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잘도 가는구나
칠년 전인지 모르겠다.
종로3가역 5번출구앞의 국민은행 건물의 몇층입구에
어문회 1급자회의 사무실 현판을 달았던 눈오던 날이,
몇몇 사람이 모여 정정주 회장의 허락하에 격몽요결과 동몽선습을 배우고
소정섭씨에게서 한자자원도 배웠지.
마치면 어김없이 부근의 빈대떡 집에서 막걸리 술잔도 기우렸고,
거기서 수유리의 화계사가는길의 2층으로 학원을 옮길때도 눈이 왔었지 아마
그곳에서 김영배 님의 첫강의에 번쩍 눈이 띄였었지 아마,
그리고 자양동으로, 안양으로, 또 청담동으로 현판은 그렇게 계속 옮겨 다녔다.
이제 한자지도사 현판은 영원히 사라질 모양이다.
그동안 많은 훌륭한 분들을 만났고, 산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혹은 술집에서
또는 노래방에서 많이도 마셨고, 많이도 떠들었고, 많이도 취했다.
물론 실수도 많았고, 상처도 입혔고, 상처도 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제 허허 웃으면서 너그럽게 다 잊어야 하겠지.
사랑도 했고, 그리워도 했고, 돌아서기도 했다.
미워도 했고, 질투도 했고, 미련에 아파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언젠가 이처럼 헤어질줄 다 알았던 것처럼 우리는 멀쩡하다,
많은 사람의 얼굴이 뇌리를 스친다.
은근하고 미더운 얼굴도 있고, 얄미운 얼굴도 없지는 않겠지.
사람사는 곳에 생기는 일이란 오해와 착각으로 버무린 거대한 소용돌이가 아닌가
그저 대충 너그럽게 이해하고 돌아서는게 장뗑이다.
세월이 다시 많이 흐르면 대충 잊어지겠지
상처도 아물테고, 미련도 잊어지겠지.
그러다가 다시 만나 쏘맥이라도 마시면 더 맛있기도 하겠지.
음력설을 맞으면서 회원여러분이 생각나고
세월따라 지도사회도 그 수명을 다하고 있는 이즈음
지도사회를 위하여 정말 애쓰신 많은 분들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동안 이런 저런 오해나 착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면서
더 아름다운 곳으로 갈수 있는 꿈이라도 꾸면서
우리는 다시 새해의 새로운 일을 꾸미게 될 것이다.
마치 영원히 살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씁쓸한 웃음으로 세월이 지나는 아픔을 달래는수 밖에...
그리고 우리는 전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 갈것이기도 하겠지,
첫댓글 올 한해 서고문님 건강하시고 매일 매일 복된 나날 이루소서!
예, 고맙습니다. 늘 한결같은 각현님,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쿠ㅜㅜㅜㅇ
세상 살아가는 날들이 모두 그렇지요.
지도사회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명칭만 바꾸는 대신에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이 되는 것입니다.
초창기부터 애쓰심을 모든 회원이 익히 아는지라 고문님으로서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바라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