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준 엘리야 교수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한국가톨릭교수회 공동 회장,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광주대교구 예비신자 교리교사, 광주대교구 말씀의 봉사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4년 2월 15일 연중 제2주일부터 2005년 3월 2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까지 총 53회에 걸쳐 광주대교구 문흥동 성당 교우들의 미사 전 5분 동안 전례교육 자료로 설명되었던 ‘능동적인 미사 참여를 위한 5분 미사 해설’, 이를 수정보완하고 재편집한 개정판이 있습니다.
‘교리교사가 알려주는 전례이야기’는 2017년 12월부터 2년 동안 광주가톨릭평화방송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에 출연하여 평신도 눈높이에 맞게 방송한 전례와 교회 상식 등을 담고 있습니다.
● 넉살 좋은 신앙생활
영세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서부터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은 미사전례였다. 처음 영세하고서는 선배 신자들이 미사 드리는 모습을 곁눈질하며 따라 하기 바빠서 미사 전례의 의미를 알지 못한 체 얼렁뚱땅 넘어가곤 했지만 해가 갈수록 궁금증이 늘기 시작하였다.
미사 전례 중에 신부님께서 가슴을 치는데 왜 가슴을 칠까? 또 복사들이 조그만 그릇에 물을 들고 신부님 앞에 가고 신부님이 그릇에 손을 담그며 씻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왜 저런 겉치레를 할까? 만약 이것이 어떤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면 너무나 형식적이다. 또 유심히 신부님의 행동을 바라보다 보면 성체를 쪼개면서 쪼금 떼어내어서 성혈에 넣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건 왜 그렇게 할까? 솔직히 처음엔 한 부분을 때내고 어떤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마 갓 영세한 신자들도 미사 전례의 부분적 의미를 배우지 않았다면 나처럼 생각하거나 아니면 형식에 의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몇 번은 궁금한 것을 선배 신자들게 질문하기도 했지만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 답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어떤 신자들은 "아니, 예비신자 교리시간에 잠만 잤어? 공부는 안하고 농땡이만 친 나이롱 아냐?" 하면서 오히려 핀잔만 주었지 정작 질문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이후부터는 질문하기도 어려웠다. 때로는 신부님께 여쭤보고 싶기도 했지만, 신부님과 개인 면담을 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우리 천주교회의 현 실정이다 보니 그러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해서 많은 신자들 있는 곳에서 질문하기란 이미 내 신앙생활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질문하기가 쑥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교리에 관한 것은 대충 어림으로 때려잡으며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영성 쪽으로만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열심한 신자들은 별도로 공부하면서 교리를 익혀나갔겠지만 나와 같이 생활이 어려운 신자들에게는 우선 먹고살 빵 문제 해결이 우선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현실이다. 아마도 "발바닥 신자라는 말이 이래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결국 난, 해가 거듭할수록 의문점만 가슴에 담은 체, 선배 신자들처럼 모르는 것도 아는 체 하면서 이것저것 눈치로 때려잡고 신앙생활 할 수밖에 없었다. (참 소중한 당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