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0. 토요일
광양 백운산 어치계곡
테마산행 ~!
이번 8월의 테마 주제는 "비 원없이 실컷 맞아보기"
(Feel ~ Rainday)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류의 스트레스, 잡다한 고통들이
2주 이상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었는데~ 막상 이날은 커다란 흐뭇함으로 장식한다.
솔직히... 테마산행 존폐 위기까지 고려했지만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듯~
적지않은 분들의 순수한 마음과 적극적 도움으로 45인석 버스에 21명(?)이나 태우고 출발한다.
그만두고 싶었다.
이렇게 호응 못받는 테마를 왜 끌고 가야겠나?
이 뭐시라꼬 이리 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다 내가 못나 그렇고,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얼른 내려놓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사 보이는게 다가 아니더라~
몇몇 분들의 뜨거운 격려전화 몇번 받고 나니,
간사한 인간본능이 되살아나면서 또다시 생각하게 되는것 있지?
그렇지?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회원이 이렇게라도 있는데
적어도 실망은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즉~ 약속, 신의는 지켜야 된다는 의무감이랄까....
남자가 뱉은 말에 끝까지 책임은 져야한다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출발한거다.
그런데...
그랬기나 말기나~!
막상 가보니... 오붓하이~ 너무 좋더라. ㅎㅎ
비오는거 뻔히 알고도 와주신 회원, 아니, 우리 식구들....
그분들의 마음이 하늘을 움직였나?
감동 그 자체였다.
들머리 초반. 비에 젖은 숲길 운치가 끝내줬다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절대 알 턱이 없겠지만~ㅎㅎ )
하늘에서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아~ 죽여주네.
비 냄새, 숲 냄새~ 캬아
어릴적 맡았던 흙냄새까지 옛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하는 행복한 걸음걸이였다.
그렇게 천천히 쉬다 걷다를 반복하며
완만한 병암계곡길 오름짓을 하다보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신선대 갔다가 오르는 길과 정상에 바로 오르는길
당연히 우리는 퍼뜩 정상을 찍고, 어치계곡을 가야하므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하늘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듯~
초반에는 보슬비로 살살 유혹하더니 정상을 800미터 남겨놓은 지점에서부터
미치도록 쏟아붓기 시작했다.
비는 쏟아지고 가파른 등로는 미끄럽고, 하이구~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소서! )
말이 씨앗된다고
홀딱 젖은 새앙쥐처럼 되고프다켔는데 바로 그렇게 되니 우습더라.ㅋㅋ
우산이고 뭐고 다 의미가 없다.
마구 쏟아지는데~ ㅋㅋ
근데, 이렇게 좋을수가 없다.
비가 내 피부에 떨어져 온몸에 전달되는 그 느낌을 그대로 느낀다.
아, 이렇게 느껴본 지가 얼마 만인가~?
비를 피하려하지말고 순응하는 자세로 자연에 그대로 내 몸을 맡기면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다. (몰아일체)
그리고 그 기분이 결코 나쁘지 않다 아니, 너무도 행복하다는걸 느끼게 될 것이다.
진짜... 최고의 날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들이 다같이 그렇다고 외쳐댔다규~
좋다고 꽥꽥 소리지르고 난리났을 그 현장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바쁜 도시인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가져보겠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최근에 이렇게 많은 비를 맞아본 적이 있었던가요?
기억컨데 내 경우는 ~
대략 6년전 유명산 오를때도 이같이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올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진짜~ 아름다운 추억이었지?
그때도 좋았지만 오늘 이 비도 너무너무 좋았다.
그렇게 세찬 비 맞으며 정상에 오르니 오잉?
희안하게도~ 비가 딱 멈춘다? (다들 희안하다고 입을 대더라~)
아마 정상석 사진은 편하게 찍으라는 배려 아닐까 ?
(이를 안성맞춤이라 하는건가? ㅋㅋ )
마법같이 그 다음부터는 비가 쎄게 내리지 않더니
결국에는 아에 멈추는거 있지?
밥먹을 때 우야노 걱정했는데 쓰잘데없는 기우였다.ㅋㅋ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걱정해서 다 풀린다면 안풀릴 일이 어디 있겠어?
적당한 걱정은 몰라도 과한 걱정은 보따리 채워 멀리 보내버리자~ㅋㅋ
비도 안맞고, 편안히 모여 앉아서 온갖 맛난 음식들 꺼내 놓고
점심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러이 살이 안찔수가 있겠나?
그렇게 복받은 하루를 보낸다.
광양 백운산 정상석이 1218m로 알고 있는데
이게 또 바뀌었네? 1222m로...
왜 이 얘기를 하는가하면 내리막이 또 길게길게 이어진다는 얘기를 하고파서...
산이란 곳은 머리털나고 처음 오른다는 "순미"를 위해
다들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내려간다. 감동적이다.
산행은 늘 이기적인 면이 많은 운동인데....
이렇게 따뜻한 배려가 있는 테마산행은
처음부터 마지막 끝날때까지 흐뭇함으로 채워간다
아~ 감동의 테마산행
이러면 됐지, 또 무얼 더 바라겠는가?
그렇게 비 쫄딱 맞은 광양 백운산 우중산행은
회원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다같이 뭉쳤기에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단합해서 안되는건 없더라~
앞으로 테마산행도 어느 정도의 산행은 집어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끝낸다.
사진이.. 몇장 없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정상석 사진은 건졌다.
비가 워낙 내리는 바람에~
예전에 올랐던때에 정상석 사진을 못찍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못찍나 싶었는데 다행히~ ㅎㅎ
회원이 적으니 게임하기도 좋고 더 가족적으로 재미있었다.
빙고게임 내가 1등했다는거 아녀~ ㅋㅋ
병암산장앞, 진틀주차장 들머리에서 약 1키로 임도를 걷고 올라와서 만나는 곳~
여유롭게 천천히 오름짓을 하는데.. 부슬비는 사진에 드러나지도 않는다. ㅎㅎ
비에 쫄딱 젖은 새앙쥐 마냥... 포근하게 젖어있는모양새다. ㅋㅋ
흰 점 같은게 비의 모양이다. 비가 잔잔하게 내리더라~ 쌩유~!! ^^
어치계곡의 참맛을 아는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