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3 [일루전ILLUSION]제2부 은신"은 제대로 조직이나 기능으로나 간에 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창랑의 사저를 공격할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도당 직할 청년 테러 조직인 민애청이 구정(설)과 정월대보름 사이에 한차례 공격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성동격서의 전략으로서 대구 시내 부청 이웃에 있는 도경국장 관사를 공격하는 척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경찰의 경비력을 이쪽으로 쏠리게 해놓은 다음 정작으로는 창랑 사저를 공격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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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2부 은신 (제144회)
12. 단정 반대 운동-6
그런데 또 주력은 국장관사 공격이지만 이웃에 있는 목조 건물로 된 부청 청사에 화재를 일으켜 소란을 피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장 관사 경비 경찰력을 양쪽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장 관사 방화 작전은 촛대패(민애청 조직원으로서 북성로 어깨패)들이 사공영춘의 직접 지휘로 이루어졌습니다. 인원은 사공을 포함해서 모두 5명.
국장 관사에서 가까운 곳에 부청 청사가 있었습니다. 부청 청사는 콘크리트조로 된 본관과 ㄱ자로 배치된 목조의 별관이 있었습니다. 작전에 동원된 5명 중 한 명이 그 목조의 부청 별관 건물 쪽으로 침입해서 휘발유를 뿌려 방화하고는 도주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는 관사 쪽 경계나 주목을 그쪽으로 빼돌려 놓자는 수작이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적했던 관사는 제대로 침입도 못하고 엉뚱하게 부청 청사의 목조 건물 한 쪽만 홀랑 태워버린 것입니다.
사공이 이끈 주공격조 네 사람은 초저녁부터 관사 뒤쪽의 사찰과 옆 담을 공유한 여학교로 들어가양쪽 담 밑에 둘씩 은신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부청 쪽에서 ‘불이야!’라는 고함 소리와 함께 온갖 분주하고 소란한 소리가 들리는 것과 함께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관사 안에서도 사람들이 시끄럽게 내닫는 소리가 나고 경비견 짖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사공은 여학교 담 위로 올라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신문지에 싸서 준비해 간 개짐 뭉치를 던졌습니다. 기대한 대로 개가 그 개짐 뭉치를 물어뜯는지 짖는 소리를 멈추었습니다. 사공이 행동개시 신호를 보내자 촛대패들은 휘발유 깡통이며, 기름에 적신 솜뭉치를 매단 막대기들을 각각 지니고 담을 넘어 들어갔습니다.
마침 부청에 불이 났으므로 경비하는 경찰 병력도 그쪽으로 달려가고 없었던 모양이고, 경비견도 조용했고, 집안의 사람들도 그쪽으로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던 탓에 겨울바람 부는 뒷마당 쪽은 고요할 수밖에 없어보였습니다.
소나무와 과목들이 잘 손질된 일본식 정원이 담을 따라 숲을 이루고 있었으므로 은신하여 집 안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답니다.
그래서 사공을 제외한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담 안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런데 뛰어내리는 순간 그곳에 잠복해 있던 병력에 의해 전혀 불의의 공격을 당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경찰 쪽에서 우리의 전략을 알고 마치 관사 경비 병력이 철수한 것처럼 위장을 하고 실제 병력은 현장에 은신하여 대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공이 시멘 블록으로 된 담 위에 배를 걸치고 담 안에서 막 벌어진 피격 상황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침입해 들어갔던 세 사람은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쓰러지자 여럿이 몰려들어 세 사람을 잡아끌고 관사 건물 앞 쪽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사공은 학교 쪽으로 담장을 내려와 혼자 도주한 것입니다.
-----3월 3일(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