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화로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청년층 고용 창출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행 호봉제 위주의 임금 방식이 유지되면 비용 부담은 물론 고용 효과도 없기 때문에 전면적인 임금 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노동경제학회에 제출한 '60세 정년 입법에 따른 사업체 비용 및 고용의 변화와 임금피크제의 효과' 논문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만큼 비용을 충분히 절감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신규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고용 성과를 실증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기업들은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년 60세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인건비가 상승할 우려가 없다고 답한 사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임금피크제를 미리 도입한 기업들에서 고용이나 신규 채용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임금피크제가 단순히 노동비용을 일부 낮추는 효과에 그친 것으로 해석된다. 60세 정년이 입법된 이후 임금피크제를 새로 도입한 기업들 역시 고용이나 신규 채용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 교수는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체계 개편이나 임금 수준 조정이 수반돼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직종에 대해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국민의힘은 법적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단계적으로 65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계속고용위원회에선 경영계와 노동계가 임금 체계 개편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영계는 비용 부담을 줄인 퇴직 후 재고용을, 노동계는 임금 수준 하락이 없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대안으로 거론됐던 임금피크제가 실제 고용 창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임금 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한 임금체계별 사회적 비용 연구' 보고서에서 "임금피크제와 조기 퇴직은 경직적인 임금 제도 때문에 나타난 기형적인 제도와 양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