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문예공모전의 금상(金賞)을 받았습니다. - ♣20.01.01
구미시와 영남일보가 공동주최한, 2019년 제35회 구미문예공모전에서 금상(
金賞)을 받았습니다. *작품(수필) 제목은 “금오산과 여중생”입니다. *심사결과
발표는 영남일보(2019.11.14.)에 났고, 시상식은 2019년 12월 18일 했습니다.
구미시(市)는 19개동(洞) 2개읍(邑) 6개면(面)이며. 인구는 421,799명입니다.
^^금월 목사칼럼은 35회 구미문예공모에서 금상을 받은 수필로 대신합니다.
"금오산과 여중생"
박 태 원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와 병설된 대구 K중학교에 진학했다. 교
우지에 실린 고등학교 형의 설악산 수학여행 기행문을 읽으며, 동해바다, 38
선 이북지역, 신비의 세계들이 오버랩 되면서 몹시 가고 싶었다. 1969년 고등
학교 2학년 가을, 교실은 수학여행 분위기로 들떴다. 내 이름을 액면대로 불
러주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못 갔다.
4년간 오매불망하던 설악산으로 학우들이 수학여행을 가고나니, 천애의 고아
가 된 심정이었다.
수학여행 대신 등교해서 오전 자습을 하고 하교하다가, 불현듯이 구미 금오산
이 생각났다. 대구역에서 김천행 완행열차를 탔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오곡
백과가 가을 들판에 가득하고, 풍요로웠지만, 수학여행에 낙오된 마음은 가난
했다. 한편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논밭에서 가을걷이하고 있을 고향친구들을
생각하니, 고등학교 수학여행 못간 것으로 우울해 함이 부끄러웠다. 달리는 차
창 밖 가을바람에 울적한 마음을 날리며, 심기일전했다. 기차가 낙동강 왜관
철교와 황금들판을 달리는데, 견강부회하여 수학여행 기분이 되었다. 구미역
에 내리니, 역전 중앙로에 양철지붕으로 된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같이, 고향과 대구 길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가 처음으로 타지에
왔다. 당시 선산군 구미읍에 온 것이 먼 외국에 온 것 같았다.
금오산 가는 길옆에 구미여자중학교가 있었다. 마침 하교시간이라, 운동장과
하굣길에 여중생들이 바글바글하며 즐겁게 재잘거렸다. 금오산 쪽으로 가는데
읍내로 나오는 그들과 얼굴을 마주쳤다. 사춘기 고교생이 여중생들 속에 묻히
니 좋으면서도 군중 속 고독같이 더 외로웠다.
백만 송이 장미보다 나와 관계된 한 송이 장미가 필요했다.
생면부지이지만 한 여중생이 애인되어 주길 원했고, 한 학생을 붙잡고 간청하
고 싶었다. 그러나 낙오당한 고교생이며, 맹호부대원에게 생포된 베트콩처럼
꾀죄죄한 몰골이라 열등감에 사로잡혀 용기가 없었다. 엉큼하다 싶기도 했지
만 연민에 빠진 마음이라 사랑과 위로의 비타민을 먹고 싶었다.
물에 젖은 낙엽처럼 외로웠다.
제풀에 지친 내 마음을 알았는지, 한 여중생의 신기루가 나타나 “나, 오빠 좋
아해. 힘내요”하며 위로해 주었다. 순간적이지만 초라한 고교생에게 짝사랑의
대상이 되어준 그 여중생이 몹시 고마웠다. “힘들지, 사랑해”는 짧은 순간의
말이지만 낙오당한 자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삶에 말 한 마디의 영향은 대단하다.
짝사랑의 힘으로 금오지를 걷고 크레용같이 단풍으로 물든 금오산을 올랐다.
금오지와 황금들판을 내려다보니 가관이었고, 금오산 삼매경에 잠기니 설악
산으로 착각되었다. 푸른 물이 가득한 금오지를 보니, 설악산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 같아서 수학여행 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수학여행을 못간
실상이 의식되어 열등감으로 울고 싶었다. 수학여행 못간 것은 병가상사이
지만 고학생이란 자격지심 때문에 더 슬펐다. 금오산 도선굴에서 산 아래를
향해, 남들이 알아듣지 못할 고함소리로 울분을 토설했다. 당시 금오산은 한
산해서, 수학여행 가지 못해 울먹이는 고학생의 말을 다 들어주었다. 눈물이
흐르니 금오산도 같이 눈물 흘려주었다. 대혜폭포에 흐르는 물이 금오산의 눈
물 되었다. 우는 자에게 최고의 위로는 같이 울어주는 것이다. 50년 전 만추
의 금오산은 어머니가 되어 아픈 마음을 자근자근 위로해 주었다.
세월이 흘렀다. 아내와 선산읍 비봉산에 올라서 나지막한 산들에 이어 멀리
우뚝 솟은 금오산을 바라본다. 뭉게구름을 입고 있으니 신비롭다, 산의 위용
에 빠지니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 같다. 50년 전 여중생을 아
내로 삼고 구미시 선산에서 40년을 살고 있다. 결혼생활 수년째가 되면 열정
은 사라지고, 생활만 남아 물기 빠진 마른 나뭇가지 같고 시나브로 계륵이 되
곤 한다. 강산이 네 번 변했을 결혼생활이니, 자칫 타성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50년 전 가을로 역주행하면서 당시 여중생을 생각하면 잡다한 걸림돌들이 봄
볕에 겨울눈 녹듯 제거되었다.
아내는 1969년에 중학교 1학년이니, 그날 신기루처럼 나타난 여중생으로 생
각되었다. 그래서 천생연분으로 여겨졌고, 숱한 세월이 흘러도 젊게 보였고 신
혼 같은 마음이었다.
그 사연을 말하니 소이부답 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았다.
트라우마를 가정의 밑거름으로 만들어 주고 마중물 되어 준 금오산이 고마웠
다. 잠자는 거인이 아니라 깨어서 멘토 역할을 했다. 늙어 감을 익어감으로 표
현함 같이 나이 들어가는 아내에게 여중생으로 의미를 부여하니 금실이 그림
자처럼 따랐다.
모임에서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하면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타임머신 타고 1969년 가을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로 마음을 새롭게 한다. 아
내와 나는 어느덧 이순을 넘었고 많이 변했다. 그러나 금오산은 그대로이면서
사랑은 한결같아야 한다고 조언해 준다. 사람은 산을 떠나 대처로 다니며 편
안한 생활을 하는 중에 병을 얻지만 산을 걸으면 건강이 회복된다. 금오산을
걸으며 여중생을 애인삼고 싶었던 가난하고 단순했던 마음을 반추하니 가정
도 건강했다. 행복한 가정을 만끽한다. 당시 여중생은 인생을 초라하지 않도
록 해 주었으니 좋은 만남이었다. 늘 곁에서 동거하며 행복의 물을 길어 주는
두레박줄 되었다. 금오산은 울적함을 녹여서 행복의 재료로 만들어 줬다. 그
산이 있는 구미에서 아내와 동고동락하며 잘 살아왔으니 감사의 눈물이 글썽
인다. 산바람이 스치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잠바를 벗어 옆에 있는 아내의 상체를 덮어 주었다. 숱한 세월이 흘러 늙은이
가 되었지만, 찬 기운으로부터 지켜줄 방패막이가 되고 싶었고, 사랑의 몸짓
이었다. 바보 온달과 결혼해 준 평강공주 같이 살가운 아내에게 무언가 해
주고 싶다. 운전 중인 차에서 잠자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불안한 나를 신뢰
하는 것 같아 고마웠다. 춘하추동 늘 옆에 존재해 주니 하늘의 별, 땅의 꽃,
시골집 아궁이의 불씨 같다.
흑백사진을 찍어준 금오산공원 사진사는 없다. 추억을 품은 완행열차도 세월
저편으로 숨어버리고 지금은 좋은 기차가 달린다. 깊어가는 가을, 대구역에
서 무궁화열차를 타고 구미역에 내린다. 그리고 구미여자중학교 인근에서 50
년 전 여중생을 만나 신기루가 아닌, 실제 손을 잡고 만산홍엽의 금오지와
금오산을 거닐고 싶다.
-에필로그(epilogue)-
10년 뒤(1979년 8월 22일), 필자는 금오산입구 구미여자중학교와 병설된
구미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아, 5년 6개월간 근무했다.
2학년 담임을 하면서, 제자들과 설악산 수학여행도 다녀왔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
에 꽃이 피었음이니라(아가.2:15)
◆.사진- ①.1969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아내의 모습
②.구미가 선산군 소속 읍(邑)이었을 당시 선산군청 모습
③.영남일보(*2019.11.14.목)에 심사 발표가 났다.(금상)
④.⑤.선주문학회, 금상 당선 축하(경북문협회장 박태환, 19.12.6)
⑥.⑦.⑧.⑨.제35회 구미문예공모전 금상 수상 모습(2019.12.18.)
⑩.⑪.상장 모습(상금 30만원에서 세금 공제함), 심사평~.
^^下段- 1000교회에 배달되는 “AD문화광장”~, 편집실장님이 본 칼럼
에서 복사해서, 실어주셨다. - "금오산과 여중생" (2020. 2월)
첫댓글 이 칼럼(*수필, 사진 11장)은 "박태원목사, 자신"의 수양(수련)을 위해 올려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호도 독자를 교훈(설득)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닙니다.
짞 짞 짞 짝 짞 ~~~ 축하합니다 ~
"연륜이 묻어나는 정형적인 수필"
복 누리는 분입니다 ^^
새 해에도 더 많은 축하가 넘치기를 기원하며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 *
웃으려고 ... 기념, 축하 ... 모든 사진에
번쩍이는 분 딱 한분 ... 연륜이 묻어있어요 ㅋㅋ
서정석 前지방회장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태원목사 "개인 카페"로 스크랩 해서 옮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