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지체 장애인 협회가 낙후되다 보니
충남 지회도 50만 인구의 천안시가 아닌 소도시인 공주시에 있어서
자주 그곳으로 출장을 가야만 했다.
공주시는 천안시와 한 시간 여 떨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논산으로 가는 외곽 도로 옆에 상당히 큰 규모의 복지관이 있다.
그곳에서 각종 행사를 했다.
그 날도 장애인 경진 대회가 공주시에서 있어서
회장님 차와 내 차로 장애우들을 모시고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 옆에는 함흥락 총무가 타고 있었는데
나이는 나와 같지만 해맑은 소년 같은 표정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출발한 지 10분 쯤 지났을까.
주위에서 이상 소리가 들려 왔다.
"무슨 소리지?"
먼저는 차에 이상이 있나를 생각했는데
차를 구입한 이래 한번도 말썽이 없었던 만큼
그 소리는 차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차는 갑자기 시커먼 무언가가 휩싸여서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후두둑---
무언가가 앞 유리를 때렸지만 소낙비나 우박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시커먼 물체는 곧 사라졌다.
사라졌는지, 아니면 내가 그 어둠을 빠져 나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무슨 현상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차는 어둠에 휩싸인 순간 약간은 속도를 떨어뜨렸지만
여전히 시속 90키로 정도로 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총무님 아까 그게 뭡니까?"
"글쎄요. 뭐, 블랙홀 같은 것 아닐까요?"
공상 만화를 너무 많이 보더니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러다가 발 밑에서 동그란 어떤 물체를 발견했다.
아까 어둠 속에서 약간 열려진 문틈 사이로 들어 온 것이었다.
"저것이 증거입니다.
잘 주어서 놔두십시오"
운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잘 간수해 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총무가 그 동그란 것을 주어 들었는데
다음 순간 총무가 아악! 비명을 지르면 그것을 놓쳤다.
총무의 손가락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나는 놀라 차를 옆길에 세웠다
화장지를 꺼내서 손가락을 싸매 준 후
총무가 놓아버린 물체를 조심스럽게 주어 들어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벌이었다!
콩처럼 동그랗게 몸을 구부린 채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분봉을 하기 위해서 여왕벌을 대리고 이동하는 벌 떼 속으로
우리가 들어 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앞 유리에는 벌들이 부딪혀 죽으면서 남긴 흔적에
꿀이 묻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사무실에서 4차원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는 내용의
공상 만화를 돌려보던 중이라
갑작스럽게 닥친 어둠 속에서 혹시나 우리가
4차원의 세계로 흡수해 들어 가지 않나 하는 공포감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꼭 공포감 만은 아니었다.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어떤 쾌감 같은 것도 있었다.
장애가 없는,
이 행성보다 더 푸르고 자유로운 별이 있으면
그런 곳으로 옮겨가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댓글 창문이 조금 열려있기에 천만다행이었네요
까딱했으면 죄다 큰 고생을 하셨을 뻔,,,,
우리도 길 가다가 벌이 유리창에 부딪혀
꿀 흘리고 죽는 경우는 여러번 있었지만
그렇게 시커먼 떼로 몰려가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네요^^
여왕이 나가면
수천 마리가 따라 이동을 하는데
그 무리 안에 휩싸인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