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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미쳐보고 싶었습니다. 오롯이 미치지도 못하면서도 마음만은 미쳐보고는 싶었습니다. 그 작은 욕심이 지루한 일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틈이 되어 주었습니다.
여행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처럼 인생을 걸만한 여행도 아니고, 몇 년씩 부은 적금으로 공들여 떠나는 여행도 아닌, 단기간 최소한의 비용으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그러니 완벽하게 여행이라는 것에 편입되지도 못한 채, 늘 그 바깥언저리에서 서성이는 정도였습니다.
형편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여행이라 이름 붙여놓고 한쪽 발을 들여놓습니다. 최대한 나만의 눈으로 나만의 느낌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삶과 나의 그것과 다름은 무엇일까. 시답지 않은 깨알 같은 일상이 제가 본 전부지만 그것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쨌거나 떠남이라는 것은 치명적인 유혹입니다. 내 삶의 한켠에 거창하지 않더라도 여행만은 꼭 끼워놓고 싶었습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기 시작했다는데, 혹, 내게도 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낮은 고도로 짧은 비행이나마 맘껏 즐겨볼 생각입니다.
노루꼬리만 한 여유지만 여행이라는 것에 몽땅 쏟아 부으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떠나고자 하는 열정하나만으로 빚어낸 큰 행복이었습니다. 응원을 아끼지 않은 나의 그분들과 그대가 되어주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소강가에서 전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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