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 회를 했던 박구홍씨 댁은 상당히 넓은 것은 물론
집안 전체를 리모델링을 해서 다른 집과는 달리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형님은 언제 돈을 이렇게 많이 벌었습니까?"
박구홍씨는 몇 번 머리를 긁적이더니
"몇 년 전 만해도 우리는 몹시 가난 했다네"
그러면서 하는 그의 말은 나를 감동케 하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세 명의 자녀들 뒷바라지하느라
재산이라고는 오두막집에 불과한 집 한 채가 전부였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오두막집 옆에 다 모 건설 회사에서
아파트 모델 하우스를 지었는데
그곳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박구홍씨네 집도 같이 타고 말았다.
주위에 있던 집들도 몇 채 소실이 되었는데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있지도 않은 가전 제품을 허위로 작성해서 많은 돈을 청구했다.
그러나 박구홍씨는 살림살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적어서 낼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적어서 청구를 했더니
건설 회사에서는 박구홍씨를 양심적인 사람으로 인정을 해서
다른 집과 똑같이 배상을 해 주면서 일 자리도 함께 주었다.
그래서 배상 받은 금액으로 빌라를 사고
안정된 직장에서 받아 오는 월급으로 자녀 부양하면서
제법 큰 땅도 사 놓았다고 했다.
어쩌면 그토록 양심적일 수 있었을까?
과연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저 사람처럼 양심적일 수 있을까.
그를 다시 처다 보니 정말 박구홍씨는 맑고 선량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 같이 우리가 사 놓은 땅엘 가 보세.
용현 저수지 위에 있는 땅인데
집사람이 거기에 다 여러 가지 농사를 지어 놨네.
옆에 폭포도 있고 산도 있어서 자네가 가보면 반할 것이네"
말로만 들어도 충분히 그림이 그려졌다.
그래서 그 곳에 갈 때 같이 가자고 약속을 했다.
박구홍씨 댁에 자주 드나들다 보니
바로 옆집에 함평에서 알고 지내던 유평담씨의 아들 유석이라는
젊은 부부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와 가까웠던 만큼 유석과도 금방 가까워 졌다.
드디어 날을 잡아서 밥하고 고기 사서 세 가족이 함께
박구홍씨네 땅으로 소풍을 갔다.
과연 그 분의 설명처럼 산 밑에 천 평 쯤 되어 보이는 땅이 있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그 땅을 돌아 내를 이루며
용현 저수지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초야의 깊은 곳에서 자연 농법으로 지은 채소에 다
고기를 볶아 먹는 밥맛이란 과히 꿀맛이었다.
굳지 고기를 준비해 가지 않아도 폭포수 밑에서 고기를 잡아
후레이판에 튀겨 먹는 맛도 괜찮았다.
그런 안주라면 못 먹는 술인들 어찌 목이 즐거워하지 않겠는가
우리 세 가족은 여름에 무더워서 밥맛이 없을 때에는
자주 그곳에 가서 땀을 식혔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오염되지 않아서 깨끗하고 시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신나는 일이 있었는데
밤새 잠결에 큰 비가 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날 새벽에
유석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청계님, 잠 깼으면 지금 곧장 빌라 앞으로 나오십시오."
이 꼭두새벽에 무슨 일로 나를 부르는 것일까.
첫댓글 폭포아래 시원함이 그려집니다.
아침 일찍무슨 좋은일이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큰 비 오고난 후에 폭포곁 물가에
무슨 일이 생긴게 분명하군요
어서 다음 이야기 들려주세요^^
박구홍님의 양심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