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음에 두려워
나는 가노란 말도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아 극락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학창 시절 배운
신라의 10구체(10줄) 향가다.
월명사가 죽은 누이를 추모하며 부른
신앙심이 나타나는
서정성 깊은 작품이다.
예로부터
인간은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연구한 듯하다.
묘하게도
인간은 누구나 한 번 죽기에
사후세계를 알 수 없다.
종교나 선각자를 통해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뿐이다.
가끔 예외적으로
독특한 영의 세계를 체험한
사람을 통해
극히 부분적으로나마 신비한 사후세계를 접하기도 한다.
허나,
그조차도
일관된 정형화된 체험이 아니기에
공통된 경험만을 모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뿐이다.
기독교나
불교
힌두교등,
종교는
사후세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르네상스시대 단테는 그의 저서 “신곡”을 통해
사후세계를 묘사한다.
천국과 연옥, 지옥을 통해
사후세계를 묘사해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
인간과 우주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문학가,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모티프를 제공했고 현대에도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의 신학자이자 과학자 스베덴보리의
사후세계에 대한 체험기는
가히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이승과 영의 세계를 넘나들며
영의 세계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이승에서 증명해 내는 일을 27년간 보여줬으니 말이다.
일전에,
친구로부터 비보를 접했다.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얘기다
갑작스런 소식도 그렇고
이제 갓 60을 넘긴 사람이
생을 달리 한다는 얘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르지 않은가!
더구나
그녀는 사람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의사였으니
동창들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나와는
초등학생 때부터 성당에서
학생 활동을 하면서
줄곧 삶의 궤적을 같이 한 친구다
그녀의 남동생은 나와
서예를 같이 배운 사이이고
그녀의 모친과
나의 모친과는
막역하게 지내는
신앙의 도반이요
이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1박2일,
그리고 장례미사까지
드리면서
점점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충격과 슬픔이 잦아드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인간,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죽는다.
로마 병사들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할 때
큰소리로 외쳤다는 말이 있다.
“메멘토 모리”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이다.
천년을 살 것처럼
거짓 하지 말고
오만하지 말고
영원한 사후의 안식을 위해
이승에서의 덕을 쌓으라는 말이다.
신앙을 통해
성찰하는 삶,
봉사하는 삶,
정직한 삶을 살아
이웃에게 귀감이된
윤 데레사를 추모하며
신라 고승
월명사의
제망매가로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주여!
영원한 안식을 윤 데레사에게 주소서!
기도한다.
2024년 1월 23일 추운 날
(장례 미사후 동창,선,후배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