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실은 처음에는 조롱당하고, 다음에는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며,
나중에는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받아들여진다(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아사달LLM ; 우리말이 한글 옷을 입고 우뚝 일어서다 1
한글은 1443년에 세종 이도가 만들었다. 중국을 하늘처럼 섬기던 성리학자들의 무시무시한 반대에 부딪혔다. 심지어 그의 후손인 왕들도 싫어했다. 백성들이 저마다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면, 수십 년 공부하여 겨우 공자왈맹자왈 입뗀 양반 사대부들이 무엇으로 위엄을 세우겠느냐고 걱정했다.
그러다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무력으로, 그러니까 일본군이 조선의 주인이라던 청군을 한국에서 몰살시킨(청일전쟁) 뒤인 1894년 갑오경장 때 마침내 공용어가 되었다. 우리 한글을 우리가 쓰자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무력을 등에 업은 김홍집 내각 즉 급진개화파가 한글, 양력, 상투자르기 따위를 한꺼번에 몰아붙인 것이다. 못난 우리 조상들은 일본 덕분에 중국에서 독립했다.
그러고도 100년이 지난 지금, 중국 고대 한자어, 일본 한자어가 돌처럼 씹히는 글이 여기저기 수두룩하다. 한자 모르는 청년들은 숫제 영어로 맞받아친다.
늙은이들도 한글을 쓰기는 쓴다. 이들은 '만전을 기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인선을 단행하며, 책임을 전가하며, 우천 취소'한다. 입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자성어가 썩은 가래처럼 줄줄 기어나온다. 교수란 것들은 해마다 사자성어를 골라 내놓는다.
늙은이들 말이 듣기 싫다고 하는 젊은이들도 한글을 쓰기는 쓴다. 다만 올드하고 하드하고 소프트하고 소프틀리하며 패스트하다, 반등솔류션이 없다,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고 떠들어댄다. 케이팝 영어 가사가 거리를 지나가는 늙은이들의 귓전을 아프게 때린다.
그래서 아사달LLM을 만든다.
소설을 배울 때 내 스승들은 중학생이면 다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하지만 세상은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잘난 척하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한자어를 쓰고, 사자성어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일본한자어까지 섞어쓴다. 상대가 알아듣든 말든 제 자랑하면 끝이다.
만형자라는 풀처럼 땅바닥을 기어가며 길게 뻗는 듯한 만연체가 대통령 담화문으로, 논문으로, 사설로 나타난다. 국민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어려운 한자어나 영어를 섞어 써야 권위가 생기는 줄 안다.
나는, 듣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임금의 어지와 고리타분한 유림들이 써올리던 상소문 같은 길고 지루한 글은 쓰지 않아야 한다.
* 우리말 소버린 AI 데이터 <아사달 LLM>을 만드는 게 내 일이다. AI 말로 30년째 데이터 라벨링 중이다. 어떤 말이든, 늙은이 입에서 나오는 것이든, 청년 입에서 나오는 것이든 그 말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 光化門을 광화문으로 쓰는 게 한글운동이 아니라 '세상을 밝게 비추다'라는 그 뜻을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 光化 뜻을 모르면서 아무리 우리 발음으로 읽은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 사진. 1784년에 들어온 한문성경 <천주실의>와 100년이 지난 1887년에 만든 한글성경 <예수셩교젼>. 조선인들이 다 한문만 하는 줄 알던 신부들이 만든 <천주실의>는 한문을 읽을 수 있는 양반 사대부들을 죽였을 뿐 민중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하지만 기독교목사 존 로스는 한글로 성경을 번역하여 민중으로 깊이 파고들어 마침내 어둡고 어둡던 조선 사회에 한글 혁명을 일으켰다. 나는 존 로스의 정신으로 <아사달LLM>을 만든다.
#아사달L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