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실리보살의 지극히 깊은 열 가지 큰 서원
부처님께서 대중들과 보살마하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초발의(初發意)10)보살이나 일체 4부대중 및 선남자·선여인 등이 만약 보리심을 낸다면 만수실리보살은 마땅히 다음과 같이 서원할 것이니라.
‘나에게는 모든 부처님들의 다함이 없고[無盡] 지극히 깊은 열 가지 큰 서원11)이 있으니 일체 모든 보살들과 일체의 유정 중생들이 나의 서원 안에 들어오면 그들은 세존과 부처님들의 아들이며 또한 나의 부모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선세(先世)에 큰 서원을 세웠으니 나의 열 가지 큰 서원에 의지하여 먼저 부모·형제·자매·처자·권속들로 하여금 부귀의 과보를 원만히 받게 할 것이며, 형제와 친구 간에 우애하고 공경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해 죽이지 않을 것이며, 대승의 법문을 듣고 배우게 하며, 존귀한 경전을 읽어 외우게 하고 가르침을 펼치게 하여 여러 품류의 중생들이 보리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나도 또한 스승이나 제자·화상(和尙)·아사리(阿闍梨)·동학(同學)·반려(伴侶)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나의 교법(敎法)을 받아들이게 하고 나의 위의(威儀)를 배우게 하며 나의 예절을 취하게 하여 훌륭한 서원을 내게 함으로써 대승에 회향하고 보리를 익히게 하여 점차 불도를 이루게 할 것입니다. 이 때 나와 사람들은 대신(大臣), 관장(官長)이 되어 세속의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고 낱낱의 일마다 깨끗하고 공정히 하여 국가에 충효(忠孝)하니 인연 있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다 함께 보리로 돌아오게 하고 3보를 만나서 보리의 마음을 내게 할 것입니다.
무엇을 다함이 없는[無盡] 열 가지 아주 깊은 큰 서원이라고 하는가?
첫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일체 중생들이 삼계에 태어나 내가 지었거나 다른 사람이 지은 인연에 따라 교화를 받아 4공(空)12)·5정(淨)13)의 주인이든 팔정사선(八定四禪)14)의 주인이든 범왕육욕(梵王六欲)15)의 주인이든 제석제천(帝釋諸天)의 주인이든 사천팔륜(四天八輪)의 주인이든 온갖 신(神)이나 용(龍)의 주인이든 8부귀신(八部鬼神)의 주인이든 불법을 수호하는 주인이든 가람이나 궁전의 주인이든 사대지세(四大持世)16)의 주인이든 금강같이 견고한 감옥의 주인이든 호국선신(護國善神)의 주인이든 큰 나라나 작은 나라의 주인이든 좁쌀같이 흩어져 있는 세상 왕들의 주인이든 여러 군대를 다스리는 주인이든 모든 것을 거두어 들여 지키는 주인이든 물이나 뭍에서 태(胎)·난(卵)·습(濕)·화(化)의 4생(生)이든 구류준동(九類蠢動)17)의 일체 영(靈)을 담고 있는 것 등 3세에 태어난 모든 것들이 다 불지견(佛知見)을 갖기를 서원합니다. 혹 아직 나의 이름을 듣지 못한 이들은 나의 이름을 듣게 되기를 원하며 나의 이름을 들은 사람은 나의 법 가운데서 일체 유정(有情)이 다 보리심을 내어 대승으로 회향하고 위없는 도[無上道]를 닦기를 원할 것입니다. 만약 중생이 있으면 법락(法樂)으로 여러 질병을 치료해 주고 역법(歷法)·계산법·기술에 두루 뛰어나고 세상의 전적(典籍)과 문필(文筆), 가영찬탄(歌詠讚歎)에 뛰어나며 강론하여 희론의 처소에서 사람들을 인도하고 사람들의 부류에 따라 그들의 근기에 맞게 교화하고[同事] 세속의 일에 접하면서 그들을 이끌어 보리심을 내게 해서 바른 견해로 받아들이게 하여 나와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불도에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나를 비방하거나 나에게 화를 내거나 나에게 형벌을 가하여 죽이더라도, 이 사람은 나에게든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항상 원한을 품어 벗어나지 못하지만, 나와 함께한 인연으로 보리의 마음 내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나의 몸을 애념(愛念)하거나 마음속으로 나를 보고 싶어 하거나 나를 바라면 나의 몸에 대해서든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서든 아첨함이 심하게 되고 그릇된 견해로 전도하게 되며 청정한 행이나 부정한 행을 낳고 온갖 악과 불선(不善)을 낳게 되지만 함께 한 인연으로 보리의 마음 내기를 바랍니다.
네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나를 가볍게 여겨 교만하게 대하거나, 나를 의심하거나, 나를 억울하게 강압하거나, 나를 허망하게 속이거나, 3보를 비방하거나, 어진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거나, 일체 모든 이들을 기만하고 능멸하여 항상 착하지 않은 일을 행하더라도 나와 함께 한 인연으로 보리의 마음 내기를 바랍니다.
다섯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나를 천박하게 여기든지 나를 부끄럽게 만들든지 나를 공경하여 존중하든 나를 공경하지 않든 나를 귀찮게 하든 나를 귀찮게 하지 않든 나를 이용하든 나를 이용하지 않든 나를 취하든 나를 취하지 않든 나를 희망하든 나를 희망하지 않든 나를 필요로 하든 나를 필요로 하지 않든 나를 추종하든 나를 추종하지 않든 나를 알아주든 나를 알아주지 않든 모두 나와 함께 한 인연으로 보리의 마음 내기를 바랍니다.
여섯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항상 생명을 죽이고 어린아이를 죽이는 괴수가 되어 살을 저미거나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는 등, 원한 있는 생명체가 눈앞에 나타나면 서로 죽이는 일이 단절되지 않고 세세생생 서로 갚고 살해하는 마음이 치성하여도 뉘우침이 없으며 고기를 팔아 재물을 취해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한다면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자는 영원히 사람의 몸을 잃을 것이고, 그에 대응하는 과보를 여의지 못할 테지만 이와 같은 이들이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길 바랍니다. 또한 만약 어떤 사람이 나의 재물을 취하면 나는 그에게 재물을 제공할 것이며 나에게 재물을 보시하면 나는 재물을 나누어 베풀어 줄 것이니 재물을 얻은 이든 재물을 얻지 못한 이든 나와 함께 한 인연으로 보리의 마음 내기를 바랍니다.
일곱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나에게 공양을 하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공양을 할 것이고 나와 다른 사람이 절이나 승방·가람·불탑·선방·난야(蘭若) 및 홀로 고요하게 지낼 수 있는 처소를 짓거나 혹은 나와 다른 사람이 일체의 공덕을 짓고 보살이나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보시로써 복우(福祐)를 수립하게 하고 두루 법계에 일체 모든 부처님들의 보리를 회향하게 함으로써 모든 유정들이 함께 이 복덕에 젖어서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친구나 함께 하는 도반·스승·제자로 삼아 고행을 닦고 몸을 절제하고 음식을 조절하게 하며 계를 지키든 계를 파하든 수행을 하였든18) 수행을 하지 않았든 화상이나 아사리의 가르침으로 이끌고 칭찬하면서 나의 가르침을 듣고 받아들이게 하며 또한 나도 다른 사람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것이니 함께 행하고 함께 일을 하며 나와 함께 하는 인연으로 보리심 내기를 바랍니다.
여덟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널리 온갖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져 거기서 벗어날 기약 없이 무량겁의 세월을 지내면서 온갖 고뇌를 받다가 지옥에서 겨우 벗어나 5취(趣)에 태어나면 우선 축생이 되어 장차 그 생명은 다시 전생의 업보에 따라 물건을 실어 나르는 기린이나 낙타가 되기도 하고 돼지나 개·양·소·코끼리·말 등이 되기도 하며 노비나 종복으로 태어나는 등 그가 과거에 여러 겁 동안 지었던 죄를 배로 보상하게 되고 그 생명이 다시 도둑질에 빠져 쉼이 없으나 나는 그 다섯 세계[五道]를 수순하여 그 형상에 맞게 변화의 몸을 나투어 항상 그들과 같은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들을 교화할 것입니다. 혹은 빈궁함이나 곤란에 처할 것이고 소경·귀머거리·벙어리나 가장 하천한 걸인이 되어 일체의 중생들과 함께 하고 함께 인연을 맺으며 함께 일을 도모하고 함께 행하고 함께 일하면서 불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니 나와 함께하는 인연으로 보리의 마음 내기를 바랍니다.
아홉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방자한 마음과 몸가짐으로 스스로 교만하여 자신을 높이고 따라서 나의 법 가운데서 불법(佛法)에 더러운 칠을 하고 스승이나 제자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스님이나 부처님을 위해 바친 돈을 유용하고 보살의 재물을 유용하며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삿된 음행을 행하고 거짓말을 하고 꾸민 말을 하고 험한 말을 하고 이간질하고 싸워 어지럽히고 제멋대로 방자하게 탐내고 성내고 훌륭한 것을 분간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의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을 거역하고 속이고 교만하게 굴고 선악을 분별할 줄 몰라 널리 10악(惡)에 속하는 갖가지 죄를 지어 죽어서는 아비지옥[阿鼻]에 떨어져 온갖 지옥에 들어가며 지옥으로부터 벗어난 뒤에도 다시 6처(處)19)를 윤회하면서 생사의 바다에 들어가 여러 악도(惡道)에 나아가게 된다 하더라도 모든 인연 있는 이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도를 닦으며 그 인연에 따라 몸을 변화시켜 마땅히 그들을 구해서 그들이 그곳을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니 나와 함께 하는 인연으로 보리의 마음을 내어서 위없는 도[無上道] 구하기를 바랍니다.
열 번째, 큰 서원이란 만약 어떤 중생이 나의 법에 대해서 나와 인연이 있든 나와 인연이 없든 나의 이 큰 서원과 함께하면 이는 곧 나의 몸이어서 나와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4무량심(無量心)20)을 행하고 마음이 평등하여 허공과 같아 널리 유정들을 제도하기에 쉼이 없을 것이니 원컨대 모든 이들이 보리에 도달하고 정각(正覺)의 길에 오르기를 바랍니다.’
대성(大聖) 만수실리보살은 성스러운 성품의 원력(願力)으로 삼계에 들어가지도 않고 또한 삼계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며 마음이 허공과 같아 항상 여래의 청정성해(淸淨性海)의 진여장(眞如藏) 가운데 있으면서 법계에 안주하고 널리 중생의 심식의 체성 속에 두루 존재하느니라.”
만수실리보살이 말하였다.
“나에게는 큰 서원이 있는데 성스러운 성품의 힘으로 가지(加持)하고 유정들의 죄와 허물을 소멸케 하여, 보리와 온갖 불성과(佛聖果)에 들어가게 하고자 하니 이것을 보살의 열 가지 큰 서원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만수실리보살이 광대한 서원을 발하고 나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 양상으로 흔들리고 하늘에서는 만다라화(曼陀羅華)21)가 쏟아져 내려와 허공에 가득했다. 그 때 큰 모임에 참석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다 그 꽃을 보았으며 동시에 만수실리보살대사를 찬탄하였다.
“그대의 성스러운 힘은 자재하고 불가사의하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때 큰 모임에 참석하고 있던 모든 대중들은 다 기뻐하며 믿음으로 받아봉행(奉行)하였다.
이 때 석가모니세존께서는 마혜수라천으로부터 염부제세계에 내려오셔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에 머무셨다. 그 대도량(大道場) 안에는 많은 대중들이 모여 있었다.
-대승유가금강성해만수실리천비천발대교왕경-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