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Chosun(2024.8.14.)
김인현의 바다 스토리(4)
강한 파도에서 다시 일어서는 선박과 삶의 복원성
바다에서 안전과 관련 가장 중요한 단어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복원성이다. 선박이 한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되돌아 오는 힘을 말한다. 복원성이 좋다면 선박은 바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복원성이 나쁘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오뚜기의 원리와 같다.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으면 복원성이 좋다. 무게중심이 위에 있다면 복원성이 나쁘다. 선박의 윗분에 무게가 많다면 복원성이 나빠진다.
선박은 태생부터 복원성이 나쁘게 나온 종류의 배가 있다. 원목선과 자동차운반선 그리고 통발어선이 그렇다. 이런 선박은 배의 윗부분에 화물이나 어구를 싣도록 되어있다. 화물이 부피가 크기 때문에 많이 싣기위해 위 부분의 공간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나는 원목선을 많이 탔다. 원목선은 복원성이 나쁜 대표적인 선종이다. 갑판위에 원목을 가득싣게 된다. 출항하루 전날 나는 큰 결정을 해야했다. 콜럼비아 강의 상류에서 싣고 온 저 원목다발을 실어야하는가? 화주는 통사정을 했다. 끌고 가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꼭 싣고 중국으로 가 달라고 애원했다. 밧줄을 약간 풀어서 선박을 자유롭게 한 다음에 선박이 좌우로 이동되게 만들었다. 초시계로 이동주기를 재어보았다. 그리고 계산을 했다. 복원성을 계산하는 수식이 있다. 그 결과 복원성 수치가 50센티미터 밖에 되지않는다. 위험하다. 겨울철 알라스카를 지나면 파도가 원목에 올라오는데 얼음이 언다. 이렇게 추가되는 무게도 고려해야한다. 복원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선박의 바닥에 있는 연료도 소모하므로 더 복원성은 나빠진다. 이런 요소를 모두 계산하고 포함시켰다. 더 이상 추가로 남은 원목다발을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심심찮게 전복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다. 모두 복원성이 좋지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복원성이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게 된다. 선박과 관련된 모든 관련자가 복원성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야한다. 선박은 자나깨나 복원성이다. 복원성의 중요성은 상선이나 어선이나 여객선이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물에 잠기는 선박의 깊이가 작으면 작을수록, 갑판보다도 아래 부분에 짐을 실으면 복원성이 좋아지고 그 위에 실으면 복원성이 나빠진다. 통발어선은 고기를 잡기위한 수천개의 통발을 갑판위에 싣지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근본적으로 복원성이 나쁘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복원성이 나쁜 배의 특징은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도 천천히 반대 방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천천히 돌아오기 때문에 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멀미를 하지않는다. 복원성이 좋다면 빨리 제자리에 돌아온다. 멀미가 난다. 복원성이 나쁜 배가 더 안락하다. 달콤한 유혹이다. 배생활이 편한 것과 복원성 훼손을 맞바꾸면 안된다. 복원성을 모르는 초임 선원들은 배가 안락해서 원목선이 더 좋다고 말한다. 복원성의 중요성을 몰라서 그렇다. 항해사와 선장은 이런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원목선에 타면 목숨수당이라고 하여 월 몇십만원 더 준다. 이런 위험 때문에 그런 것이다.
코로나 시절에 유행한 단어가 회복탄력성이다. 일상으로 재빨리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생산공장이 코로나로 인하여 문을 닫았었다.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산업이 가져야 경쟁력이 있다. 선박의 복원성에서 빌린 개념이라고 볼 수있다. 우리의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충격적인 일을 당해서도 한시바삐 바로 일상으로 돌아을 수 있는 힘이 삶에서의 복원성이다. 복원성을 갖추기 위해 선박이 설계에부터 안전하게 건조되어야하듯이 평소에도 삶의 복원성을 갖추도록 부단히 준비해야한다. 삶에서도 충격적인 일을 당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다에서의 파도와 바람은 충격적인 일에 비유된다. 제자리에 돌아 올수 있는 능력은 바로 복원성이다. 우리는 모두 삶의 복원성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