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안식년 휴가 계획
주안에서 사랑하는 성도님들에게,
목회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뭐니 뭐니 해도 꾸준함과 성실함입니다.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꾸준히 해야 신뢰가 쌓이는 법입니다. 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한 후 지난 15년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 주일 목회서신을 써왔던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그걸 당연한 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가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편의 목회서신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영적인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안식년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처음에는 목회서신을 한번 걸러보려는 생각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안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즉시 그 생각을 접어버렸습니다. 일단 제 신앙의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목회서신을 쓰기로 한 것은 하나님과의 약속이요 성도님들과의 무언의 약속이었습니다.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서 그 약속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 있을 때야말로 목회서신이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닐까요.
그러면서 제 마음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내년도에 우리 교회가 ‘종교개혁 성지순례’를 준비하고 있는데, 목회서신을 통해서 그에 필요한 이야기를 미리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 안식년 휴가 동안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종교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려고 마음먹었었습니다. 성지순례를 잘 인도하려면 저에게도 미리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바에야 이참에 아예 종교개혁과 관련된 이야기를 목회서신에 연재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지난달에 우리 교회는 이미 종교개혁 성지순례 신청을 마감했습니다. 모두 37분이 참가 신청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 교회의 규모로서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종교개혁 성지순례’는 ‘약속의 땅 성지순례’와 ‘초대 교회 성지순례’에 이어서 우리 교회가 준비하는 세 번째 성지순례입니다. 그동안 성지순례를 진행할 때마다 누누이 강조하여 말씀드렸지만, 미리 알고 있는 만큼만 가서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 가서 배우려고 하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그냥 사진찍기에 바쁩니다. 생각하고 묵상할 겨를이 없습니다. 관광하더라도 그 지역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가는데, 하물며 성지순례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약속의 땅 성지순례나 초대 교회 성지순례에는 사실 성경을 잘 공부하고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 성지순례는 역사 공부가 필요합니다. 특히 교회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으면 오래된 성당만 보다가 왔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초대 교회 성지순례를 하면서 아시아 지방 일곱 교회를 방문하고 와서는 교회의 폐허만 보고 왔다고 마음 아파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사건과 그 의미를 충분히 숙지하고 가야 마땅히 볼 것을 보고 마땅히 느낄 것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종교개혁의 역사와 그 의미를 공부하는 것은 단지 성지순례에 직접 참여하는 분에게만 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사실 모든 성도님이 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개신교(改新敎) 교회에서, 그것도 감리교회에서 신앙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신교가 왜 탄생했는지, 감리교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려면 종교개혁의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추구하는 신앙의 색깔과 강조점이 로마 가톨릭이나 다른 개신교회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차차 말씀드리겠지만, 가톨릭교회나 정교회나 개신교회는 모두 기독교의 범주에 포함되는 3대 종파입니다. 어떤 분은 개신교회만, 그것도 자신이 소속된 교단만 진짜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이단으로 취급합니다. 그런 편협한 사고방식이 바로 종교개혁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가톨릭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주님이 세우신 교회가 아니라고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기독교라는 나무의 밑동을 스스로 잘라버리는 아주 무식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개신교를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된 곁가지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안식년 휴가를 새로운 숙제와 함께 이렇게 시작합니다.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마음에 순종하여 따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회 모든 성도님이 매주 요한목회서신을 더욱 정독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요한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