식으로 변형되거나 신축되었다. 현재 궁전은 15/16세기 마누엘 양식의 유산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가장 오래된 건축은 1300년 전후 디니스 1세 때 만들어진 예배당이다. 나무로 만든 천정의 장식, 기하학적인 문양 등에서 무어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신트라 궁전은 주앙 1세 때인 1415년부터 새롭게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주 건물과 중정이 만들어졌고, 대표적인 것이 까치실(Sala das Pegas), 백조실(Sala dos Cisnes), 안마당이다. 천정에 까치 그림이 있는 까치실은 주앙 1세가 사용했다. 백조실은 그의 딸인 이사벨라(Isabella)가 젊은 시절 사용했다.
주앙 1세의 아들로 왕위를 물려받은 두아르티 1세도 이 궁전을 좋아해서 궁전에 대한 많은 기록을 남겼다. 두아르티의 아들인 알퐁수 5세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죽었다. 알퐁수 5세의 아들인 주앙 2세는 이 궁전에서 왕으로 등극했다. 이처럼 신트라 궁전은 15세기 포르투갈의 왕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항해시대를 연 마누엘 1세는 1497년부터 1530년까지 마누엘 양식으로 궁정을 신축하거나 아줄레주 장식으로 내부를 치장했다.
이때 해럴드 홀과 마누엘 홀 그리고 창문과 테라스 같은 외부 시설이 마누엘 양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헤럴드 홀은 마누엘 1세 때 만들어졌으며, 신트라 궁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방이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가문의 문장 72개가 그려져 있어 문장실(紋章室: Sala dos Brasões)이라고도 불린다. 천정에 문장이 있고, 사방벽은 푸른색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다. 타일의 그림은 포르투갈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풍속화로 보인다. 남쪽 창으로부터는 햇빛이 밝게 들어온다.
이런 커다란 홀 외에도 침실, 갤러리, 회의실 등이 있다. 침실로는 황금의 방, 알퐁수 6세의 방, 왕족의 방이 있다. 갤러리는 왕족의 내실(Camarim)로 쓰던 방으로 현재 수 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다.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 종교화, 정물화 등 다양하다. 그 중 예수와 성 가족,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코 같은 성인, 철학자, 율리우스 카이사르, 젊은이 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외 가구와 도자기도 전시되어 있다.
신트라 궁전에서 특별한 장소는 부엌과 주방이다. 장식이 없이 단순한 형태의 부엌은 대리석 바닥과 흰 타일을 붙인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벽쪽으로 화덕과 조리대가 있고, 가운데 조리용 도구와 기구들이 걸려 있다. 부엌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원뿔 형태의 굴뚝이다. 높이가 33m나 되는 굴뚝이 두 개 나란히 있으며 부엌에서 꼭대기 구멍을 볼 수 있다. 부엌이지만 빛이 잘 들어 상당히 밝은 편이다. 주방에서는 수백 명의 사람이 식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