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에서 살 때에도 우리 집에서 작은 음악회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집의 거실이 13평이나 되었으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 독주를 듣기 위해 모였다.
먼저 피아니스트 지성철에 대해서 소개를 해야겠다.
그는 어려서 부터 피아노를 치며 자란 음악 천재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시력을 잃게 되었고
여러 번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실명을 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안과 박사가 그를 시술 했지만
시력을 되찾아 줄 수는 없었다.
그 박사는 어린 아이인 지성철에게 피아노를 한번 처 보라고 했다.
지성철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를 치자
너무나 놀란 그는
"지금은 내가 너를 고쳐줄 수 없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연구해서 네 눈의 한쪽이라도 보게 해주마"
그렇게 약속을 했다.
그런 그의 약속은 수년 후에 지켜졌다.
아주 어려운 수술을 여러 번 한 끝에
드디어 한쪽 시력을 희미하게 나마 되찾은 것이었다.
그래서 지성철은 지금도 한쪽 눈으로 어렵게 악보를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악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악보를 사전에 보고 기억해서 연주를 한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그의 머리에서 나오고 가슴에서 나온다.
상황과 느낌에 따라서 즉시 편곡이 가능하다
언젠가 그가 피아노를 치면서 눈이 오는 느낌을 받았다.
밖에 눈이 오는 것일까...
그런 생각으로 연주를 하다 보니 곁에서 듣고 있던 가수 이정연이
"형, 눈이 와요.
아아.... 눈이 엄청 와요"
밖에는 눈이 오지 않았지만
지성철이 눈이 오는 느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자
그 소리를 듣는 모든 사람이 눈이 온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그의 연주는 언제나 그러했다.
언젠가 연주 장에서 한 노인이 옛날 유행가를 주문했는데
지성철은 1절과 2절의 연주 법이 달랐고
있지도 않은 3절에서는 그야말로 그 나름대로의 해석과 기법으로
청중을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참으로 감탄스럽다 못해 경탄에 경탄을 금하지 못할 귀신 같은 솜씨였다.
그래서 가수 유열씨는 그에게 지토벤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눈 먼 소녀에게 즉석에서 월광곡을 작곡해주었던
베토벤에 버금가는 연주가로 지성철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는 지금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씨의 신곡을 준비 중에 있으며
작곡된 몇 곡의 악보를 나에게 보내왔다.
노랫말을 붙여 달라는 것인데 아직 그 일을 못하고 있다.
한 때 노랫말을 써서 몇 몇 가수가 부르기도 했는데
그 후, 나는 시를 쓰지를 못했다.
시를 쓰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리듬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 틀을 깨지 못하고 한 3년을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아직
그 아름다운 곡조에 글을 만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첫댓글 멋진 피아노 연주자 지성철님
기회가 된다면 저도 그 연주를 들어보고 싶네요^^
풍경님 가시는 곳엔 또 다른 인제가 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