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장애인 협회는
종합 터미널 뒤쪽 비좁은 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 사무실을 반으로 나눠서 작업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손톱 깎기 등을 조립해서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 공간을 두 개로 나눠 놨으니
휠체어를 탄 내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장애인의 쉼터가 되어야 할 곳이
세상 어느 사무실보다도 비좁고 불편했다.
화장실도 2층 노래방과 같이 쓰고 있어서
계단을 올라갈 수 없는 장애인들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인간으로써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배설의 본능마저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장애인 협회였다.
시설이 그 정도이다 보니 사무실에 드나드는 사람이나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휠체어를 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정작 가장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사회에서는 물론
장애인 협회에서 까지도 소외된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이것이 대한 민국 복지 정책의 현주소였다.
명색이 시(市) 단위에 있는 장애인 협회가 이 정도이니
그 보다 더 작은 읍이나 군 단위 형편이 오죽하겠는가?
일개 가정집 보다도 못한 열악하기 그지없는 시설에서
자기 발로 걸을 수 있는 사람들만 작업장에 모여서
한 달에 40 여 만원의 급료를 받기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있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제 막 이사 온 내가 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세한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나는 끌어 오르는 분노를 속으로 삭히며
천안시 장애인 협회의 사무 국장 직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예상되었던 문제는
내가 일을 하면 할수록 회장과의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회장보다 앞서가지 않는 선에서
하나 하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나는 일을 찾아서라고 하는 성격인 반면
회장은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스런 것은 천안 시장님이
장애인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분이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서 작업장의 형편을 보고
시 예산 10 억을 투입해서 작업장을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희망이 보였다.
그래서 땅을 선정하고 설계를 내는 그 모든 과정에 우리가 개입했다.
특별히 휠체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에 신경을 썼다.
방안에만 갇혀있는 장애인들에게도 일자리가 가능해진 것이 었다.
그렇게 내가 부푼 꿈에 젖어 있을 때
작업장 준공을 몇 달 앞두고
난데없이 종교 단체가 작업장을 탐 내며 공개 입찰을 주장했다.
이럴 수가.
시장님이 직접 장애인 협회 작업장으로 지어준 건물을
구경도 한번 안 한 사람들이 그걸 자기들이 하겠다니
이것이 진정 종교 단체가 할 일란 말인가?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너무나 쉽게 그것을 포기해버리는
회장의 처사였다!
첫댓글 참 알수없는 사람이네요 그 회장이란 사람
청계님 속 많이 썩으셨을 듯,,,
어찌 되었는지 다음 이야기 기다립니다
일 안하는 상관 밑에
일 잘하는 직원이라니
딱 미움 받기 적격이죠
종교 단체가 양심을
빼놓고 왔는가
봅니다😪
회장이란 직분을
가지면 수당이 나오지
싶은요.
이것저것 일을 벌이면
회장직에서 떨어질까 봐 눈치를 보는지도 모르죠
무사안일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